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름다운 돌너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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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돌너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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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이곡리 돌너와집. 멀리서 보면 물고기 비늘을 이어놓은듯 아름답다. 내가 만난 가장 아름다운 돌너와집이다.

지붕에 올리는 돌의 무게 4~5톤, 돌조각 약 1천여 개 사용

하필이면 억수같은 장대비가 퍼붓는 주말에 강원도로 옛집기행을 떠났다. 10년 전과 4년 전에 떠돌았던 길을 다시 한번 떠돌았다. 강원도 평창 땅에 들어서자 비는 더욱 거세졌다. 평창읍 이곡리에는 돌너와집이 한 채 낮은 산을 배경으로 들어서 있다. 돌지붕에서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헤비메탈처럼 들리는 돌집 마당에서 주인장을 불러보지만 아무런 기척이 없다. 본래 이곳에는 할머니 한분이 살고 계신데, 어디 인근 밭에라도 나간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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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너와집 위로 쏟아지는 억수같은 장대비.
 
이 곳의 돌너와집은 세 칸짜리 본채와 헛간채가 ㄱ자 모양을 이루고 있다. 둘다 돌너와집이다. 옆에는 밭이 펼쳐져 있고, 뒤로는 야트막한 바위산, 앞에는 개울이 흐르고 있어 이 곳의 돌너와집 분위기는 다른 어떤 곳보다 운치 있는 풍경을 연출한다. 내가 만난 돌너와집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돌너와집이다. 지붕 위쪽에 새로 돌너와를 올린 흔적이 있어 몇 년 전까지도 지붕을 수리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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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너와집의 물고기 비늘 무늬.

지붕 끝에는 돌너와가 끝나는 부분에 슬레이트를 차양처럼 잇대어 놓았다. 현재 돌너와집은 이 땅에 예닐곱 채 정도밖에 남지 않았고, 곧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과거 웃마을인 조동리와 지동리에도 이와 같은 돌너와집이 흔했으나, 지금은 모두 지붕개량을 한 상태이고 지동리에 돌너와를 얹은 자그마한 헛간채가 한 채 쓰러질듯 남아있을 뿐이다. 평창읍과 미탄면 지역에서는 지금도 옛날 돌너와집을 걷어낸 집 주변이나 담 한 켠에서 지붕에 올렸던 청석조각 무더기를 흔하게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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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바라본 이곡리 돌너와집 풍경.

<미탄면지>에 따르면, 조선시대 때부터 주택개량사업이 본격화된 1970년대까지만 해도 미탄면 일대에는 돌너와집(돌기와집)이 상당히 많았다고 한다. 특히 창리, 회동리, 평안리에 가장 많은 돌너와집이 있었고, 돌기와의 원석인 조석과 청석이 미탄면 회동리 일대에 다량 매장돼 있어 이를 자연스럽게 지붕의 재료로 활용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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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너와집 뒤란 벽에 걸린 다래끼와 종다래끼.

물고기 비늘무늬가 아름다운 돌너와집 지붕

지역에 따라 돌너와집은 돌지붕집, 돌기와집, 돌집, 돌능에(애)집, 돌능와집 등으로도 불린다. 돌너와집은 얇게 쪼개지는 성질을 가진 청석과 조석이 많이 나는 고장(강원도 평창, 정선, 충북 보은, 영동, 청원 등)에서 주로 볼 수 있었다. 돌너와집은 가까이에서 보면 손바닥만한 돌판에서부터 구들장만한 것까지 마치 지붕에 물고기 비늘을 이어놓듯 얇은 돌판을 서로 맞물려 놓은 모습인데, 멀리에서 보면 그 모습이 마치 커다란 물고기 등짝처럼 아름다운 무늬를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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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신월2리 돌너와집 풍경.

돌너와를 올리는 방법은 이러했다. 용마루를 진흙으로 이겨 올리고 흙이 마르기 전에 사방 1~2자 짜리 돌기와를 진흙에 박아놓고 그 다음부터 조금씩 작은 돌로 이어서 내려가다 처마끝 부분에 또다시 1~2자 크기의 돌을 이어 물받이가 되도록 했다. 여름 장마 때 심한 비바람 속에서도 물이 쭉쭉 빠져 처마 밑으로 떨어지게 되고 중심부분의 작은 돌들은 상층부와 하층부의 큰돌에 힘입어 움직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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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란에서 바라본 돌너와집 사랑채.

이렇게 돌너와집 지붕에 올리는 돌은 무게로 따지면 대략 4~5톤에 이른다고 하며, 그 크고 작은 돌판의 수도 약 1천여 개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무게에도 돌너와집은 한번 이어 놓으면 20년까지는 손을 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한때 농촌에서는 돌너와집이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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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마당에 핀 해바라기 너머로 보이는 신월리 돌너와집.

정선에 남은 돌너와집은 상황이 좋지 않은 편이다. 정선읍 신월2리에도 ㄱ자 돌너와집이 한 채 남아 있는데, 규모는 이곡리 집보다 크지만 지붕의 상태는 그리 좋지 못한 편이다. 현재 이곳에는 거동이 불편한 80세의 할머니가 혼자 살고 있다. 정선군 남면 유평1리에도 돌너와집이 한 채 남아 있다. 신명선 돌너와집. 이 너와집은 정선읍과 남면읍을 잇는 429번 지방도 도로 옆에 바짝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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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월리 돌너와집의 부엌 풍경.

유평리 돌너와집은 속도를 내서 달리다보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세칸짜리 집의 벽체는 시멘트를 발라놓았지만, 지붕에 얹어놓은 돌너와는 손바닥만한 것에서부터 구들장만한 얇은 돌이 어울려 우아하고 아름다우며 품위가 있어 보인다. 사실 정선에는 나전과 동면에도 최근까지 돌너와집이 남아 있었지만, 모두 지붕개량을 하고 말았다.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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