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가 놓고 간 뜻밖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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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가 놓고 간 한마리



엊그제 길고양이로부터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고양이가 선물을?
믿지 않아도 상관없지만, 사실이다.
종종 고양이는 먹이를 주거나 오랜 동안 자신을 보살펴온 사람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선물을 가져올 때가 있다.

물론 이 선물은 사람에게는 전혀 달갑지 않은,
아니 더러 징그러울 수도 있는 것들인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쥐나 벌레, 나방을 비롯해
새를 선물로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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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으로서는 반갑지 않을 수도 있지만,
고양이로서는 이런 선물이 고마움을 표시하는 가장 최고의 답례품이자
마음을 전하는 수단이다.
그동안 나는 서너번 길고양이로부터 이런 선물을 받았다.
오래 전 7개월 정도 먹이를 주며 보살펴왔던 ‘희봉이’라는 길고양이는
영역을 떠나기 전, 집앞에 쥐 한 마리를 놓아두고 갔다.
길고양이 출신인 랭보는 집으로 온 뒤,
첫 사냥에 성공한 나방을 물어다 내 앞에 놓고 간 적이 있다.
그리고 엊그제는 길고양이로부터 새를 한 마리 선물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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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온 뒤로 나는 지난 4개월 정도
‘바람이’라고 이름붙인 노랑이에게 먹이를 주며 보살펴왔는데,
녀석은 그게 고마웠던지
엊그제 아침 테라스 출입문 앞에 새 한 마리를 물어다 놓았다.
쇠박새로 보이는 새의 가슴에는 고양이 이빨 자국이 그대로 나 있는 것으로 보아
바람이가 물어다 놓은 것이 분명했다.
하늘을 날던 새가 정확히 출입문 앞에 떨어질 리도 없을뿐더러
다른 짐승이 그렇게 했을 리도 만무하다.
문제는 이 선물의 처리 문제였다.
하필이면 바람이가 테라스 밑에 와 있었으므로
그것을 녀석이 보는 앞에서 내다 버리는 것은 녀석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이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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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선 바람이에게 사료를 한 그릇 갖다 부어주고
녀석이 자리를 뜨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바람이는 먹이를 다 먹고도 테라스 아래서 한참이나 머물렀다.
거의 점심 때가 다 되어서야 바람이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나는 이 때다 싶어 바람이의 이빨 자국이 선명한 새의 주검을 들고
마당 옆 산비탈에 고이 묻어주었다.
누군가는 것봐라 고양이가 새를 잡아먹고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유럽의 생태학자 조사에 따르면 고양이가 새를 잡아먹는 비율은 4.5% 정도로
이는 쥐나 너구리가 새를 잡아먹는 비율보다도 훨씬 낮다고 한다.
그리고 그동안 자연의 새들을 멸종 위기로 내몬 당사자는 바로 사람이었다.
사람이 저지른 생태계 교란과 환경 파괴에 비하면
고양이의 새 사냥은 아주 미미한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 고양이의 사생활::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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