맙소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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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맙소寺

                                                                                이용한


 


절로 날이 저물어

모텔 맙소寺를 찾아가는 길짐승 한 마리

눈에 비친 雪經이 그렁하다

눈이 없으면 눈물도 없었겠지

입도 없고 아랫도리도 없는

죽어서 난 佛像한 나무가 될 거야

눈이 내려 진창인 고랑을

짐승은 겨우 희미한 두발로 건넌다

승도 중도 아닌

인생과 즘생의 경계를 지나는 중이다

그에게 생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직립보행이고

먹고 사는 게 공연한 만행이다

길 밖에 버린 무수한 뼈들이

살과 피를 발라낸 명백한 증거이다

그러니 이번 세상에선 제발 사랑에 빠지지 않기를

짐승에게 사랑이란 肉食에 다름아니니

빠져서 깊어지지 않기를

저만치--- 불 켜진 맙소寺는

애당초 강물에 빠진 달 같은 것이다

서걱이는 한 잎의 화두이고

구천을 떠도는 물고기자리에 불과하다

그는 오래 생선가시처럼 목에 걸린

걸려서 잘 안넘어가는 맙소寺를 꾸역꾸역 삼킨다

그윽~, 한 짐승의 신음소리 길게 울려퍼지는

이 적멸한 달밤에


  -- 시집 <안녕, 후두둑 씨>(실천문학사)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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