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눈오는 날의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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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눈 오는 날의 고양이

 

 

어느 눈 오는 날이었다.

우리 동네 삼월이에게 간식이나 주고 가려고

삼월이를 부르는데,

이 녀석 대답만 하고 나오지 않는 거였다.

 

 

녀석의 소리가 들리는 곳은 보일러실이었다.

요즘 들어 영하 10도 가까이 날씨가 추워지면서

삼월이네 할아버지는 삼월이가 추울까봐

임시로 보일러실에 녀석을 들여놓은 모양이었다.

거긴 아무래도 바깥보다는 따뜻할 테니까.

 

 

터덜터널 발걸음을 옮기는데,

평소 삼월이와 자주 어울렸던 둑방에

웬 고등어 녀석이 울고 있었다.

왠지 낯설지 않은 고양이였다.

자세히 보니 오래 전 전원주택에서 쫓겨난 고등어 녀석 같았다.

 

 

그동안 살아 있었구나.

이 녀석 산에서 내려온 듯했다.

나는 녀석의 앞에 수북하게 사료를 부어주었다.

함박눈은 내리는데,

칼바람은 몰아치는데,

녀석은 게걸스럽게 사료를 먹기 시작했다.

 

 

 

잠시 눈이 그치고 볕이 나자

녀석은 둑방 아래 쪼그려 앉아 궁색하게 해바라기를 했다.

그리고 다시금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눈발이 다시 몰아쳤다.

 

 

오랜만에 사료로 배를 채운 녀석은

훠이훠이 산으로 올라갔다.

이따금 뒤를 돌아보며,

녀석도 어디서 많이 본 인간이라고 나를 흘끔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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