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오아시스: 목 마른 고양이는 오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여울이와 여섯 마리 아기고양이는
천막을 둘러친 판잣집에서 살았다.
하지만 최근에 견딜 수 없는 폭염이 계속되면서
여울이는 과거 출산을 했던 주황대문집 인근에 또 다른 거처를 마련했다.
천막 씌운 판잣집이 너무 찜통이어서
좀더 시원한 곳으로 옮긴 듯하다.
하지만 한낮이면 꽤 오랜 시간을 인근의 콩밭에서 보내곤 한다.
콩밭 그늘이 시원하고 사람들 눈에도 띄지 않기 때문이다.
녀석들은 개울집에서 급식을 받거나
내게 캔밥을 얻어먹고 나면
우르르 밭고랑으로 몰려간다.
거기 무엇이 있기에?
물을 마시기 위해서다.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에는 소나기도 잦아서
한번 세차게 소나기가 내리고 나면 밭고랑 물골에는 빗물이 고이게 된다.
아예 폭우가 내리면 이곳의 빗물은 흘러서 개울로 빠져버리지만,
적당히 비가 오면 밭고랑 곳곳 움푹한 곳마다 빗물이 고이는 것이다.
여울이와 여울이네 아기고양이들에게는 이 밭고랑 빗물이 식수나 다름없다.
심지어 이웃 영역의 당돌이와 순둥이도
이곳의 ‘고양이 오아시스’를 이용할 때가 많다.
그렇다. 나는 이 밭고랑에 고인 빗물을 고양이 오아시스라 불렀다.
샘처럼 솟아나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요즘에는 언제나 그곳에 가면 고인 물이 있었다.
몇 며칠 뙤약볕이 내리쬐어 고양이 오아시스가 말라붙어도 걱정 없다.
또 다시 소나기가 한 차례 내리고 나면
오아시스는 또 생겨날 것이기 때문이다.
있다가 사라지고, 없다가 다시 생겨나는 오아시스.
더위에 지친 고양이들의 목을 축여주는 생명수.
특히 물 찾기가 쉽지 않은 아기고양이들에게는
이 노천이 그야말로 생명수인 것이다.
목마른 고양이는 오라.
여기 고양이 오아시스가 있다.
* 길고양이 보고서::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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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2010.08.05 09:17
아 그래도 다행 입니다
이렇게 목을 축일수 있느 곳이 있어서 ^^
거의 다 말라가는 오아시스에서 물을 먹느 녀석들이 조금은 안습럽기도 하고
또한 그러면서도 이것마저도 없었으면 어쩔뻔 했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제가 밥을 주는 아이들도 혹여 목이 마를까 물을 따로 챙겨주곤 했었는데 먹지 않더라구요
다행하게도 텃밭주위라 물받이 통들이 있는데 거기서 물을 먹더라구요
참 영특한 녀석들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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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이족 2010.08.05 10:18
에궁...
좀 더 깨끗한 물이었으면 좋을 텐데... ㅜㅜ
그래도 시골이니 길냥씨들이 아쉬우나마 마실 수 있는 물이라도 있는 것이겠지요.
확실히 물가가 시원한가봐요, 냥이들이 배를 찰싹, 붙이고 앉은 거 보면요.
금년 여름은 흡사 94년도의 그 휘황찬란 태양의 냄새가 나는 무더위를 연상시킵니다.
달력을 보니 8일이 입추, 9일이 말복이네요.
주말이 늦여름, 초가을을 알리는 날들...
하지만 지금처럼 이런 무더위여서야 어디...
9월까지는 찐다고 하더군요.
어서 빨리 가을이 와서 달리님, 길냥씨들, 이곳을 찾는 모든 분들이 한결 살기 좋은 시절을 맞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