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은밀한 곳의 가장 달콤한 꿀, 석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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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은밀한 곳의 가장 달콤한 꿀, 석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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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청은 한마디로 바위 틈에서 나는 토종꿀을 말한다. 보다 자세히 말하자면, 토종 야생벌이 깊은 산속의 바위 틈에 집을 짓고 모아놓은 자연 그대로의 꿀을 석청이라고 한다. 야생 벌들이 좁은 바위 틈새에 집을 짓다 보니, 한 곳에서 나는 석청의 양은 기껏해야 두세 숟가락 정도이거나 많아봐야 한되도 되지 않는 적은 양인데, 이 때문에 석청은 예부터 매우 귀한 꿀로 여겨 약으로 쓰이기도 하였다. 이 귀한 석청을 채취하는 사람을 석청꾼이라 하는데, 쉽게 말해 석청꾼은 꿀사냥꾼인 셈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석청꾼이 남아 있는 곳은 강원도 인제군 북면 일대와 홍천군 내면 일대, 전북 장수군 산서면 정도이다.

장수에서 만난 석청꾼 최근성 씨에 따르면 벌들이 좋아하는 장소는 우선 천적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안전한 곳이라야 한다. 예를 들어 거미가 있어서 거미줄을 치거나 대추벌과 왕벌, 두꺼비나 너구리가 있는 곳은 좋지가 않다. 또한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며, 습기가 없고 볕이 잘 드는 곳이라야 한다. 한마디로 안전한 장소의 양지바른 바위 틈새를 좋아한다는 얘기다. “바위가 없을 경우에는 큰 나무가 있는 곳을 좋아해요. 벌들에게 큰 나무란 자잘한 나무 사이로 우뚝 솟은 나무 한 그루가 있으면, 그게 우리 눈에는 크지 않더라도 큰 나무입니다. 그리고 벌들은 1000고지 이상은 살지 않아요. 약간만 흐려도 안개가 끼고 비가 오니까, 야들은 부실부실 약간만 비가 와도 일을 안해 버립니다.” 그러나 또 너무 낮은 곳은 여름에 덥고 시원하지 않은데다 먹이도 별로 없고, 천적이 많기 때문에, 보통 벌들은 600~700고지 사이의 공간을 가장 좋아한단다.

이 야생의 벌들은 분봉도 자연적으로 해나가는데, 한 군데서 많게는 서너 번 정도 분봉한다고 한다. 야생에서 적응해 온 벌들이므로 이들은 인위적으로 키우는 토종벌과 달리 한두달 정도 비가 와도 여간해서 죽지 않을 만큼 생명력이 강하다고 한다. “야들이 영리해서, 겨울에 꿀이 적을 경우에는 여왕벌이 군사 조절을 해요. 남아 있는 먹이에 맞춰 산란을 조절하는 것이죠. 그러나 벌의 숫자가 너무 적을 경우에는 다 얼어죽습니다. 어느 정도 숫자가 되어야 벌들이 체온을 유지해 무사히 겨울을 날 수 있는 거죠.”

최근성 씨에 따르면 보통 벌들은 장마철이면 봄에 마련한 꿀을 축내는 시기라고 한다. 그래서 꿀을 채취하는 시기도 장마가 시작되기 바로 전부터 하는데, 6월이 바로 적기라고 한다. 그러나 비가 약간 오거나 흐린 날 꿀을 채취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 맑은 날에 비해 벌들이 사나워지기 때문에 이 때는 면사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가을에도 꿀을 따기는 하지만, 가급적 가을에는 따더라도 겨울을 날 정도의 꿀을 남겨두고 딴다고 한다. 가을에 꿀을 몽땅 따 버리면, 벌들이 겨울을 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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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청꾼에 따르면 계절에 따라 석청의 농도가 달라서 여름에 딴 꿀은 봄이나 가을보다 수분이 많단다. “그래서 여름에는 꿀을 따다가 자연 증발이 되게 가만 놔둡니다.” 일반적으로 토종벌을 치는 농가에서 간혹 더 많은 꿀을 얻기 위해 벌집에 열을 가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하면 영양이 다 파괴될뿐더러 맛도 달라지고, 향도 날아간다고 한다. “꿀은 열을 가하면 안돼요. 먹을 때도 꿀과 함께 음식물을 넣어서 끓이거나 익혀먹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거면 꿀을 먹을 필요가 없죠. 영양도 파괴되고 맛도 떨어지니까. 그렇다고 냉장고에 보관해도 안돼요. 원래 야생 벌집의 온도가 항상 20~25도를 유지하는데, 일반 가정에서도 그 온도를 유지해 주는 게 좋아요. 천연 꿀 안에는 꽃가루나 로얄제리가 포함돼 있어 그것이 실온에서 발효를 합니다. 그러면서 이로운 성분이 새로 발생하는 거죠. 이 때 발생하는 가스는 소화기능에 좋다고 합니다.”

석청이 위나 장에 좋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그밖에도 석청은 해소, 천식, 감기와 기침에도 좋다고 한다. “이게 또 시린 이에 좋아요. 저녁에 꿀을 먹은 뒤 이를 닦지 않아도 이가 썩지 않습니다. 변비에도 좋고, 숯치질 있는 분덜 석청 먹다 보면 어느 새 없어진다고 먹어본 사람덜이 그래요. 당뇨병 환자들이 먹어도 당의 변화가 없대요. 특히 술 먹은 뒤에 석청을 먹고 자면 아침에 가뿐하게 일어나요.”

일반 토종꿀과 석청은 맛에 있어서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 달큰한 맛은 서로 비슷하나 석청은 먹고 나면 목이 싸한 것이 혀 안쪽에 얼얼한 맛이 오래 남는다고 한다. 토종벌이 1년에 한번씩 채취하는 것에 비해 석청은 2~3년에 한번 채취하니까 맛과 향이 훨씬 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역이나 고도에 따라 석청의 맛과 향도 조금씩 달라진다. 보통 고지대에서 나는 꿀은 달고, 독하지 않으며, 양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저지대의 꿀은 약간 쓰고, 걸쭉한 대신 양이 적다고 한다. 사람도 맑은 공기 속에서 사는 것이 좋은 것처럼 벌도 약간 높은 곳이 더 좋은 모양이다. 석청을 거르고 남은 찌꺼기로는 술을 담기도 하는데, 이것은 이른바 석청주라고 하여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고 한다.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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