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들
김근
그는 어깨들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층층이 그의 몸에 얹혀 있었다던 수많은 어깨들
별빛이 그의 어깨에 오는 동안
몇백만 광년쯤 그는 그 모든 어깨들이 차례로 결렸다는데
어디로 사라졌을까
어깨들 위를 자박거리던 차가운 발들
사금파리 같은 웃음 깨뜨리던
아이들의 우당탕 소리
이미 없지만 있는 것 같은
어깨들, 어깨들의 조금씩 마모되던 모서리들
층층이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고 허공으로 어깨들이
문득 사라졌다고 말하는 그의 말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고
실은 죽었으나 산 것처럼 마치 똑 그렇게
한번도 계단이 아니었다고
다만 결린 어깨들을 얹고 지나온 삶 혹은 죽음이었다고
오직 어깨 하나를 늘어뜨리고 그가 내 발밑에서 중얼거렸다
- 김근 <<구름극장에서 만나요>>(창비, 2008) 중에서.
*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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