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봉숭아꽃 관람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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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봉숭아 꽃구경 하더니




요즘에도 길고양이 바람이는 한낮 대부분의 시간을
우리 집 테라스 아래서 보내곤 한다.

녀석은 아직도 나에게 일정한 거리를 두고,
절대로 그 거리 이상을 넘어오려 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녀석은 서비스라고 한다는 것이 테라스 바위까지 나와 누워 있거나
종종 마당에 내려오는 게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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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눈망울로 봉숭아꽃을 구경하는 바람이.

요즘 우리집 마당에는 봉숭아가 한창이다.
그런데 오늘 뜻하지 않은 바람이의 면모를 발견했다.
애교도 없고, 낭만도 없이 답답하기만 한 바람이가
어쩐 일인지 테라스 아래로 내려와
봉숭아 꽃구경을 하는 게 아닌가.
눈을 씻고 다시 보아도 봉숭아 꽃구경 하는 거 맞다.
"그러다 너 발톱에 봉숭아 꽃물 들인다 그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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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이나 봉숭아꽃을 구경하던 이 녀석의 눈빛이 흔들린다....이 녀석 꽃을 안 보고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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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지켜보고 있자니
한참을 녀석은 봉숭아 앞에서
넋을 잃고 꽃구경을 하고 있는 거였다, 고
생각했는데, 나의 착각이었다.
녀석은 봉숭아꽃을 보는 척하면서
봉숭아꽃 너머로 보이는 먹이그릇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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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너 지금 꽃구경 안하고 어디 가!....그러니까 뭐야...바람이 너 좀 전에도 꽃구경하는 게 아니라 먹이그릇을 보고 있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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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앞에 서 있으니
이 녀석 가까이 오지는 못하고, 그저 봉숭아꽃 앞에서
괜히 얼쩡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 자식 참... 그럼 그렇지...
‘낭만 고양이’의 피는 단 한방울도 물려받지 않은 녀석같으니라구...
그래도 녀석의 식사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 내가 뒤로 서너발 물러나자
녀석은 기다렸다는 듯 봉숭아꽃 그늘로 내려와
계단에 놓아둔 먹이그릇을 향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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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많이 먹어라...왜 봉숭아꽃도 먹지 그러냐...

그리고는 순식간에 우적우적 그 한 그릇을 다 비워버렸다.
이 녀석은 밥 먹고 그루밍도 안 하나,
식사가 끝나자 바람이는 곧바로 테라스 아래로 들어가버리는 거였다.
이 녀석의 재롱을 보는 것은 영영 글러먹은 것일까.

* 고양이의 사생활::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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