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강쇠 전설 깃든 선불교 최고 종가 벽송사

변강쇠 전설 깃든 선불교 최고의 종가 벽송사

변강쇠의 전설이 깃든 벽송사 목장승. 한 기는 벼락에 맞았고, 한 기는 온전히 보존돼 있다.

 

벽송사는 지리산의 천봉만학을 앞뒤로 두른

명당에 터를 두고 있다.

어떤 선승은 벽송사를 일러

운거천상(雲居天上) 즉 ‘구름 위의 하늘 세상’이라 표현했다.

 송대마을에서 벽송사로 이어진 숲길.

 

벽송사는 조선시대 1520년 벽송대사가 창건한 절로

그동안 부용선사, 서산대사, 사명대사와 같은 기라성같은 선승들을

수도 없이 배출한 한국 선불교 최고의 종가이다.

특히 서산대사는 부용선사의 뒤를 이은 벽송사의 제3대 조사로서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전국의 승병을 이끌고 왜적과 맞서싸웠다.

벽송사 선방 앞에 걸린 목탁(위). 한국 선불교 최고의 종가로 알려진 벽송사 전경(아래).

 

이후 서산대사의 가르침을 받은 사명대사 또한

크게 불법을 떨치게 된다.

이 곳의 선방에서는 워낙에 많은 선승을 배출하다 보니,

“선방 문고리만 잡아도 성불한다”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다.

벽송사 종루 천정 단청과 장승각 처마 단청.

 

한국전쟁 이후 벽송사는

지리산 빨치산의 야전병원으로 이용되기도 하였으며,

결국 그로 인해 국군의 빨치산 소탕작전시 불을 질러 완전 소실되고 말았다.

지금의 절집은 60년대 이후 중건한 것이다.

한국 선불교 최고의 종가이자 한때 빨치산의 야전병원이었던 이곳은

변강쇠와 옹녀에 대한 전설이 깃든 절집으로도 유명하다.

벼락 맞은 목장승. 빨치산 소탕작전시 불에 탄 것이라고도 전해진다.

 

그 옛날 변강쇠가 목장승을 뽑아

전국의 목장승들을 궐기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던 장소가 바로 벽송사인 것이다.

어느 날 옹녀는 나무도 해오지 않고 빈둥대는 변강쇠를 보고

나무 좀 해오라고 하자

변강쇠는 이 곳의 목장승을 뽑아다 아궁이에 넣고 불을 땠다.

변강쇠의 전설이 깃든 벽송사는 한국전쟁 이후 빨치산 야전병원으로도 이용되었다.

 

이에 억울한 장승 귀신이 전국의 장승을 소집해

변강쇠를 저승으로 보내버리게 되는 것이다.

함양에서는 여기에 나오는 장승이

함양군 마천의 등구재에 있던 장승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벽송사의 미인송과 도인송. 왼쪽 소나무가 미인송이고 오른쪽 허리가 굽은 것이 도인송이다.

 

어쨌든 변강쇠가 건드린 장승은 하필이면

지리산을 지키는 장승으로 대방전 장승(장승의 대빵)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변강쇠와의 악연에도 불구하고

벽송사에 보관된 두 기의 목장승은

아무리 봐도 변강쇠를 꼭 닮았다.

눈과 코가 큼지막한 것이 영락없는 변강쇠 이목구비다.

가을 벽송사 입구에 피어 있는 꽃무릇.

 

두 기의 목장승 중 한 기(금호장군)는 벼락을 맞았다고 하는데,

지금도 벼락 맞은 상태(빨치산 소개작선시 불에 탄 것이라고도 전해온다)

그대로 전시돼 있다.

선방 뒤 3층석탑 앞에는 허리가 구부정한 도인송과

모양이 예쁜 미인송도 함께 자리해 있다.

벽송사에서 송대마을로 내려가는 길에 바라본 지리산 가을 하늘.

 

예부터 벽송사에서는 목장승에게 빌면 애정이 돈독해지고,

미인송에게 빌면 미인이 될 수 있으며,

도인송에게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았던지라 나는 벽송사까지 가서도

아무런 소원도 못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