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유혈사태 알려온 메일 한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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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유혈사태 알려온 메일 한통

지난 7월 1일 몽골에 4일간의 비상사태가 선포되었습니다. 수도인 울란바토르에서 약 6천여 명(경찰 추산, 실제로는 2만여 명)의 시위대가 6월 29일 실시된 총선의 부정선거를 규탄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고, 이에 대통령은 비상사태와 더불어 언론활동 금지와 대중집회 금지령은 물론 밤 10시 이후 야간통행금지령까지 내렸습니다. 7월 2일 저는 몽골에 계신 한국어과 교수님(몽골인, 혹시 몰라 이름은 밝히지 않습니다)께 메일을 한통 보냈습니다.

----- 교수님께...

뉴스를 보니 몽골에 비상사태가 선포된 것 같던데...
울란바토르 상황이 어떤지요?
인민혁명당에서 부정선거를 한건가요?
교수님은 안전하게 잘 계시는지요?

저도 원래 7월 초까지 몽골 책 마감을 했어야 하는데...
최근 서울에서 연일 미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가 있어서 거기 참석하느라
마감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이곳 또한 6월 29일 새벽에 경찰의 엄청난 폭력진압으로 수백 명의 시민이 다쳤습니다.
저도 그 현장에 있었고요...

하루빨리 안정을 되찾아 일상으로 되돌아가야 할텐데...
그곳 상황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연락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2008. 7. 2. 이용한.


7월 2일에 보낸 메일은 오늘에서야 답장이 왔습니다. 몽골인 교수라 더러 맞춤법이 틀린 곳이 있지만, 교수님이 알려온 몽골 유혈사태에 대한 이야기와 외신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상황들을 여기에 원문 그대로 옮깁니다.

안녕하십니까?
선생님 많이 바쁘시더라도 잘 지내고 계시죠?
저는 가슴이 좀 아파도 잘 지내고 있어요.
메일 보내 주셔서 고맙습니다.
바로 답장을 보내드리려고 했는데 기회가 없었어요.
몽골에서 6월 29일에 국회의 선거가 있었는데 새벽 1시쯤
선거 결과로는 민주당이 나올 것 같았어요. 그런데 갑자기 3시부터
선거 결과는 반대로 돌렸어요.  인민혁명당이 부정선거했다는 말은 사실입니다.
7월 1일 아침에 선거 결과를 보니 인민혁명당이 47석이라고 나왔어요.
이런 결과를 들은 시민들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인민혁명당 건물 앞에서
낮 12시부터 대모를 시작했고 경찰들과 싸우면서 그 건물 문과 창문을 다 부서뜨렸어요.
오후 6시부터 시위 대모가 더 심해지고 건물에 불 태웠어요. 그 건물 안 1층에
duty free shop 있었는데 그 샤프 양주와 보드카를 다 깨뜨리고 불이 더 크게 나와 5층까지
불이 올랐어요.
새벽 1시쯤 대통령이 비상 사태 선포
몽골 TV(MNTV)만 뻬고 다른 TV방송국은 다 막았다.
경찰들이 총을 써서 5명이 죽었다고 보도하는데 더 많은 사람이 죽은 것을 비밀로 하고 있다.
지금은 대모한 사람중에서 800명을 잡아 가두었다.
어제부터 조금 조용해졌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될 모르겠다.
국민들이 인민혁명당을 몇년 동안 참았는데 이번 선거로 터졌다.
저도 가슴이 답답해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몽골의 미래가 맑다는 어머님 말씀을 믿고 내일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시 멜 보낼께요.
건강하시고 잘 지내세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몽골의 상황이 꽤 심각했습니다. 자국에 보도된 내용만으로도 5명이 총에 맞아 죽었다는 것을 보면...어제부터 상황이 진정되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몽골에서는 현재 인민혁명당에 대한 불신이 워낙에 심해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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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민주화운동이 벌어졌던 수흐바타르 광장. 당시 민주화운동으로 몽골은 사회주의 국가를 벗어났다.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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