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로 찾아온 만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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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로 찾아온 만물상


조용하던 한낮에 갑자기 스피커를 통해 낯익은 '뽕짝'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골목 저쪽에서부터 흘러나온 노래는 점점 가까이 다가오더니
집앞 가까이에서  아예 멈춰 '뽕짝뽕짝'거립니다.

무슨 일인가 나가보니, 왼갖 잡화에 짚풀도구를 잔뜩 해실은 만물상 트럭입니다.
트럭의 주인은 잠시 스피커를 끄고 동네 공터에 차를 세운 채
본격적으로 장사를 시작합니다.
아저씨는 추석을 앞두고 도심으로 추억의 물건을 팔러 온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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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아하니 트럭에는 정말 없는 것 없이 다 있습니다.
짚신과 소쿠리, 소멍에, 바구니, 채반, 키, 주걱, 빗자루, 지게, 둥구미, 삼태기,
죽부인, 체, 바가지, 가위, 장구, 복조리, 주루막, 통발에 밀짚모자까지....
정말 없는 것 없이 다 있습니다.
아니 이런 도심 한가운데서 통발이며 주루막이며 소멍에같은 것이
팔리기나 한단 말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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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거나 말거나 아저씨는 그늘에 앉아 담배를 한대 피우며
느긋하게 옛날 물건들을 구경시켜주고 있습니다.
지나가는 아이들은 도통 본 적도 없는 물건에 관심이 없고,
아주머니들은 필요 없는 물건에 눈길 한번 주지 않습니다.
그래도 옛날 물건이 정겨운지 동네의 할머니들은 더러 트럭 앞에 모여
아이구, 삼태기가 다 있네, 하면서 반가움을 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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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여행을 다니며 보았던 것들이라
나는 아는체를 하며 트럭 옆에 앉아 구경이나 하자고 앉아 있는데,
20분 넘게 손님 하나 없습니다.
드디어 30분이 다 돼 두명의 할머니가 나타나더니
나무주걱을 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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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 동네에 온 만물상 아저씨는 고작 나무주걱 하나 팔았습니다.
이렇게 장사해서 기름값이나 나올런지, 내가 공연히 걱정이 됩니다.
"장사가 좀 어떤가요?"
"누가 이런 물건 거들떠나 보겠어요."
"그런데 뭐하러 다니십니까?"
"그냥 심심허니 이래 다니기나 하는 거쥬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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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는 게의치않는다는 듯
다시 트럭에 올라 시동을 겁니다.
스피커에서는 또다시 뽕짝거리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가물가물 만물상 트럭은 골목을 빠져나갑니다.

* 웃지 않으면 울게 된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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