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풍장형 가묘, 초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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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풍장형 가묘, 초분


죽은 뒤에도 삶은 계속되는 것일까. 옛날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내세와 저승이란 것이 있어서 사람이 죽으면,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삶의 공간을 옮겨가는 것이라고……. 인도와 티베트에는 아직도 조장(鳥葬)풍습이 전해오고 있는데, 이들은 사람이 죽으면 새가 사람의 영혼을 물고 하늘로 올라간다고 여겼다. 조장을 비롯해 사람의 주검을 동물에게 맡기거나 그냥 나뭇가지에 걸어놓는 장법은 모두 풍장(風葬)의식으로, 과거 우리나라에도 ‘덕장’이라는 비슷한 장법이 존재했었다. 덕장이란 가마니에 주검을 싸서 나무에 걸어놓았다가 나중에 뼈만 다시 추려 매장하던 장법이다. 이와는 약간 다르지만, 초분이라는 것도 풍장의식과 비슷한 절차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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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도에서 만난 풍장형 가묘, 초분. 현재 이 땅에 남아 있는 초분은 모든 섬을 다 합쳐도 몇 기가 되지 않는다.

초분은 주검을 묘지에 묻기 전에 대발쌈(대나무로 이엉을 엮은 관)에 넣어 그냥 땅 위에 안치한 뒤, 짚으로 이엉을 덮어 비바람을 가린 임시 무덤을 일컫는다. 이렇게 하여 주검이 다 썩은 후에는 뼈만 가려 추려 다시 묘지에 이장을 하게 된다. 하지만 선산을 가지지 못했거나 이장할 비용을 마련하지 못한 경우에는 10년이고, 20년이고 마냥 초분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보통 초분을 하면 1년 정도가 지나야 완전히 주검이 썩는다고 한다. 주검이 완전히 썩은 뒤라야 파묘를 하게 되는데, 대개 2~3년 정도 초분에 모신 뒤 이장을 하는 것이 상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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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도에서 만난 앉은초분. 민속학계의 초미의 관심사인 앉은초분은 더더욱 만나기 어려운 귀중한 자료이다. 앉은초분은 초분에서 유골을 거두어 앉히고 그 위에 다시 짚으로 이엉을 덮어놓은 것으로, 일반적인 초분이 길다란 모양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앉은초분은 마치 작은 짚가리처럼 생겼다.

어떤 이는 초분이 비위생적인 장법으로 보기도 하지만, 신안군을 비롯한 도서지역에서는 초분을 하는 것이 조상에 대한 가장 극진한 효성이며, 예의였다. 부모나 친지가 돌아가셨다고 하여 곧바로 무덤을 쓰는 것은 오히려 매정하고 야박한 장례로 보았다. 과거 80년대까지 초분은 서남해 여러 섬 지역에 꽤 많이 분포하고 있었으나, 80년대 말부터 급격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관청에서 초분을 비위생적인 장법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는 초분이란 것이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희귀한 유물이 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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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에서 만난 초분. 멀리 바다를 굽어보고 있다.

현재 초분이 남아 있는 섬은 도초도를 비롯해 증도, 송이도, 낙월도, 청산도 등 정도이다. 주로 섬 지역에서 많이 초분을 모셨던 현실적인 까닭은, 옛날 대부분의 남자들이 고기잡이를 나갔다가 갑자기 상을 당하는 경우, 상주가 없는 관계로 임시 무덤인 초분으로 대신했던 것이다. 고기잡이를 나갔던 자식이 돌아와 부모의 주검을 볼 기회를 주기 위한 셈이었다. 어쨌든 초분을 해야만 하는 이러저러한 이유도 시대가 바뀌면서 이제는 별로 설득력을 지니지 못한다. 다만 아쉬운 것은 오랜 전통과 습속으로 면면이 전해오던 초분문화가 당대에 이르러 끊어질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 그래야 한다면 그래야 한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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