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길아기냥의 첫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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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길아기냥의 첫 나들이


순진무구한 아기냥의 이 눈망울을 보라. 세상이 얼마나 험한지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가끔 먹이를 주며 돌보던 어미냥이 드디어 아기냥을 낳았습니다.
작년 초겨울 다섯 마리의 새끼를 낳은 지 해를 넘겨 다시 새끼를 낳았습니다.
정확히 어미냥이 몇 마리의 새끼를 낳았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새끼를 낳은 둥지는 텃밭의 둔덕에 뚫린 구멍 속이어서
잘 보이지가 않아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아기냥이 밭둔덕의 둥지 속에서 빤히 바깥 세상을 내다보고 있다.

다만 며칠 전 자정 무렵 어미냥과 한 마리의 아기냥이
밭둔덕에 올라 달빛 아래 노니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그리고 둥지에 뚫린 구멍 밖으로 또 한 마리의 아기냥이 고개를 내민 것도 확인했습니다.
최소한 두 마리는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둥지 속의 한 마리는 너무 어려 아직 바깥 외출이 겁나는 모양입니다.


바깥 세상이 궁금한 아기냥. 자꾸 둥지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나오려 한다.

약 열흘 전부터 집앞에서는 아주 작게 아기냥 우는 소리가 들리곤 했습니다.
집앞에 자주 오는 어미냥이 배가 불룩하던 터라
나는 혹시,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아기냥이 우는 곳은 바로 어미냥이 사는 밭둔덕의 둥지 속이었습니다.


드디어 둥지 밖으로 한발 대딛은 아기냥.

며칠 전부터 나는 창문 밖을 내다보며 둥지의 동태를 살펴왔습니다.
아기냥이 아직 젖냥이인지라 아직 바깥 외출을 하기에는 너무 위험한 시기입니다.
그래서 아기냥이 몇며칠 한밤중에만 잠깐씩 둥지 밖으로 나와 놀다가
곧바로 들어가는 모습만 보곤 했습니다.


아기냥이 둥지 밖을 나와 한발한발 어미냥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아기냥에게 젖을 먹이려면 무엇보다 어미냥이 잘 먹어야 하는데,
최근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어미냥이 집앞에 나타나 그때마다 나는
블로거들이 선물해준 가다랑어 캔과 파우치, 국물 낸 멸치와 간식을 갖다주며
어미를 보살펴왔습니다.
어미냥이 새끼를 키우는데 작은 보탬이 되기를 바라면서.


어미냥에게 가는 길은 세상의 유혹이 참 많기도 하다. 사진 찍는 나를 발견하고 깻잎 사이로 몸을 숨기기도 하면서...그래도 다 보인다 임마!

그리고 오늘 드디어 아기냥의 첫 외출을 보았습니다.
물론 그래봐야 서너평도 안되는 텃밭이 고작이지만,
아기냥의 눈에 비친 세상은 아무래도 신기함 그 자체인 모양입니다.
텃밭에 심어놓은 깻잎에 코를 대고 킁킁거리기도 하고
밭둔덕의 비료포대를 앙증맞은 발로 툭툭 건드려보기도 합니다.


텃밭에서 즐기는 어미냥과 아기냥의 데이트.

어미는 텃밭 한가운데서 아기냥의 첫 외출을 돕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기냥의 외출은 하늘에 뜬 구름도 구경하고
깍깍 우는 까치 소리에 정신이 팔려 더디기만 합니다.
뒤뚱뒤뚱 가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넘어진 김에 풀썩 주저앉아 앞발 세수를 하기도 합니다.


내가 좀더 다가서려 하자 어미냥이 위협적인 울음으로 걸음을 멈춰세운다.

이 녀석 아직 젖냥이이지만,
다 큰 길고양이 하는 짓을 다 따라 합니다.
고양이 세수에서부터 아크로바틱 자세까지.
게다가 내가 사진 찍는 것을 발견하고는 깻잎과 깨포기 사이로 몸을 숨기기도 합니다.
둥지를 빠져나올 때는 주변의 동정을 살피기도 하고,
골목길에 사람이라도 지나가면 재빨리 둥지 속으로 숨어들어가기도 합니다.


이 녀석 벌써 성장한 길고양이가 하는 모든 행동을 다 따라하고 있다.

어미냥은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혹여 내가 가까이 다가서기라도 하면 위협적인 울음으로 나를 멈춰세웁니다.
그동안 내가 열심히 먹이를 주었지만,
새끼를 보호하려는 어미냥의 모성 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는 일입니다.
그래도 7~8미터 앞까지는 내가 다가가도 어미냥이 가만 있는 것을 보면
그동안 먹이를 주었기 때문에 많이 봐주는 듯합니다.


텃밭을 몇번 왔다갔다 했더니 힘든 모양인지 헥헥거린다(위). 그래도 호기심은 여전, 날아가는 까치를 올려다보는 아기냥(아래).

어쨌든 몇며칠 동안 관찰한 바에 따르면,
녀석의 공식적인 외출은 오늘이 처음입니다.
녀석은 둥지를 나와 어미냥의 품에 안깁니다.
둥지에서 고작 3~4미터 떨어진 거리입니다.
한참 후에 어미는 둥지에서 5~6미터 떨어진 곳까지 자리를 옮겨
아기냥을 부릅니다.
한번 나들이를 경험한 아기냥은 이제 쪼르르 하고 금세 어미냥에게 달려갑니다.


둥지 앞에 앉은 아기냥. 부디 귀엽고 늠름한 길고양이로 자라다오.

아기냥은 아직 젖냥이에 불과하지만,
곧 젖을 떼고 어미와 헤어져 독립적인 영역에서 살아갈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의 희봉이, 깜냥이처럼
귀엽고 늠름한 길고양이로 자랄 것입니다.

* 웃지 않으면 울게 된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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