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교는 나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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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교는 나의 힘

 

만난 지 세 번만에 발라당을 한다.

우리동네 역전고양이 ‘여기’가 낳은 아기고양이다.

이 녀석은 지난 여름에 태어났다.

여기가 몇 마리의 새끼를 낳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가을이 되면서 늘 한 마리의 새끼만 데리고 나타났다.

 

 

 

애교가 많은 아기노랑이.

사실 지난 여름이 끝날 무렵 내가 ‘고양이숲’이라 이름붙인

역전의 ‘두충나무숲’이 사라졌다.

본래 두충차 생산을 위해 조성한 숲이었으니,

그 숲이 영원한 고양이숲이 될 리가 없었다.

 

 

 

 

역전고양이의 은신처인 고양이숲이 사라지자

역전고양이도 하나 둘 이곳을 떠나기 시작했다.

여기와 저기만 이곳에 남고, 거기와 요기는 지난 가을 영역을 떠나버렸다.

현재 고양이숲이 있던 영역에 유일하게 남은 녀석은

여기와 아기노랑이다.

 

 

 

 

저기는 이곳에서 도로를 건너

예전에 살던 밭가 헛간채를 영역으로 삼았으니

고양이숲이 지척이긴 하다.

그래도 내가 사료배달을 갈 때마다

출석부에 발도장을 찍는 고양이는 여기와 아기노랑이밖에 없다.

 

 

 

 

아기노랑이는 다 베어서 휑덩한 옛 고양이숲 언저리에 웅크려 있거나

고양이숲을 보며 자리한 흰벽집 대문 아래 엎드려 있다가

내 발자국 소리에 눈을 뜨곤 한다.

처음에는 어미인 여기가 나에게 다가오고 나서야

뒤늦게 사료 앞으로 달려왔지만,

이제는 어느 새 어미를 제치고 먼저 달려오곤 하는 녀석이다.

 

 

 

 

녀석은 만난 지 세 번만에 발라당을 선보였다.

언제 봤다고.

우리 한번 친하게 지내보자고.

애교는 나의 힘이라는 듯.

그런데 이 녀석을 볼 때마다 이웃마을의 꼬미가 생각나곤 했다.

그 생김새와 행동이 어릴 적 꼬미와 너무 닮았다는 생각.

 

 

 

지난 봄 교회냥이 노랑둥이가 집요하게 여기를 따라다니더니

결국엔 그 사랑을 이룬 것으로 보이지만,

아기노랑이의 생김새는 영락없이 꼬미를 연상시켰다.

어쨌거나 요즘에는 이 녀석의 발라당과 재롱을 보느라

역전 나들이가 심심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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