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안전한 곳에서 가장 위험한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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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안전한 곳에서 가장 위험한 곳으로

 

 

개울의 배수구를 은신처로 살아가던

대모네 식구가 새로운 영역으로 이사를 갔다.

옛날에 가만이네 카오스가 살던 폐차장으로.

다시 말해 무럭이네 삼남매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영역에서 지척인 곳으로

영역을 옮겼다.

 

"여기가 새로 이사한 곳이에요. 잘 부탁해요, 아저씨!"

 

가장 안전한 곳에서 가장 위험한 곳으로.

녀석들은 왜 하필이면 이렇게 위험한 곳으로 영역을 옮겼을까?

사실 장마를 앞두고

가장 먼저 새끼를 밴 것으로 추정되는 대모가 개울을 떠났다.

하지만 녀석의 행방은 지금도 묘연하다.

마을 근처를 아무리 훑어보아도 대모의 행방은 찾을 수가 없다.

 

"여기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요. 쉼터도 있고, 망가진 차들도 많고..."

 

대모가 개울을 떠나고 얼마 뒤

대모네 아이들인 재미와 소미, 그리고 손자 꼬미가 영역을 옮겼다.

세 마리가 함께 옛날 카오스가 살던 폐차장으로 이사를 한 것이다.

아마도 대모는 중고양이가 다 된

자식들과 손자를 무주공산이 되어버린 폐차장으로 독립시킨 게 분명했다.

그러면서 정작 자신은 개울도 아니고, 폐차장도 아닌 먼 곳으로 떠나버렸다.

어쩌면 출산과 육묘를 위해 안전한 은신처에 머물고 있는지도 모른다.

 

폐차장 폐차 밑에 앉아 있는 소미(위)와 망가진 승용차에서 밖을 내다보는 재미(아래).

 

과거에도 대모는 한달 넘게 보이지 않다가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난 적이 있다.

이번에도 대모는 개울을 떠나서 한달 가까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재미와 소미, 꼬미 녀석은

대모가 떠난 뒤에도 몇 며칠 개울에 머물렀지만,

예고도 없이 갑자기 배수구를 버렸다.

이유는 어느 날부터인가 배수구에 물이 흘러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비가 내린 것도 아닌데, 무논에서 물을 흘려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차 안에 있던 꼬미(위)와 재미(아래)가 사료배달이 오자 밖으로 뛰쳐나오고 있다.

 

벼농사라는 게 그렇다.

모내기할 때는 물이 모자라서 개울물에 양수기를 대고 퍼나르다가도

벼가 어느 정도 자라기 시작하면

묵은 물을 빼내고 새로운 물을 논에 댄다.

장마철까지는 물대기와 물빼기가 계속 진행되는 것이다.

그에 따라 대모네 식구들이 은신처로 삼던 배수구에 늘 물이 흘러넘치게 된 것이다.

물이 흐르는 배수구는 더 이상 고양이의 은신처가 될 수 없었다.

결국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꼬미와 재미, 소미도 이곳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폐타이어 더미 위에 앉아 있는 꼬미.

 

그렇게 꼬미와 재미, 소미는 어쩔 수 없이 안전한 개울을 떠나

위험한 폐차장으로 오게 되었다.

이 폐차장을로 말할 것같으면 본래 노을이와 무럭이네 영역으로

과거 가만이와 카오스가 영역을 옮겨 노을이의 텃세를 견디며 살았던 곳이다.

그리고 옛날에 여울이와 세 마리의 새끼들을 고양이별로 떠나게 한

쥐약사건의 장소인 텃밭이 지척에 있는 곳이다.

 

폐차장을 나와 옛날 무럭이네 영역 쪽을 기웃거리는 소미.

 

어느 날 폐차장으로 영역을 옮긴 꼬미 일행을 보면서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하필이면 그 많은 곳을 두고 녀석들이 이곳을 택한 것인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내가 녀석들의 세계에 개입해

영역을 다른 곳으로 옮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또다시 나는 하루하루 가슴 졸이며 녀석들의 안전과 생존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재미는 툭하면 쥐약 사고가 났던 텃밭 쪽으로 걸어가곤 한다.

 

지금으로써 내가 녀석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최대한 풍부하게 먹이를 공급해

텃밭에 놓인 이상한 밥 따위는 쳐다보지도 않게 만드는 것뿐이다.

여름의 시작과 함께 폐차장으로 와서 나를 또 노심초사하게 만드는 녀석들.

아랑곳없이 녀석들은 폐차장의 망가진 차를 놀이터 삼아

숨바꼭질을 하고, 캣타워처럼 오르내렸다.

꼬미 녀석은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폐타이어 더미 꼭대기까지 올라가

힘차게 울었다.

 

"캣맘님들! 날도 더운데 사료배달 힘드시죠? 힘내세요. 세상의 모든 고양이들이 당신들을 응원합니다."

 

남의 속도 모르고 녀석들은 벌써 20일 넘게 폐차장에서

유유자적 여유만만이다.

심지어 녀석들은 가끔씩 이곳을 찾는 순둥이와도 어느 새 친해져서

함께 4륜구동 지프 아래서 근심없이 낮잠도 잔다.

내일은 개울 너머 남쪽에서 먹구름이 몰려온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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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And Comment 23
  1. Favicon of http://blog.daum.net/happy-q BlogIcon 해피로즈 2011.06.20 10:28 address edit & del reply

    에구~ 제 가슴도 철렁 내려 앉네요~
    달리님이 또 조바심 치시게 생겼어요~
    소식 전해 듣는 우리야 그저.. 무사하기를 바랄뿐.. 뭘 할 수가 없으니..

    고양이들은 사람들 생각하고 달라서 답답할 때가 많네요..
    저도 지금 길고양이 땜에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ㅠㅠ

  2. Favicon of http://myskylark.co.cc BlogIcon 종달 2011.06.20 10:32 address edit & del reply

    은근 폐차장이 카오스군요;;;

  3. 2011.06.20 10:40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4. 미니 2011.06.20 11:51 address edit & del reply

    이제 봄철 새싹 자랄 때도 끝났으니 텃밭 주인도 좀 덜하지 않을까요?
    그래도 폐차들 덕분에 비를 피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5. 새벽이언니 2011.06.20 11:56 address edit & del reply

    에휴...
    제발 텃밭 근처론 가지도 말아라 ㅠ

  6. 백마탄꽃돌이 2011.06.20 12:48 address edit & del reply

    어?소미 오드아이네요? 아닌가..ㅋ

    • Favicon of https://gurum.tistory.com BlogIcon dall-lee 2011.06.20 12:55 신고 address edit & del

      오드아이 맞아요. 약한. 어두운 곳에서 보면 잘 보이기는 하는데...

  7. nameh 2011.06.20 13:12 address edit & del reply

    아휴.. 어쩌나.. 또다른 고양이 학대기사에서 부터 오늘은 인간에 대한 저주를 퍼붓는 날이네요.. 소름끼치는 인간들과 함꼐 숨쉬고 살아가는게 끔찍하군요..

  8. 또웅이 2011.06.20 14:01 address edit & del reply

    대모는 또 출산을 하는가봐요...몸이 힘들텐데...ㅜㅜ
    재미 소미랑 귀요미 꼬미 함께라 그래도 ...

  9. 소풍나온 냥 2011.06.20 14:21 address edit & del reply

    아아...... ㅜㅡ

  10. 얼음마녀 2011.06.20 15:12 address edit & del reply

    하필 그곳으로....

  11. 미유맘 2011.06.20 16:11 address edit & del reply

    꼬미야, 제발 무사하길.......

  12. 비글엄마 2011.06.20 16:44 address edit & del reply

    열심히 살자!!!

  13. Favicon of http://scole0412.blog.me BlogIcon 바람의라이더 2011.06.20 18:48 address edit & del reply

    얘들아 언제나 조심히 다니렴. ㅜㅜ

  14. 유스티나 2011.06.21 00:32 address edit & del reply

    부디 무사하길..ㅜㅜ 저도 밥주는 냥이 그릇을 어제 누가 치워버려서 덜컥 했거든요. 초보라 장마가 온다니 아이들 밥을 어떻게 줘야하는건지 걱정입니다.

  15. 보노짱 2011.06.21 01:11 address edit & del reply

    요 녀석들은 달리님 덕분에 절대 절대 안전할거라고~ 믿을랍니다~
    암요! 건강하고 명랑하게 무탈하게!

    대모가 보고 싶군요
    조만간 짠~ 하고 나타나서 작지만 너른 품의 든든한 모습 보여주길~~

  16. 당이 2011.06.21 15:48 address edit & del reply

    결국 이들이 폐차장으로 옮겼군요.. 무사하길 바랄뿐입니다..
    대모도 어디에선가 잘 지내고 있기를...^^

  17. 바다 2011.06.21 15:54 address edit & del reply

    또다시 가슴이 철렁하네요......
    아무일 없기를 늘 안녕하기를.....

  18. Xjrtkeh 2011.06.22 00:07 address edit & del reply

    농사하시는 분들아 쥐약을 설치하는 것은 고양이를 죽이기 위해서가ㅜ아닙니다. 쥐를 잡가 위해서죠. 구런대 그것을 고양이가 먹고 죽기도 하는거죠. 농사를 자어보셨다면 쥐약이 왜 팔요한지 아실것입니다.

    • 고정방문자. 2011.06.26 16:52 address edit & del

      님!.. 요즘에 농촌에서 쥐약을 놓는 것은.. 대부분 고양이를 죽이기 위해서 입니다. 우리동네에도 그러니까요! 고양이가 있어서 쥐가 없으니.. 고양이가 자기들 밭좀 파대는 걸 가지고 고양이를 없애기 위해서 쥐약이나 농약을 놓습니다. 쥐가 끓었을때의 피해는 더 크고, 문제가 더 많을텐데... 그건 생각안하고.. 고양이를 죽입니다. 우리동네는 그래서 주변에 고양이들을 아주 씨가 말르도록 죽였습니다. 인간들이 참 이기적이고 잔혹합니다. 생명.. 시골은 생명이 지들 먹을거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잡아먹거나 피해를 입으면 죽이거나!! 이제 쥐가 들들끓어서 피해가 막심해 지면 고양이를 또 데려다 놓겠지요.. 그리고 고양이수가 많아져서 귀찮아지면 죽이고..

  19. 달빛가득 2011.06.22 01:01 address edit & del reply

    아직 성묘가 아닌 아이들이라서 이상한 밥 있으면 건드려볼텐데...안타깝네요. ㅠ

    매일 들러서 매일 글을 읽어보지만 댓글남기는것은 처음인것 같아요.

    저도 제가 사는 동네에서 고양이 사료 준다고 핀잔을 많이 듣는답니다...

    재미소미꼬미가 이상한밥은 먹지 않았으면 하고 바래봐요...농사짓는 곳에서 쥐약을 안놓을수가 없으니까요 ㅠ

    • 고정방문자. 2011.06.26 17:12 address edit & del

      고양이가 있으면 쥐약을 안 놓아도 됩니다. 고양이의 분변 냄새만 맡아도 쥐를 퇴치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을 뿐만 아니라... 고양이가 쥐를 잡는것을 보면 쥐가 생길 수 없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작은쥐는 물론 어른 발만한 쥐도 수마리를 한 꺼번에 잡아 놓은것도 종종 보았으니까요. 쥐를 잡는 이로움이 있다면 밭을 파대서 나는 손해도 있는데.. 피해나는 것만 크게 생각하지 이면의 이로움은 별로 와닿지 않는 모양입니다. 생각들이 단순해서 그러는지...쥐가 끓어서 나는 피해가 더 클까요? 고양이가 용변때문에 밭을 파는 피해가 더 클까요? 굳이 쥐를 잡자면 쥐틀을 놓아도 되죠. 꼭 땅까지 오염시키는 쥐약을 놓아야 할까요? 제가 시골에서 살면서 경험해보니 이러한 상태입니다. 쥐약은 결코 쥐를 잡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20. wansomom 2011.06.23 17:52 address edit & del reply

     
    농사지으시는 멋쟁이 언니오빠엄마아빠할머니할아버지님들!!!

    쥐를 잡으실거라면 쥐약대신 고양이를 놓아주심 안될까요...? 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