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비상사태 선포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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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비상사태 선포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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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자유선거를 주장하는 민주화 시위가 일어났던 수흐바타르 광장. 당시 민주화 운동으로 몽골은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의 길로 들어섰다.

외신과 국내 뉴스에 따르면 몽골의 남바린 엥흐바야르 대통령이 이틀전 7월 1일에 4일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한다. 더불어 국영 언론과 방송을 제외한 언론활동 금지와 대중집회 금지령은 물론 밤 10시 이후 야간통행금지령까지 내려졌다. 포고령에서는 총선부정을 규탄하는 시위가 격화되어 비상사태를 선포한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1일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는 약 6천여 명(실제로는 약 2만여 명)의 시위대가 6월 29일 실시된 총선의 부정선거를 규탄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고 한다. 개표 결과 현재 집권당인 인민혁명당이 의석 76석 중 과반인 46석, 민주당이 26석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나자 민주당과 시위대는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인민혁명당사에 돌을 던지고 불을 지르는 등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최루탄과 고무탄을 발사하며 시위대를 폭력진압했으나, 시위는 가라앉지 않고 도리어 격화되어 대통령이 <비상사태>까지 선포한 것이다. 여기까지는 외신과 국내뉴스가 전해온 소식을 정리한 것이다.

여론은 민주당, 결과는 인민혁명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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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민주화 운동에 앞장선 공로로 받은 <민주화 훈장>을 가슴에 달고 있는 노인.
 
그렇다면 6천여 명의 시위대는 왜 부정선거(매표행위)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인 걸까? 지난 5월 내가 몽골을 여행할 때 몽골에서는 선거운동이 한창이었다. 알타이를 여행하면서 목격한 것 한 가지만 말하자면 시내에서 가장 크다는 식당을 겸하는 나이트클럽에 밥을 먹으러 갔다가 거의 80~90여 명에 이르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선거운동을 하는 풍경을 목격한 적이 있다. 길안내를 맡은 비지아 교수에 따르면 바로 인민혁명당 후보가 사람들에게 밥을 사주고, 선물을 돌리며 선거운동을 하는 거라고 했다. 몽골 전역에서 인민혁명당의 이런 매표를 위한 부정선거운동은 노골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거라고도 했다. 인민혁명당은 지난 4년 전 집권 때 몽골의 한 가정당 매달 5만 투그릭 정도를 지원해주겠다는 공약과 도시간 포장도로 건설을 공약으로 과반의석을 확보, 집권당이 되었는데, 집권 4년 동안 이 공약은 지켜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몽골 국민들은 이번에는 절대로 인민혁명당을 뽑지 않겠다는 여론이 절대다수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선거결과는 인민혁명당의 과반의석 확보로 나온 것이다. 민주당이나 몽골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결과가 나왔으므로 시위대와 민주당은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격렬하게 시위를 벌인 것이었다.

살인적인 물가상승, 집권당에 대한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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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산에서 바라본 울란바토르 풍경.

몽골 국민의 인민혁명당에 대한 불만은 이것 뿐만이 아니었다. 인민혁명당 집권시기에 인플레이션이 극심해진 것이다. 쌀값은 한달 만에 두 배씩 올랐고, 그나마 요즘에는 시장에서 쌀을 구할 수도 없을 정도로 사재기가 극에 달했다. 기름값 또한 자고 일어나면 올라서 1년 새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울란바토르의 아파트 시세(3천만 투그릭 정도의 아파트는 현재 8~9천만 투그릭으로 올랐다)조차 1년 새 두배 이상이 올랐다. 이런 살인적인 물가상승은 집권당에 대한 불만으로 자리잡아 몽골에서는 6월 29일 선거일이 집권당 심판의 날로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인구 100만이 약간 넘는 울란바토르에서 6천여 명의 시위대는 인구 1000만의 서울에서 10만 명 촛불시위대와 맞먹는 숫자이다. 외신과 국내뉴스만으로는 아직 속단할 수 없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몽골의 국민들도 지금 집권당에 대해 엄청나게 분노하고 있는 것만큼은 확실해보인다.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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