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를 바라보는 길고양이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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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바라보는 고양이시선


 

“와우, 이건 못 보던 차인데...”
개울집 앞에 벤츠가 한 대 와 멈춘다.
개울집 봉당에 앉아 있던 무럭이와 무던이, 무심이 3남매는
일제히 처음 보는 차에 관심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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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저 차 안에 있는 멋지구리한 고양이는 누구냐?"

그러나 곧 무던이와 무심이는 시큰둥해진다.
녀석들에게 자동차란 그저 도로의 은폐물,
로드킬의 원흉,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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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당에 앉아 그루밍을 하고 있는 무심이의 모습이 고스란히 차에 담겨 있다. 

하지만 무럭이의 관심은 좀 특별했다.
한참이나 벤츠 승용차를 들여다보는가 싶더니
급기야 자동차 운전석 가까이 다가간다.
그렇다.
방금 세차를 하고 왔는지 반짝반짝 광이 나는
승용차에 자신의 모습이 비쳐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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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참, 신기하네. 이 녀석 웬지 볼매스러운 게 낯설지가 않네."

무럭이는 그것을 확인하려고
마치 거울을 들여다보듯 까치발을 하고 일어서서
한참이나 차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본다.
벤츠 거울에 비친 무럭이.
그 무럭이를 바라보는 벤츠 바깥의 무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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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나를 따라하고 있잖아."

차에 자신의 모습이 비친다는 것이 신기한지
무럭이는 주저앉자마자 궁금함을 참지 못해 자꾸만 일어서는 것이다.
일어서서 기웃기웃 거울을 살피는 것이다.
더러는 이것이 허상인가 아닌가,
확인해 보려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가 옆으로 옮겨도 보고,
가까이 대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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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고개를 이쪽으로 해볼까. 거참 재밌는 녀석일세."

그럴 때마다 거울 속의 고양이는 무럭이를 그대로 따라한다.
무럭이로서는 난생 처음 구경하는 신기한 경험일 수밖에 없다.
“누구냐 넌?”
벤츠는 녀석에게 그저 나쁘지 않은 거울일 뿐이다.


* 길고양이 보고서::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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