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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그림자와 함께 시속 3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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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그림자와 함께 시속 3km
- 최갑수 <구름 그림자와 함께 시속 3km>(상상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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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지 않겠지만 우리가 선택한 속도는 놀랍게도 시속 3km였다. 우리는 구름 그림자를 따라 달렸다. 우리는 언제나 그늘 속에 있었다. 자동차에게는 다소 모욕적이고 비현실적인 속도였지만 그날 우리의 여행은 정말이지 환상이었다.” ―「구름 그림자와 함께 시속 3km」 258쪽


시인이자 여행작가 최갑수가 두 번째 여행 에세이 『구름 그림자와 함께 시속 3Km』를 펴냈다. 지난해 펴낸 첫 번째 여행 에세이집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예담)은 그의 독특하고 간결한 문체에 힘입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랜 동안 머물기도 했다. 첫 번째 책이 주로 국내 여행을 위주로 한 센티멘털 에세이라면, 두 번째 책은 떠돌이를 자처한 그가 날아가 닿은 낯선 이방의 멜랑꼴리한 기록이 주를 이룬다. 영국,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터키, 베트남, 태국, 일본, 중국, 말레이시아, 라오스 등 10개국 23개 지역의 풍경과 사람 이야기가 한 편의 시 같은 사진과 글로 엮어졌다.

내가 아는 한 최갑수 시인은 시처럼 사진을 찍고, 사진 찍듯 시를 쓰는 친구다. 그의 시와 사진은 한결같이 센티멘털하고 멜랑꼴리하다. 어떤 인물은 슬픔 뒤에서 웃고, 어떤 풍경은 쓸쓸함 속에서 평화롭다. 사진처럼 그의 글 또한 아픔 뒤에서 결연하고, 척박함 속에서 너그럽다. 그러니까 그런 그의 글과 사진은 교묘하게 엉겨붙어서 조화롭게 어울린다. 그가 말하는 이야기들은 미니멀리즘에 가깝지만, 그가 말하려는 세상은 존재의 극점에 가닿곤 한다. 바람의 너울과 구름의 그림자가 지면에 일렁거린다.

다행이다. 내가 보고 싶어하는 누군가가 이곳이 아닌 어딘가에 있다는 건 분명 다.행.이.다. 흘러간 발자국들은 분명 어딘가에서 눈물처럼, 꽃잎처럼 고여 있을 것이다. 지금쯤 이곳이 아닌 어딘가는 봄에 휩싸여 있을 것이고 내가 가보지 못한 도시들 어느 귀퉁이에는 꽃들이 환하게 피고 있을 것이다. 세상에는 끝없이 봄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 그 봄 속에 내가 아는 누군가가 서 있다는 사실. 그건 분명 눈물 나도록 다행이다.” ―「분명 다행」 298~300쪽


그는 이 세상을 아주 천천히 여행하고 있다. 제목처럼 구름 그림자와 함께 시속 3km로 여행하고 있다. 자동차나 비행기의 속도로 달려서는 보이지 않을 많은 것들을 그는 느린 속도로 포착해낸다. 그의 여행의 방식은 그의 시를 닮아 있다. 그의 여행은 헤미메탈보다는 재즈에 가깝다. 그는 굳이 여행지에 집착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에게는 여행지의 정보란 것이 무의미할 때가 많다. 그에게 여행지의 정보보다 중요한 것은 여행지에서 느낀 어떤 감정의 표현들이다.

『구름 그림자와 함께 시속 3km』는 매순간 생의 끝자락을 붙잡듯 불안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어깨를 툭 치며 단 며칠이라도 우리를 옭아맨 모든 것들로부터 탈출하자고 말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 ‘던져진’ 나를 상상하자고 말한다. 굳이 여행하지 않는 사람들조차 그의 여행에 동참할 수 있다. 어차피 그가 이야기하는 것은 여행지보다는 여행지의 생이며, 어딘가에 던져진 이 시대의 자화상 같은 것이다.
 

“혼자서 오랫동안 여행을 한다는 게 두렵지 않냐구요? 전혀. 혼자서 뉴욕에서 살아간다는 게 더 끔찍한 일이죠.”  ―「여행 중인 그들」 134쪽


* 그래야 한다면 그래야 한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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