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험한 길 달리는 침대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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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싸까지 4일, 차마고도를 달리는 침대버스



샹그리라↔라싸를 운행하는 침대버스가 있다. 이른바 가장 높고 험하다는 차마고도의 노선을 따라가는 이 침대버스는 세상에서 가장 겁없고, 가장 비위생적인 버스이기도 하다. 버스 내부의 침대 위에서 사람들은 담배도 피우고, 소변통에 아이들은 소변도 본다.

더욱 참을 수 없는 것은 침대의 매트리스에 득시글거리는 빈대와 벼룩이다. 온갖 냄새를 참고 온몸을 긁으면서도 사람들은 침대버스를 타고 오늘도 라싸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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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그리라-라싸 구간, 차마고도를 바탕으로 한 진장공로를 따라가는 침대버스 내부. 1, 2층 모두 침대가 놓여 있다. 2층침대의 한 남자는 버젓이 담배를 피워물고 있다.

조공의 숙소에서 나와 밥을 먹으러 가는데,
거리에 라싸행 침대버스가 정거해 있다.
샹그리라↔라싸를 운행하는 정기노선 버스다.
그러니까 샹그리라에서부터 고대 무역로인 차마고도(정확히는 차마고도 노선 위에 건설된 진장공로)를 따라 라싸까지 가는
지구상에서 가장 높고 가장 험한 하늘길을 운행하는 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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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조공(해발 3800미터)에 도착한 침대버스. 2명의 기사가 교대로 운전해 샹그리라에서 이틀이 걸렸다고 한다.

지프차로도 넘기 힘든 해발 3000~5000미터의
궁궁을을한 천산험로를 넘어가는
세상에서 가장 겁대가리 없는, 용감무식한 버스이기도 하다.
오는 동안 몇 번이나 마주친 침대버스가 궁금하던 차에
잠시 나는 정차한 침대버스를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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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공에 도착한 버스 승객들은 잠시 차에서 내려 음식도 사고, 굳었던 몸도 풀어본다. 

침대버스는 2층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여느 2층버스처럼 높이가 높지 않아
버스 내부의 침대에서는 일어나 앉아 있기조차 힘들다.
한번 침대에 누운 이상 라싸까지는 어떡하든 누워서 가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침대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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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싸행 침대버스의 운전기사(위, 그는 한족이다). 바깥에서 본 침대버스. 위 아래 모두 침대가 놓여 있다(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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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공에서 만난 침대버스는 이틀 전 샹그리라(중띠엔)에서 출발했는데,
기사 2명이 교대로 운전하면서
밤에도 쉬지 않고 달려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이렇게 2교대로 쉴새없이 달리면 라싸까지 4일이면 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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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싸에서 샹그리라로 돌아오는 침대버스는 쩡궁 인근의 산사태로 길이 막혀 이틀이나 길에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침대버스는 33인승과 35인승 두 종류가 있고,
요금은 샹그리라에서 550위안이라고 한다.
본래 이 침대버스는 외국인의 탑승이 금지돼 있다.
그러나 원칙이 그럴 뿐, 공안에만 걸리지 않는다면
이 버스를 타고 라싸까지 갈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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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아흔아홉 굽이 고갯길이라 불리는 감마라 고갯길. 라싸행 침대버스가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길이다.

물론 공안에게 걸리면 곧바로 침대버스에서 내려와야 한다.
설령 무사히 침대버스로 라싸까지 간다 해도
문제는 저렇게 4일 내내 누워서 가야 한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침대버스는 흡연버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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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공에서 휴식을 취하고 다시 라싸로 떠나는 침대버스.

침대버스 승객들이 내뿜는 담배연기와
4일이나 씻지 못해 몸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를 다 견뎌야 하는 것이다.
심지어 사람들은 소변까지도 버스 안에서 해결해버린다.
이 소변통에서 나는 냄새는 구역질까지 나올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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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라싸 시내의 버스 터미널 내부 풍경. 침대버스의 목적지이기도 하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참을만하다.
버스 침대에 깔아놓은 매트와 이불에는 이와 벼룩과 빈대가 들끓는다.
담배연기와 소변냄새도 모자라
라싸까지 벼룩과 싸우며 온몸을 긁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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