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고양이에게 하는 말 "좀 안아보자"

|

할머니가 고양이에게 하는“좀 안아보자”

 

전원주택 할머니는 여러 해 동안

길고양이를 거두어 마당에서 밥을 주면서도

고양이를 안아본 적이 별로 없다.

전원고양이 중에 할머니가 유일하게 만지고

안을 수 있는 고양이는 산둥이가 유일하다.

 

 

산둥이는 나에게도 매우 호의적이어서

언제든 몸을 맡기곤 한다.

어쩌다 한번씩 이곳의 최고령 고양이인

금순이도 할머니의 손길을 허락하긴 한다.

얼마 전엔 할머니가 현관에서 밥그릇이 있는 곳까지

금순이를 옆구리에 끼고 옮긴 적도 있다.

 

 

전원고양이들은 할머니가 현관문을 열고 나오면

일제히 우르르 몰려들어 할머니를 둘러싸곤 한다.

이건 거의 매일 보는 풍경이다.

엊그제는 할머니가 자신에게로 몰려든 고양이를 보고

한마디 했다.

“요놈들, 한번 좀 안아보자.”

 

 

 

할머니가 손을 내밀자 녀석들은 뒤로 한발씩 물러났다.

드디어 할머니는 가장 가까이에 있던

고래를 안아올렸다.

“아이구, 처음으로 고래를 안아보네.”

할머니는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할머니가 고래를 안고 있자

옆에서 지켜보던 처녀개 반야가 심통이 났다.

자기도 좀 안아달라며

할머니에게 달려들었다.

앞발을 올려가며 연신 할머니에게 내밀었다.

기분이 좋아진 할머니는 집으로 들어가

커다란 통조림을 가지고 나와 인심을 베풀었다.

 

 

사실 얼마 전부터 할머니의 건강이 안좋아지면서

할머니의 심경에도 변화가 생겼다.

여러 번 요청을 드렸던 중성화수술을 받아들인 것이다.

문제는 녀석들을 포획하는 일이다.

포획만 하면 차량지원과 TNR은 도맡아 주신다는 자원봉사자가 있지만,

포획이 다 이루어질지가 걱정이다.

 

 

포획에 따른 자원봉사자를 모집해볼까, 도 생각해 봤지만,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에까지

자원봉사자가 올 리도 없었다.

어쨌든 손이 닿는 데까지 녀석들을 데려다 중성화수술을 시킬 예정이다.

생각하긴 싫지만, 혹시라도 할머니가 몸져눕게 되는

나중의 일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셈이다.

 

* 길고양이 보고서:: http://gurum.tistory.com/

* 트위터:: @dal_lee

나쁜 고양이는 없다
 
* 아래 뷰추천을 누르면 길고양이 후원이 됩니다.

'길고양이 보고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빛에 물든 고양이  (14) 2011.11.14
좌절금지  (18) 2011.11.11
기자까지도 저작권 침해, 포털은 방관  (55) 2011.11.10
낙엽 가지고 노는 고양이  (10) 2011.11.10
희귀장면 포착, 고양이밥 먹는 물까치떼  (31) 2011.11.09
낙엽길에 나뒹구는 고양이  (17) 2011.11.07
요렇게 이쁜 우리 엄마  (32) 2011.11.04
묘(描)지기  (12) 2011.11.03
고양이 꼬리 놀이  (11) 2011.11.02
쪽빛 하늘을 걷는 고양이  (20) 2011.11.01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