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에게 버림받은 아기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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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에게 버림받은 아기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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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냥이 미용실 계단에 쪼그려앉아 하염없이 무언가를 기다린다.

아기냥 한 마리가 미용실 계단에 쪼그려앉아 하염없이 먼곳을 봅니다.
미용실 아기냥 외냥이입니다.
‘외냥이’는 내가 그냥 부르는 이름으로
어딘지 외로워 보인다고 붙인 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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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지 두달이 채 안된 아기냥은 어미가 너무 일찍 젖을 떼고 도망가는 바람에 앙상하게 말라 있다.

외냥이는 본래 길고양이로 태어났습니다.
미용실 주인에 따르면 약 달포 전 검은색 길고양이가
집앞에 네 마리의 새끼를 낳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얼마 뒤, 젖도 다 떼지 않은 상태에서 어미냥이 새끼들을 버리고
도망을 갔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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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기냥의 눈이라고 하기엔 너무 슬퍼 보이는 눈이다.

보통 길고양이의 경우 한달 정도는 젖을 먹이고 돌보다가
새끼 곁을 떠나곤 하는데,
매정한 어미냥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젖을 떼고 달아난 것입니다.
그 바람에 2마리의 아기냥은 죽어버리고
2마리의 아기냥만 겨우 살아남은 것을
미용실에서 데려다 키우기 시작했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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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만 나면 이렇게 계단에 쪼그려앉아 기다려도 어미는 오지 않는다.

2마리의 아기냥 가운데 한 마리는 키우겠다는 사람이 있어 입양을 보냈고,
이렇게 지금은 외냥이만 키우고 있다 합니다.
사실 이 녀석을 처음 본 것은 약 열흘 전입니다.
동네 슈퍼 앞을 아장거리던 아기냥 한 마리가 미용실로
쪼르르 달려가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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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거리로 뛰쳐나가 녀석은 숨바꼭질도 하고, 사진 찍는 나에게 다가와 아는 척도 한다.

그러더니 다시 미용실 계단에 나와 한참을 앉아 있었습니다.
오늘도 바로 그 때와 똑같은 포즈로 앉아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어미냥을 기다리는 게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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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앞에서 이렇게 재롱도 피운다.

아기냥으로서는 어미냥이 도망간 것이 아니라
잠시 떠났다가 언젠가는 돌아올 것이라 믿고 있는 것이겠죠.
그러나 그렇게 한달을 기다려도 어미냥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녀석은 아무래도 버림받았다는 생각과 어미를 잃었다는 상실감을
함께 느끼는 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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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나무 속으로 들어간 아기냥.

녀석의 눈망울을 보고 있자니 금세라도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쪼그려 앉아 ‘기다림의 자세’로 있다가
녀석은 거리로 뛰쳐나갑니다.
담벼락 아래 풀밭으로 가서 풀잎을 씹어보기도 하고,
계단 밑에서 뒹굴며 재롱도 피워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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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시 도로에 우두커니 서서 또 누군가를 기다린다.

차 밑에 들어가 숨바꼭질도 하다가
사진 찍는 나에게 다가와 아는 척도 합니다.
그러나 곧 시큰둥해진 녀석은 도로에 우두커니 서서
다시 ‘기다림의 자세’로 하염없이 서 있습니다.
세상에 나온지 아직 두달도 안된 아기냥은 그렇게 오늘도
‘기다림의 자세’를 배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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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않는 것을 기다리는 '기다림의 자세'는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가.

그러나 오지 않는 것을 기다리는 ‘기다림의 자세’가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녀석은 아직 알지 못합니다.
기다림이 얼마나 삶을 고통스럽게 만드는지
녀석은 아직 알지 못합니다.

* 웃지 않으면 울게 된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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