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로 얽힌 거미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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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로 얽힌 거미줄


거미줄을 역광으로 들여다보면 마치
잘 짜여진 광섬유 조직을 보는 듯하다.
숲에서 늪가에서 거리에서 거미줄을 쳐놓고
한가롭게 기다리는 거미를 보노라면,
낚싯대를 드리운 채 세월을 낚는 강태공이 생각난다.

매일매일 거미줄을 치고, 수리하고
다시 그것을 먹어치웠다가 또 생산해내는 것을 보면
이 녀석이 숲속의 페넬로페인 것도 같고,
하여튼 집 하나는 세상에서 가장 멋드러진 집을 지닌 것만큼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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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만난 가시거미의 멋진 거미줄.

특히 가시거미나 호랑거미, 산왕거미의 거미줄은
건축가 가우디도 따라가지 못할 멋진 건축이다.
이따금 녀석의 그물에는 걸리라는 곤충은 안걸리고 뭉게구름만 덩실 걸려있기도 하고,
하늘만 파랗게 걸려 있기도 하지만,
녀석은 마냥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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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는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멋진 건축 솜씨를 지녔다.

마치 기다리는 게 일인 것처럼.
걸리는 녀석만 잡고,
빠져나가는 것들에게는 미련을 두지 않는다.
크든 작든 상관하지 않는다.
그렇게 거미는 한 세상을 욕심없이 건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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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공중 다리를 설치한듯 파란 하늘을 건너가는 무당거미.

* 거미줄의 비밀

거미는 지구상에 그 종류만도 4만종에 이를 만큼 강력한 생물집단이다.
거미는 뱃속에 실샘이란 것이 있어
거기서 액체 상태의 거미줄을 만들어낸다.
이 거미줄액은 꽁무니에 있는 실젖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하는데,
이것이 공기와 만나 고체 상태의 거미줄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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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구슬같은 이슬이 잔뜩 매달린 거미줄.
 
이 거미줄은 주로 단백질로 이루어진 천연 섬유인데,
탄성이 강해 강철보다 몇 배나 강하고,
방수성과 신축성 또한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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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들밭의 긴호랑거미와 거미줄.

하나의 거미줄은 이동선과 포획사, 포박선 등 여러 가지로 나뉘어 지는데,
이동선은 주로 이동과 비행용으로 매끈한 나일론 섬유와 같고,
포획사는 끈끈이 성분을 발라 먹이를 잡는데 사용한다.
그리고 먹이를 포획했을 때
몸속에서 따로 포박선 거미줄을 내뿜어 먹이를 결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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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을 포획해 결박하고 있는 긴호랑거미.

주로 바퀴살 모양의 세로줄이 이동선이고,
둥글게 둘러친 줄이 포획사이다.
거미는 거의 매일같이 새 거미줄을 치고,
용도가 다하면 먹어치우고, 다시 치는 일을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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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에 묻은 이슬을 제거하고 있는 호랑거미.

가끔 빗방울이나 이슬이 거미줄에 묻는 경우
끈끈이 성분의 접착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거미는 거미줄을 흔들어
물방울을 떨어뜨리거나 먹어치움으로써 그것을 제거한다.
거미마다 거미줄의 모양새도 약간씩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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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수리하고 있는 산왕거미(위)와 주홍날개꽃매미를 포획한 산왕거미(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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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풀거미는 미로처럼 복잡한 거미줄을 치고,
호랑거미는 흰색의 X자형 거미줄을 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무당거미 수컷은 암컷을 유혹할 때 거미줄을 튕겨 사랑을 고백한다고 하며,
어떤 거미는 거미줄 위에서 춤을 추는 것으로 사랑을 전한다고 한다.
그렇게 거미는 거미줄 위에서 조용하지만 치열한
사랑과 전쟁을 동시에 치러낸다.
 
* 웃지 않으면 울게 된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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