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밭에서 김치 먹는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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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밭에서 김치 먹는 고양이


 

저렇게 눈이 내렸는데,
역전고양이 한 마리 눈밭을 걸어
밭으로 간다.
밭 한가운데에는 김장을 담그고 솎아낸 배추 시래기며
묵은 김장김치며 귤껍질 등이 잔뜩 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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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눈밭을 걸어
그 쓰레기더미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크응 킁 무슨 냄새를 맡더니
쓰레기더미를 파헤쳤다.
녀석이 건져올린 것은 고춧가루가 묻은 묵은김치 한 조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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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여러 번 여기 와서 먹어보았다는 듯
녀석은 능숙하게 그것을 물고 아작아작 씹어먹는다.
겉이 얼어 사각사각하지만 녀석은 개의치 않는다.
1분도 안돼 김치 한 조각을 해치우더니
또다시 녀석은 더미를 파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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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김치조각을 찾아냈다.
또다시 우걱우걱.
보아하니 녀석은 김치조각은 물론 버려진 배추 시래기 중에
연한 고갱이 부분을 잘도 씹어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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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태어난 이후 어쩔 수 없이 나의 사료배달은
이틀에 한번으로 바뀌었다.
대신에 이틀치를 한꺼번에 부어주곤 했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라고 생각한 건 나의 착각이었을까.
이틀에 한번의 급식으로는 어림도 없는 모양이었다.
녀석이 저렇게 맵짠 김치조각까지 씹어먹는 것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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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쓰레기더미에서 녀석을 불러내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사료를 부어주었다.
공연히 내가 미안해졌다.
다들 아기를 키우는 집에서는 공감하겠지만,
이틀에 한번 사료 셔틀을 하는 것도 사실은 힘에 부치는 일이다.
그래도 어쩌랴 이것이 나에게는 최선의 방법인 것을.

* 길고양이 보고서:: http://gurum.tistory.com/
* 트위터:: @dal_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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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라온하제 2010.12.09 13:22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 저런 것이라도 먹는게 다행(?)이랄 정도로 겨울이 되면 정말 먹을 것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날씨가 추워지니 정말 길냥이들이 걱정됩니다.

  3. nameh 2010.12.09 13:57 address edit & del reply

    마음이 아프네요... 하루에 한 번 주는 제 사료를 얻어먹는 녀석들도 또 거리 어디에선가 음식물쓰레기를 뒤적일테지요..
    dal_lee님 탓이 아니죠..우리탓이 아니잖아요.. 내 자식,내 것밖에는 모르는.. 다른것엔 눈 감고 가슴닫고 사는 사람들때문이죠..
    어제는 우연히.. 제가 자기집주변에서 길냥이를 돌본다고 싫은티를 내던, 어느날인가는 지켜서서 저 보란듯이 긴막대기를 냥이들한테 휘드르고 협박을 해 대던 사람을 다른곳에서 우연히 봤는데.. 늦동이로 나은 자식인듯 함께 있는 아이가, 딱봐도 온전치 못한 아이더군요... 생명한테 그렇게 해대는 사람이니, 자기가 나은 생명이 그 모양이지 싶더라구요.. 그 아이,, 제 속 후련하게도.. 같이 탄 버스안에서.. 이상한 말과 행동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더군요.. 그럼안되지만.. 아주 통쾌했답니다.. -.-
    자식 귀한줄 아는 가슴있는 사람이 이면엔 그렇게 다른 모습일수 있다니...

  4. 고양이의꿈 2010.12.09 14:27 address edit & del reply

    가끔 화장실 가는길에 고양이가 햇볕을 쬐고 있거든요. 그럼 왠지 가기가 미안해져요.. 그 냥이는 이리저리 찾다가 겨우 양지바른곳을 찾아 쉬고있는데 제가 가면 또다시 추운날 쉴곳을 찾아야 하니까요. 어제 폭설이 왔지만 눈 올때마다 동심보다는 길냥이들이 추운날 눈은 잘 피하고있을까 하는 걱정이 먼저 나네요..

  5. 새벽이언니 2010.12.09 14:37 address edit & del reply

    김치는 먹지 말고 시래기만 먹으면 안될까;;;
    그래도 이틀에 한번씩은 사료를 먹을수 있잖아요
    큰 다행이죠

  6. 구름고양이 2010.12.09 15:09 address edit & del reply

    이틀에 한번이라도 고양이들이 사료를 먹을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저는 작가님께 감사할 뿐입니다.

    당돌이는 잘 지내고 있지요??

  7. madsoul.mira 2010.12.09 16:03 address edit & del reply

    배가 고파 김치를 먹고 있는 녀석을 보자니 왜 이렇게 가슴 한 구석이 시릴까요...

  8. 느린 2010.12.09 17:06 address edit & del reply

    내 손이
    내 이가
    시려오는것 같습니다

  9. 비글엄마 2010.12.09 17:44 address edit & del reply

    으어..... 잘 살아야 한다...

  10. Favicon of https://bluebird731.tistory.com BlogIcon 별지구 2010.12.09 18:2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저도 얼마전에 알았는데 고양이들...잡식성이더라고요~ 육식성인줄만 알았는데... 밥도 우걱우걱~~ㅋㅋㅋ

  11. 또웅이 2010.12.09 22:50 address edit & del reply

    울컥하네요... 그러고보면 저희집에 정착한 길고양이도 처음 봤을때에는 하루에 밤늦게 한번 사료를 마당에 주곤 했는데 올해 같이 지내보니 아침 점심 저녁을 먹어요... 그러니 얼마나 배고플지...아기 키우시고 3대 키우시고 동네 양이들 키우시느라 정말 바쁘시겠어요. 힘내세요.

  12. 2010.12.09 23:47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13. 유스티나 2010.12.09 23:51 address edit & del reply

    겨울만 되면 저도 마음 한켠이 묵직해오는게 미안한 마음뿐이에요. 저는 정말 추위와 눈이 싫어요...정말정말...ㅠㅠ

  14. 알럽 2010.12.10 02:02 address edit & del reply

    아직 겨울 끝나려면 멀었는데.. 참 안쓰럽네요.. 작가님 수고 많으십니다~ 그리고 감사해요~!

  15. 미니 2010.12.10 09:07 address edit & del reply

    김치 먹는 모습을 보니 까믜와 당돌이 모습이 떠오릅니다.
    고추가루 투성이 총각김치도 달라고 애옹거리던 당돌이...
    그마저 새끼에게 먼저 양보하던 까믜는 이제 배고프지 않는 나라에 살겠죠..
    그래도 까믜의 일생 동안 잠시라도 달리님 덕분에 안심하고 먹던 시기가 있었으니 다행이죠....ㅜㅜ

  16. 냥이족 2010.12.10 16:39 address edit & del reply

    냥이의 건강이 우려되요...
    그나마 달리님 덕에 한 끼 사료식사를 해결했으니 다행인건가... ㅇㅅㅇ

  17. 길냥이 2010.12.10 19:32 address edit & del reply

    언 김치를 먹다니..아 속상해..
    저 역시 사료대느라 헉헉 거리지만 항상 모자르고, 더 맛있는거 못줘서 미안하고.
    동네 이마트 시식코너서 소시지등 잔뜩 비닐에 담아올때가 많은데
    젊은 판매원들은 냥이 줄거라하면 알아서 더 챙겨줍니다.
    얼마나 든든한지..

  18. 오곡쿠키 2010.12.10 22:22 address edit & del reply

    오늘 마트에서 길가다가 만날 냥이 주려고 고양이캔을 세개 샀는데요..오는 길에 이 놈이 제가 캔 사온걸 어찌 알고 저 멀리 오랫만에 모습을 나타내더군요ㅋ 먹이 주려고 다가가니 도망가길래 근처 돌위에 놓아두고 왔는데 먹었으려나 모르겠어요..새벽에 얼어빌텐데 얼른 먹어야 할텐데..

  19. 알럽냥냥 2010.12.11 01:21 address edit & del reply

    예전에도 김치먹는 냥이 포스트로 올라왔었는데,, ㅠ
    얼마나 배고플까요... 그래도 구름님 덕에 맘이 놓입니다!

  20. 올리버엄마 2010.12.16 23:42 address edit & del reply

    김치를 먹다니..너무 안스럽네요..저희 언니도 요즘 길냥이 밥주느라고 놀다 오지도 못한답니다..이 겨울에 뭐 먹을것이 있을까 싶어서요..수고가 많으세요..정말.

  21. 나나 2011.02.10 14:35 address edit & del reply

    짜서 신장에도 안좋고 양파갈은게 들어서 고양이에겐 해로운 백합과식물이 든 김치를 먹다니/..얼마나 배고프면 그럴까요 ㅜ.ㅠ 너무 가여운 길냥이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