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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1.02 이 고양이의 특별한 새해 42

이 고양이의 특별한 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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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양이의 특별한 새해

 

 

한해의 대부분을 비좁은 철장 속에서 보낸

고양이가 있습니다. 덩달이!

녀석은 지난 해 봄과 장마철에 한번씩

철장에서 풀려나 자유의 몸이 되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감금의 날들을 보내야 했습니다.

 

왜 이제야 왔어요. 얼마나 기다렸다고요.

 

지난 장마철이 지나고 잠시 풀려났던 덩달이가

다시금 철장에 갇혔을 때,

나는 일부러 덩달이네 집 인근을 찾지 않았습니다.

갇혀 있는 녀석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어쩌다 한번씩 그 앞을 지나다 멀리서

덩달이가 갇힌 철창을 바라보며

혹시 녀석이 잘못 되지나 않았을까 걱정이 되곤 했습니다.

 

그래도 보기보단 멀쩡하죠? 답답해 죽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2011년 마지막 날

철장에 갇힌 녀석에게 맛있는 사식이라도 넣어주려고

덩달이를 찾았는데,

철장이 텅 비어 있는 거였습니다.

혹시 잘못된 것인가, 걱정을 하려는 찰나

예전에 봉달이와 눈장난을 치던 텃밭에서 왜앵, 왜앵 하는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덩달이였습니다.

녀석은 왜 이제야 온 거냐며,

그동안 왜 그렇게 발길이 뜸한 거였느냐며,

나를 탓하듯 격하게 울었습니다.

 

근데, 이 동네 고양이들은 다 어디로 갔어요? 왜 한 마리도 안보이나요?

 

그래, 그래 미안하다 덩달아!

나는 정말 오랜만에 녀석에게

사료를 듬뿍 내놓았습니다.

녀석은 그동안 집주인이 내놓은 개사료와 밥만 먹고 지냈는지,

고양이 사료를 보자마자 걸신들린 듯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습니다.

덩달이 옆에 쪼그려 앉아서

나는 녀석의 밥 먹는 모습을 한참 지켜보다 돌아왔습니다.

새해를 맞아 녀석의 기분은 남다를 겁니다.

자유의 몸으로(언제 또 갇힐 지 모르지만),

새해를 시작하게 됐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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