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폭설 속 어설픈 새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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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폭설 속 어설픈 새사냥

 


한바탕 폭설이 내린
눈벌판에서 무럭이와 무던이는 잘도 뛰어논다.
이 녀석들 눈이 그렇게 내렸는데도
생각보다 의연하게 눈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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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뜩 엎드린 자세로 새에게 접근하고 있는 무던이.

한번은 무럭이와 무던이가 합동작전으로
새를 사냥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이건 말만 합동작전이지
무럭이의 방해공작에 가까웠다.
그때의 목격담을 기술하자면 이러하다.
밭에 박새 한 마리가 참깨 그루터기에 내려앉아
무언가를 살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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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새를 앞에 두고 나란히 자세를 낮추고 있는 무럭이와 무던이.

그러자 무던이가 밭고랑에 잔뜩 몸을 움츠리고
공격자세를 취했다.
몸을 잔뜩 낮추고 한발한발 조심스럽게 새에게 접근을 시도했다.
그때 뒤늦게 새를 발견한 무럭이 녀석.
조심성이란 눈꼽만큼도 없이 성큼성큼 눈밭을 걸어가더니
금세 무던이 앞에 앞장서서
캬르르 캭캭 채터링까지 하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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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무던이 녀석이 왜 저러지?"

새가 저렇게 표나게 시끄럽게 다가오는 고양이를 보고도
그냥 앉아 있을 리가 없다.
박새는 무럭이와 무던이를 비웃듯이 포르릉 날아가버렸다.
두 번째 목격도 상황은 비슷했다.
텃밭가의 나무에 두 마리의 박새가 앉아 있었는데
이번에도 무던이가 먼저 발견해 몸을 낮추었다.
밭고랑에 은신해 기어가다시피 무던이는 새에게 접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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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이번에는 내가 뭔가를 보여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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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흐, 새가 두 마리네. 사이좋게 나눠먹으면 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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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서 딴짓을 하다 무던이를 본 무럭이는
뒤늦게 새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 채
터벅터벅 무던이를 향해 다가갔다.
가는 도중에야 새가 눈에 들어온 모양이다.
몸을 낮춘다고 낮추기는 했는데,
영 무럭이의 자세는 폼이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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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냐, 저 녀석들. 어떻게 눈치채고..."

걸음걸이도 전혀 조심성이 없어서
이번에도 금세 무던이를 앞질렀다.
저렇게 요란하게 새사냥에 나서는 것을 새가 또 모를 리 없었다.
당연히 이번에도 새들은 보기좋게 고양이 머리 위를 날아갔다.
고양이의 어설픈 새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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