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물방울 속으로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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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물방울 세계 3: 오대산에서




한바탕 가랑비가 지나간 뒤끝의

나무와 풀들을 보라.

어김없이 거기엔 보석같은 빗방울이거나

이슬이 매달려 있다.




불과 며칠 전,

산행중에 비를 만나 잔뜩 젖어서 상원사로 하산했다.

하산길에 비가 그쳐

절집 주변을 어슬렁거리는데,

어김없이 나뭇잎과 풀잎에 빗방울이 맺혀 있었고,

오래오래 나는 그것을 들여다보았다.




물방울 속에 또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은

물방울을 들여다보면 안다.

기껏해야 토끼풀이거나 갈대잎,

하늘매발톱이거나 귀룽나무잎에 조롱조롱 매달린

물방울일 뿐이지만,

그 안에는 숲과 나무와 하늘과 구름과

심지어 절 한 채가 다 들어가 있다.


 


어떤 것은 흘러내리고,

어떤 것은 맺혀서 마치 이 세상에 없는 듯한

비밀의 물방울 세계를 펼치고 있다.

금단의 방을 들여다보듯

나는 물방울과 물방울 속을 들여다본다.


 


오대산에서, 그것도 절집까지 와서

기껏 물방울이나 들여다보느냐고

누군가는 탓하겠지만,

이미 나는 그것의 끌림과

물방울 속으로의 여행을 뿌리칠 수가 없다.

* 웃지 않으면 울게 된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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