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학교가 있다?
"길고양이 학교가 있다." 이 말은 고양이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두번쯤 들어본 이야기다. 이야기인즉슨 이렇다. 길고양이 세계에서는 사람들 모르게 운영되는 길고양이 학교가 있어서 거기서 어린 길고양이는 ‘길고양이로 사는 법’을 배운다는 것. 이때 선생님은 경험 많고 나이 많은 길고양이가 맡는다고 한다. 길고양이가 학교에 입학하는 시기는 어미의 젖을 떼는 시기쯤.
길고양이 학교에서 가르치는 가장 중요한 수업은 이런 것들이란다. 1.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사람에게 먹이를 얻어내는 법 2. 담장 오르기와 나무타기 3. 안전하고 은밀한 둥지 찾기 4. 고양이 인사법(길고양이를 오래 관찰한 사람은 알겠지만, 길고양이는 만나면 입이나 볼을 부비는 것으로 인사를 한다. 이것을 안 뒤에 나는 길고양이를 보면 손을 입 가까이 갖다댄다. 그러면 친근한 녀석들은 다가와서 가볍게 뽀뽀를 해준다.) 5. 고양이 언어(먹이를 달라고 할 때와 동료를 부를 때, 위협을 가할 때, 공격을 받을 때 고양이는 그 때마다 다른 소리를 낸다) 6. 감쪽같이 쓰레기봉투 뜯기 등등.
그리고 보다 중요한 것은 새로 태어난 냥이들은 길고양이 학교에서 영역을 배분받는데, 이 때 냥이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 민주적인 절차로 영역을 배분한다고. 때문에 대부분의 동물들이 영역싸움을 하는 것에 비해 길고양이는 영역에 대한 다툼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길고양이 학교에서는 이동을 위한 영역 넘나들기나 발정기 때 영역을 침범하는 것을 자유롭게 허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길고양이들은 학교에서 정보를 나누고 공유하게 되는데, 가령 세탁소 앞에 먹이가 많다더라 또는 삼겹살집 아저씨와 청소부 아줌마는 해코지를 할 수 있으니까 조심하라는 등의 정보를 교환한단다.
마지막으로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은 언제 어디서건 당당하라는 것. 사람들이 설령 도둑고양이라고 부를 때조차 길고양이로서의 품위를 지키라는 것이다. 물론 이 내용들은 길고양이 마니아 사이에서 떠도는 믿거나 말거나 통신이지만, 꽤 신빙성 있는 내용들도 있다. 실제로 집냥이들이나 유기묘들이 온전히 길고양이로 살아갈 수 없는 이유가 바로 길고양이 학교에 다니지 않았기 때문, 즉 가방끈이 짧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 웃지 않으면 울게 된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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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가루 2008.05.19 20:15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런데 공감가지 않는 부분이 있어요.
집에서 키우는 냥이가 발정기 때 집을 나가서 돌아오지 않는 이유가
집 밖에 사는 냥이의 영역 때문이래요.
운 좋게 밖으로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그 구역 냥이에게 들켜
싸우다 죽거나 쫓겨나서 집으로 못가게 된다고 합니다. -
정미 2008.05.19 20:40
울집냥이가 오늘 어디 나갔다가 한참을 안들어오는 바람에 혹시 길냥이가 되는게 아닌가 해서 가슴이 덜컹했답니당ㅠㅠ태어나서부터 기르던거라...눈물까지 날뻔...다행히 나중에 들왔어여.그래서 그런지 사진속의 길냥이들이 남다르게 보이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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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먹통아님 2008.05.20 09:18
옛날의 괭이들은 저렇게 배우지 않아도 날쎄기만 하면 살 수 있었는데
요즘의 괭이들은 쓰레기봉지 뜯는 방법에서부터 생선가게 파장시간까지 달달 외워야 하니...
머리나쁜 녀석들을 끼니를 건너 뛸때도 많겠죠 ? -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05.20 16:41
아~ 너무 재밌는 이야기..ㅎㅎㅎ
근데 정말 길고양이들의 생태는, 훔쳐보면 그런 재밌는 이야기들을 추측할 수 있어요.
1. 아버지 어렸을 적 이야기.
집 봉당 밑에 고양이집단이 한 40마리 쯤은 살았다는 이야기.
그래서 새끼들을 꺼내와서 갖고 놀아도, 제때 돌려주기만 하면 고양이들이 별말 없었고
집에 쥐가 없어 일석이조로 좋고... 고양이들은 참 조용해서 가끔 야옹야옹 거리는 소리 외엔
정말 40마리 가량이 있나 없나 싶을 정도로 조용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평소에 조용해서... 어느날 문득 보니 40마리가 한꺼번에 사라졌다고 하는데,
그래서 아버진 지금도 '고양이는 장소를 따르는 동물이야' 라고 하시더라구요..ㅎㅎ
2. 밤 12시, 고양이 집회를 목격!
집 근처 음식점 앞에는 넓은 주차장이 있는데, 그 지역 일대는 좀 조용한 주택가라 고양이들 살기가 좋았어요.
근데 어느날 좀 늦게 귀가하는데... 음식점 앞 넓은 주차장에 고양이가 한 15마리쯤? 모여서
듬성듬성 앉아있는거예요. 물론 아무 대화 없지만 그게 말로만 듣던 '야밤의 고양이 집회'라는걸 알았죠...
더 보고 싶었지만 애들이 '얼음' 하듯이 조용~히 제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 같아서...
걷던 걸음 그대로 그냥 걸어서 지나쳤어요. 아...고양이로 둔갑이라도 하면 정말 무슨 얘기 하는지 들어볼 수 있었을텐데..ㅋㅋ
3. 짝짓기 철에는 어떤 고양이도 받아준다!
실제로 만년집고양이 우리 미로아가씨가 아줌마가 되고 싶어 첫 발정때 집을 뛰쳐나갔을 때,
3일만에 귀가했는데 2개월만에 새끼를 낳았답니다.
정말 집안에만 틀어박혀 살던 아가씨고냥이도 큰 탈 없이 짝짓기에 성공한걸 보면,
역시 짝짓기철에는 영역이고 뭐고 다 용서해주는구나~ 싶었죠.
4. 어미고양이의 새끼고양이 교육
어느날 3층 자취방에서 담벼락 밑을 보는데 어미고양이가 새끼고양이 3마리를 교육시키고 있더라구요.
아마 그날의 교육내용은 '담에서 담으로 이동하기' 였던 것 같은데,
어미고양이가 시범을 여러번 보여주니 2마리는 주춤주춤 하다가 곧잘 따라했는데,
1마리가 죽어도...안되고 웅냐옹 웅냐옹 엄청 울어제끼는거예요
주춤주춤 하다가도 풀이 죽어서 우엥우엥... 어미가 한참을 더 시범을 보여줬는데, 결국 1마리가 계속 시도를 못해서..^^;
그날 교육을 접고 1마리의 새끼를 위해 다른 장소로 이동을 하더라구요....
고양이학교 얘기... 너무 재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