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 한 그릇 주시오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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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 한 그릇 주시오 고양이



라오스 루앙프라방을 여행하면서 만난 고양이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고양이가 있다면
외곽의 허름한 국수집에서 만난 고양이다.
하얀색 등에 노랑이 반점이 세 개쯤 찍힌 삼색 고양이.

녀석은 식탁에 둘러앉아 국수를 먹고 있는 사람들 틈에
떡하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국수집 주인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만 같았다.
“어이, 주인장! 국수나 한 그릇 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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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앙프라방을 여행하면서 만난 고양이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고양이. 녀석을 나는 '국수 한 그릇 주시오 고양이'라고 불렀다. 녀석은 저기가 마치 자기 자리인 양 앉아 있었다.

그 고양이는 둘러앉은 사람들과 마치 가족의 일원처럼 보였고,
너무나 당연한듯, 거기가 제 자리라는 듯 그곳에 앉아 있었다.
나중에 한번 더 나는 이 녀석을 국수집 근처에서 만났는데,
나는 녀석을 '국수 한 그릇 주시오 고양이'라고 불렀다.
이름이 좀 길긴 했지만 그럭저럭 부를 만했다.
국수 한 그릇 주시오 고양이!
라오스에서 고양이란 그저 존재하는 것이다.
특별히 고양이를 사랑하지도 미워하지도 않는다.
다만 집안으로 들어온 고양이는 내쫓지 않고,
나가는 고양이 또한 잡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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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손녀 사진을 찍고 있는데, 회색 줄무늬 고양이가 한 마리 걸어왔다. "가족사진 찍는거얌, 그럼 나도..." 하면서.

녀석들이 식탁에 앉아 있든, 불탑에 앉아 있든 별로 개의치 않는다.
없으면 없는대로, 있으면 있는대로
고양이에게 먹이를 노놔준다.
흔히 유럽의 여행자들이 라오스를 ‘고양이의 천국’이라 부르는 것도 그 때문이다.
고양이도 사람을 개의치않고, 사람도 고양이를 개의치 않는 것.
특별히 예뻐하지도, 미워하지도 않는 것.
한번은 메콩강을 따라 걷다가
할머니가 손녀를 데리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아
사진을 찍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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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 틈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회색 줄무늬 고양이. 많이 찍어본 솜씨다.

그런데 이 때 회색 줄무늬 고양이가 한 마리 천천히 걸어왔다.
“가족사진 찍는 거야?” 하면서...
녀석은 가족사진에서 당연히 자기가 들어가야 한다고
믿고 있는 듯했다.
라오스의 고양이들은 낯선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여행자가 지나다 만지면 만지는대로 몸을 맡긴다.
사람은 고양이를 차별하지 않고,
고양이도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
사람도 고양이도 그저 거기에 있을 뿐이다.

* 라오스의 고양이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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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마냥 2009.05.07 09:51 address edit & del reply

    저 국수 삼색이는 정말 너무 예뻐요~
    자연스러운 뒷모습, 당당한 엉덩이~

  3. 좋아보여요 2009.05.07 10:24 address edit & del reply

    특별히 예뻐하지도 않는 것.... 이 부분이 참 마음에 드네요

    그냥 존재하고 그걸 인정할 뿐

    유난떨지 않는 것.... 우리나라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4. Favicon of http://blog.daum.net/11757 BlogIcon 나먹통아님 2009.05.07 10:27 address edit & del reply

    사람들 밥먹는 자리 정 중앙에 낑겨 있는것이 웬지 우리나라 애관견 같다는 생각이...
    아니 우리나라 애완견도 주인 밥 먹는데는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데...
    아...곤석들 참...버르장머리 없다고 해야 하나...

  5.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09.05.07 10:4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ㅎㅎㅎ
    재밌네요.

  6. Favicon of https://hannahscafe.tistory.com BlogIcon 해나스 2009.05.07 12:0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ㅎㅎ 고양이도 귀엽고 글도 재미있어요^^

  7. 야옹이 이쁘요~ 2009.05.07 12:30 address edit & del reply

    라오스 사람들과 고양이들 모두 여유롭고 평화로워보여서 부럽네여...

    갠적으로 라오스에대한 추억이 있어서 더 잼나게 보고있습니다...

    감사합니당~!! ^^

  8. Favicon of http://saygj.com BlogIcon 빛이드는창 2009.05.07 13:34 address edit & del reply

    포즈도 잘 잡았네요..ㅎㅎ

  9. 테리우스원 2009.05.07 13:57 address edit & del reply

    좋은 작품 즐감하오며
    승리하시길 사랑합니다! 행복하세요!!

  10. 2009.05.07 15:23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11. Favicon of http://blog.daum.net/songcine81 BlogIcon 송씨네 2009.05.07 16:10 address edit & del reply

    어이, 주인장! 국수 한번 말아봐... 이런 포즈군요 ^^;

  12. 멍멍냥 2009.05.07 17:26 address edit & del reply

    고양이랑 사람이랑 평화로운 풍경이 참 부럽네요.
    평화로우니까 저렇게 귀여운 상황도 나오나봅니다.
    서울의 길고양이들은...T.T

  13. 차돌복자 2009.05.07 18:09 address edit & del reply

    국수 아주머니!! 내 국수는 멸치가루 많이 뿌려 주세요..
    요렇게 말하고 기다리는 것 같아요..ㅋㅋ
    너무 이쁘네요^^

  14. rkaak 2009.05.07 18:20 address edit & del reply

    고양이들에게 저렇게 대하는데 사람에게도 당연히 그렇겠지요.
    그리고 그런 모습들은 또 그렇게 주변 사람과 사물을 대하는 태도를 만들고...
    우리도 좀더 주변의 사람들과 사물들을 있는 그대로 욕심없이 인정하고 사랑하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자기 욕심으로 공격하거나 미워하거나 억지로 내 뜻대로 끌어가지 말고 자연스럽게....

  15. 12 2009.05.07 19:42 address edit & del reply

    오오~ 궁디팡팡을 부르는 저 펑퍼짐한 엉덩이 ㅋㅋㅋ 모니터에 손이 올라가려 하네요

  16. 유스티나 2009.05.08 01:57 address edit & del reply

    첫번째 사진보고 웃음 터질뻔했어요. 넘 천연덕스럽게 앉아있는데요ㅋㅋ 국수달라고 목빼고 앉아있는 것 같아요. 너무 부럽네요. 함께 살아가는 저 여유가....

  17. 2009.05.08 10:39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18. 별님 2009.05.08 10:58 address edit & del reply

    "내 국수는 언제 나오나요?" 묻는 것 같은데요?^^

  19. Favicon of https://rubygarden.tistory.com BlogIcon 루비™ 2009.05.09 05:0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내 사진 잘 나오는거유? 이렇게 묻는 것 같은데요?

  20. 오기 2009.05.09 20:21 address edit & del reply

    가난하지만 여유로운 영혼의 사람들
    정말 부러운 상황입니다
    고양이도 사람들도 느리게 행복하게 사는게 어떤건지 알것 같네요
    정말
    국수를 말아주면 야옹야옹 잘 먹을듯 해요... ^^
    고등어테비나 삼색이 모두 예쁘네요
    마지막 고양이는 카메라를 좀 아는듯 ^^

  21. 탄이 2009.05.10 02:33 address edit & del reply

    방방한 방댕이 깨물어 주고싶네여 우리나라도 저렇다면 얼마나 좋을까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