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위의 고양이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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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위의 고양이 모델




담장 위에 고양이 모녀가 앉아 있다.
고양이 모자라고 해도 상관없다.
화보 촬영을 나온 고양이 모델처럼.
중견 모델 어미는 자연스럽고, 초보 모델 새끼는 풋풋하다.
어미의 포즈에서는 여유가 느껴지고
새끼의 표정에서는 불안감이 살짝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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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야 불안해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저 카메라를 쳐다봐. 나같은 일류 모델이 모델료로 기껏 사료를 받는다는 게 자존심 상하지만...아가야 세상이 다 그런거란다."

그것조차 누가 의도적으로 연출한 것처럼
서툴고 불안한 새끼의 표정을 다독이는 어미의 평화로운 자세가
그대로 느껴진다.
이런 모델 고양이는 흔치 않지,
혼자서 중얼거리며 나는 조심스럽게 셔터를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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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잡아먹을 듯 그래 그렇게 아가야...그렇게 배워가는 거야." "엄마 나 더는 못하겠어! 너무 힘들어. 다리도 아프고...배도 고프고... 쉬었다 하자 응냐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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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위의 고양이 모델 뒤로는
개울길이 구불구불 흘러가고, 녹색으로 빛나는 논자락도 펼쳐진다.
논배미 너머에는 단풍나무와 은행나무가 ‘우린 언제나 배경이군!’ 하면서 서 있고,
담장의 지붕은 하늘을 대신해 하늘색으로 물들어 있다.
그러나 모델이 처음인 초보에게는
이런 촬영이 당황스럽고 낯설기만 해서
몇 컷 찍고 나서는 못하겠다고, 아무래도 모델 체질이 아니라고
서둘러 내려가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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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냥찍사 양반~, 괜히 폼만 잡고 이상하게 찍는 거 아니야... 아무래도 수상하단 말야! 대충 찍는 느낌이 팍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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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전히 경험이 많은 어미 모델은
이런 포즈는 어때요?
장소를 옮기는 게 어떠신지, 하면서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따라 움직인다.
아마도 포즈를 취한 고양이는 내가 찍은 사진을 살펴보며
한 마디 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모델은 훌륭한데 사진이 영 시원찮군!

* 길고양이 보고서::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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