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파 쿠와 시간여행을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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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파 쿠와 시간여행을 떠나다
- 하라 케이이치 <갓파 쿠와 여름방학을>

자연에서 멀어질수록 우리는 자연을 동경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어린시절이 아득해질수록 우리는 어린시절을 그리워하게 된다. 우리는 종종 엄연히 다른 자연과 동심을 혼동하곤 한다. 동심 속의 자연만이 순수하다고 믿고 있다. 그 옛날의 밤하늘과 시냇물, 이슬이 맺힌 숲속과 가득했던 꽃들, 동심 속을 날아다니던 반딧불이의 아름다운 궤적, 우연히 만난 숲속의 동물들, 그리고 할머니의 치마춤을 붙잡고 들었던 여우난골의 도깨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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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파 쿠와 여름방학을>을 보는 내내 나는 그 옛날의 어린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난 기분이었다. 다시 현실로 복귀하지 않아도 괜찮은 시간여행. 이야기는 초딩 코이치가 개울가에서 화석같은 돌덩이를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집으로 돌아온 코이치가 그 돌멩이를 물에 씻는 순간, 돌만큼이나 오랜 시간 속에 갇혀 있던 ‘갓파’가 깨어난다. 코이치와 그의 가족은 갓파에서 ‘쿠’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한 식구처럼 지내게 된다. 그런 어느 날 TV에서 옛 갓파의 서식지에 대한 화면을 보고 코이치와 쿠는 그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이미 이 땅에서 사라진 갓파는 만나지 못했지만, 코이치와 쿠는 끈끈한 우정의 끈을 매달고 여행에서 돌아온다. 그러나 갓파에 대한 소문을 듣고 찾아온 기자들에게 발각되면서 이야기는 ‘쿠’의 현대적 재수난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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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파는 일본의 설화 속에 나오는 강이나 호수 등 물가에 사는 요괴로, 한국의 도깨비와 비슷한 캐릭터다. 갓파의 머리 위는 접시처럼 움푹 패어 여기에 물이 담겨 있는 동안에는 괴력을 발휘하지만 물이 마르면 힘을 쓰지 못한다. 이 접시는 도깨비의 방망이와 다를 게 없다. <갓파 쿠와 여름방학을>은 한마디로 설화 속의 갓파를 내세워 현대 문명에 대한 비판과 미디어의 폭력, 생태복원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흥미로운 에피소드와 감각적인 판타지 속에 슬쩍 감춰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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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영화는 ‘쿠’를 만난 코이치의 성장 동화이기도 하다. 코이치는 쿠를 통해 자연과 함께 살고, 사람과 어울리는 법을 배우게 된다. 반면에 ‘쿠’는 코이치를 만남으로써 ‘인간’이란 존재가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존재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사실 영화에 담긴 메시지는 무겁고 심각하며 아픈 것들을 하나하나 파헤쳐나간다. 자연과 인간성이 망가진 ‘현대사회’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들춰내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영화는 눈물샘을 자극하고 웃음이 가득한 에피소드로 인해 영화적인 ‘재미’와 ‘감동’을 획득하고 있다. 사랑에 대해 결코 사랑한다고 표현하지 않는 누벨바그식 교훈과 설교라고나 할까.

* 웃지 않으면 울게 된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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