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 감동시키는 라오스의 딱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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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 감동시키는 라오스딱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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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가 국교인 동남아 국가에서 이따금 만나게 되는
독특한 풍경 중 하나가 딱밧이다.
우리말로 탁발이라고 부르는 딱밧은 모두가 알다시피
신도들로부터 승려가 음식을 공양받는 것을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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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려들이 저마다 바리때를 매고 딱밧(탁발)을 위해 사원을 나서고 있다.

흔히 여행자들은 라오스의 딱밧을 동남아 국가 중에 으뜸으로 꼽는데,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워낙에 사원이 많은 나라이기 때문에
그 많은 승려들의 딱밧 행렬은 그야말로 장관이고 감동의 풍경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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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카린 거리, 끝이 안보이는 승려들의 딱밧 행렬.

더구나 사원의 도시로 불리는 루앙프라방의 딱밧 행렬은
라오스에서도 단연 최고로 친다.
루앙프라방을 찾는 여행자 중에는 순전히 이 딱밧을 보기 위해
먼 여행길을 달려온 이들도 있다.
심지어 여행사에서는 아예 딱밧 구경을 여행상품으로 내놓은 곳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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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밧에 나서는 승려들의 행렬과 무릎을 조아린 신도들의 공양으로 루앙프라방의 아침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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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앙프라방에 머무는 동안 나는 4일에 걸쳐
이 장엄하고 경건한 감동의 풍경을 만났다.
루앙프라방에서는 매일 새벽 6시에 딱밧 행렬이 시작된다.
새벽 6시가 되면 모든 사원의 승려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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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밧을 보기 위해 6시쯤 숙소 앞에 무릎을 꿇고 앉은 여행자.

그러나 아무 사원에서 아무 거리로 마구 쏟아져나오는 것이 아니라
라오스 최고의 사원으로 꼽히는 왓 씨앙통을 출발점 삼아
승려들은 싹카린 거리로 향한다.
이 때 승려들은 항아리처럼 생긴 바리때(공양 그릇)를 오른쪽 어깨에 매고,
맨발로 거리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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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앙프라방에서는 외국의 여행자가 승려들에게 공양하는 풍경을 흔하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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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는 이미 공양을 하러 나온 신도들이 무릎을 조아리고 앉아
역시 맨발 상태로 저마다 공양 그릇을 앞에 놓고 대기하고 있다.
드디어 승려들이 탁발에 나서면
신도들은 손가락으로 밥알을 찹쌀경단만하게 뭉쳐
승려들의 바리때에 넣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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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들과 여행자에게 공양 연꽃을 팔러 나온 소녀.

워낙에 탁발 승려가 많다보니
모든 승려들에게 공양을 하려면 그 양을 조절해야 하는 것이다.
신도들이 바치는 것은 밥뿐만이 아니다.
어떤 신도는 찹쌀떡을 바치기도 하고,
또 어떤 신도는 바나나를 잔뜩 가져와 하나씩 건네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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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려들에게 공양하기 위해 가지고 나온 초코바(위). 밥을 한통 사서 공양에 나선 외국인 일가족(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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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하면 가게에서 과자를 잔뜩 사와서
하나씩 나눠주는 사람도 있고,
어디선가 연꽃을 한 무더기 잘라와 한 송이씩 바치기도 한다.
공양이라고 해서 꼭 음식만 바치라는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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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공양을 나온 라오스 소녀(위) 승려들의 딱밧 행렬을 기다리는 사람들(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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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 신도가 아닌 여행자들도 아침 공양에 나선다.
유럽에서 온 일가족 3명은 아예 밥통을 사서 공양에 나섰고,
어떤 한국의 여성은 떡을 잔뜩 사서 공양을 했으며,
또다른 동양계 여성은 초코바를 하나씩 나눠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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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6시부터 딱밧을 보기 위해 나온 여행자들.

이 무렵 싹카린 거리에는 딱밧 행렬을 보려는 여행자들도 길게 늘어서 있다.
그들은 사진도 찍고 더러는 합장을 하며 승려들의 행렬을 지켜본다.
딱밧에 나서는 승려들은 대부분 수행자 신분이므로
나이가 어려서 우리로 치면 초등학생 정도의 나이에서부터 중고생 나이까지
이른바 소년과 청년승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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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양에 나선 외국인 여행자들은 자연스럽게 현지인들과 어울린다.

이들은 싹카린 거리가 끝나는 사거리에 이르러
사원별로 나눠진 구역으로 흩어져 탁발을 하다가
사원으로 되돌아간다.
이때 사원 앞에는 거지들이 기다리기도 하며,
승려들은 탁발한 공양밥을 거지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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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밧을 마치고 사원으로 돌아가는 승려들의 주황색 행렬.

사원으로 돌아온 승려들은 불탑과 불단에
우선 탁발한 양식을 일부 떼어 공양하고,
절집에서 키우는 개와 고양이에게도 이것을 나누어준다.
사원의 승려들은 남은 음식으로 아침 공양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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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들이 공양한 밥을 승려들이 불탑에 다시 공양한 모습(위). 탁발을 다녀온 승려들이 불탑에 아침 공양을 바치고 있다(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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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신도들은 승려들에게 공양하고,
승려들은 거지와 부처, 세상의 날것들에게 공양을 하는 셈이다.
라오스에서는 먹는 밥조차 이렇게 환생을 위해 순환한다.
순환하는 것들의 윤회가 루앙프라방에 그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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