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지밭 산책하는 낭만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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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지밭 산책하는 낭만고양이


 

고양이에 대해 내가 아는 건 정말 모르겠다는 것이다.

이 녀석들 아주 단순한 것같으면서도 한없이 복잡해서
뻔하게 예측가능한 행동을 하다가도
종잡을 수 없는 돌발행동을 하기도 한다.
오래 전 산수유나무에 올라가 산수유꽃을 구경하던 길고양이를 본 적이 있고,
단풍철에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를 하염없이 바라보던 길고양이를 만난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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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좋고, 햇살 좋고, 바람도 좋고...여긴 고양이의 꽃다지밭 올레길이야!

며칠 전에는 소나무 동산에 올라 묏등에 흐드러지게 핀 꽃다지밭을
사색하듯 천천히 산책하는 낭만고양이를 만났다.
그건 마치 시상에 잠긴 시인의 산책같기도 했고,
고뇌하는 철학자의 산책같기도 했다.
그냥 걸어서 그곳을 지나친 것이 아니라
몇 번이나 같은 코스를 왔다갔다 반복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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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산책 갔다가 올게. 기다리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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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아주 천천히 꽃다지밭에 가득한 봄볕을 감상하듯.
혹은 봄볕 속에 흐드러진 꽃다지밭의 황홀경에 빠진듯.
아름드리 늙은 소나무가 멋들어지게 솟아있는 풍경을 배경으로
천천히 꽃다지밭을 거니는,
거닐다가 잠깐씩 앉아서 무언가를 골똘하게 생각하는,
낭만고양이의 모습은 그야말로 멋진 한폭의 그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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햐, 이 꽃냄새...봄소풍 나온 기분이야!

그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나는 묏등 아래 엎드려 나도 모르게 셔터를 눌러댔다.
고양이 사진을 찍다보면,
간혹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멋진 장면’을 만날 때가 있다.
개인적으로 나에게는 자연과 교감하는 고양이를 만났을 때가 그렇다.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찍으면서 감동하는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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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도 좀 걸어보세요. 그 카메라 좀 걷어치우고.

사실 우리는 아직 고양이에 대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더 많다.
누군가는 고양이가 꽃구경을 한다거나 보모가 있다거나 까치와 공생할 때가 있고
맨발로 물을 건너는 고양이도 있다고 하면
말도 안되는 황당한 소리라고 말한다.
그러나 모두 내가 두 눈으로 보았고, 사진까지 찍은 사실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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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때문에 이제야 봄이라는 걸 알았다.

꽃다지밭을 산책하는 낭만고양이에 이끌려
나는 30분 넘게 묏등에 쪼그려앉았다가 엎드렸다가 앉아쏴 자세를 취했다.
나중에는 팔꿈치와 무릎팍이 아프고
다리에 쥐가 날 지경이었다.
그 지경이 되어서야 낭만고양이는 꽃다지밭을 천천히 내려왔다.

* 봄을 즐기는 낭만고양이::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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