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세계 최대 고인돌 밀집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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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세계 최대 고인돌 밀집지역




고인돌은 말 그대로 윗돌에 아랫돌을 고여놓은 선사시대의 무덤이다. 물론 공동무덤임을 알리는 묘표석이나 종족의 모임과 의식을 치르는 제단의 노릇도 겸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일본에서는 지석묘, 중국에서는 석붕 또는 대석개묘, 그 외 지역에서는 돌멘(Dolmen), 거석이라 부르기도 한다. 알려져 있듯 우리나라는 세계 최대 고인돌 밀집지역에 속하고, 세계가 그것을 주목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고인돌 왕국에 대한 세계의 관심에 비해 그 고인돌 왕국에 사는 우리는 이 고인돌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인돌이 많기로는 고창을 첫손에 꼽는다. 강화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잘 생긴 북방식 고인돌을 볼 수 있고, 화순과 영광, 구례와 임실, 장성, 보성에서도 상당수의 고인돌을 만날 수 있다.



1. 고창, 세계 최대 고인돌 밀집지역

지난 1999년 12월 1일, 고창의 고인돌 무리는 드디어 세계문화유산으로 공식 등록되어 세계적으로 공인받는 문화유적이 되었다. 고창에는 모두 2000여 기의 고인돌이 흩어져 있는데, 그 가운데 447기의 고인돌이 고창읍 죽림리와 도산리, 아산면 상갑리 주변에 몰려 있다. 죽림리 매산마을을 중심으로 산자락 남쪽 기슭을 따라 동서 약 1764미터 안에 447기의 고인돌이 몰려 있는 것이다. 몰려 있는 것으로 보자면 이 지역의 고인돌 무리가 세계 최대의 밀집지역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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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고인돌 밀집지역으로 손꼽히는 고창의 고인돌 공원.

현재 이 지역은 고인돌 공원이 조성돼 있는데, 모두 6개 코스로 나뉘어 있다. 1코스는 죽림리 야산에 자리잡고 있으며, 53기의 고인돌이 몰려 있고, 2코스는 죽림리 매산마을로, 41기의 고인돌이 몰려 있다. 고인돌 공원의 절정은 3코스. 역시 죽림리에 자리잡고 있으며, 128기의 거대한 고인돌이 있다. 4코스는 죽림리 섬틀봉 아래 자리잡은 15곳의 고인돌 상석 채굴지. 이 곳에는 청동기 시대에 고인돌을 만들기 위해 상석을 떼어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5코스는 220기의 고인돌이 몰려 있는 아산면 상갑리와 봉덕리. 북방식(탁자형) 고인돌을 비롯한 5기의 고인돌이 몰려 있는 도산리는 6코스에 들어간다. 도산리에 있는 북방식 고인돌은 정복순 씨네 집 뒤뜰에 자리잡고 있는데, 그 모양이 우람하고 멋있어 고창 고인돌의 상징이나 다름없다.

고인돌 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군에서는 고인돌 부근에 있던 집들을 이주시키고, 새롭게 땅속에 묻혀 있던 고인돌도 발굴해 냈다. “내가 원래 저기 고인돌 있는 데 살았소. 99년 여름에 공원 조성하느라고 집을 철거하고 이 아랫마을로 이사온거지 뭐. 나 살던 집에도 담벼락에 고인돌이 있어가꼬 고인돌 공원할 때 다 파냈소. 그 때보담 지금이 고인돌이 더 많아져 뿌렀소. 저 농로고, 집이고 감춰진 돌을 긁어내 발굴해 냉께. 지끔은 저래 쪼끔 보여도 번호판 다 매겨놨소.” 지금의 고인돌 공원 내에 옛날 집이 있었다는 유봉춘 할머니는 공원 조성할 때의 일을 덤덤하게 들려주었다. “옛날에는 저 돌 위에 쉬기도 하고, 호박 고지, 무 말래 다 말리고 그랬지. 지끔도 가끔 우리네는 고인돌에다 호박 같은 거는 널어놔요.” 죽림리 주민들에게는 고인돌이 쉼터이자 건조대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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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도산리 북방식 고인돌.

코스에는 들지 않지만, 아산면 운곡리에서는 동양에서 가장 큰 고인돌을 만날 수 있다. 운곡리 야산에 있는 이 고인돌은 그 무게만도 300톤, 상석의 높이 5미터, 가로 길이가 7미터에 이른다. 학자들에 따르면 세계에는 모두 6만여 기의 고인돌이 분포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한반도에 분포해 있다고 한다. 그리고 한반도에서도 가장 많은 고인돌이 고창에, 고창에서도 죽림리에 집중 분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대단한 관광 자원이라 할 수 있다.

2. 가장 잘 생긴 고인돌, 강화 고인돌

강화도에는 약 80여 기의 고인돌이 분포하고 있는데, 주로 하점면 부근리와 신삼리, 양사면 교산리 일대에 몰려 있다. 이 가운데 하점면 부근리에 있는 이른바 ‘강화 지석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가장 잘 생긴 고인돌로 손꼽힌다. 강화 지석묘는 탁자식이라 불리는 북방식 고인돌로서 덮개돌의 길이가 7미터가 넘고 폭도 5미터가 넘으며, 그 밑에 두 개의 굄돌을 고여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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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하점면 부근리에 있는 강화 고인돌. 가장 잘 생긴 고인돌로 손꼽힌다.

고인돌의 전체 높이는 땅으로부터 2.6미터이고, 길이는 약 4.2미터, 굄돌 사이의 무덤방 높이는 1.3미터에 이른다. 또 이 고인돌의 덮개돌 무게는 대략 50여 톤에 이른다고 하는데, 그 옛날 이 크고 무거운 돌을 어떻게 굄돌 위에 올렸을까, 궁금할 따름이다. 어떤 이는 이 돌을 얹기 위해서는 약 500여 명의 장정이 힘을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래 전 육당 최남선은 이 고인돌의 거대함으로 보아 지석묘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일종의 제단을 겸한 배석으로 보았고, 신전의 기능까지 겸했다는 학설도 나오고 있다.

3. 고창에 견줄만한 고인돌 밀집지역, 화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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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 대신리에 있는 280여 톤짜리 초대형 고인돌.

화순 또한 고인돌 밀집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화순의 고인돌은 도곡면 효산리와 춘양면 대신리에 약 260여 기가 분포하는데, 이 중에는 280여 톤에 이르는 엄청난 크기의 고인돌(대신리)도 만날 수 있다. 매몰되었거나 훼손되어 원형이 손상된 고인돌도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화순의 고인돌은 비교적 최근 발굴이 이루어진 탓에 고창이나 강화도에 비해 덜 알려진 것이 사실이지만, 그 고고학적인 가치와 규모는 고창의 고인돌 밀집지역과 견줄만하다. 대신리에 자리한 280여 톤짜리 거대한 고인돌도 외관상으로는 동양에서 가장 크다는 고창의 운곡리 고인돌(300여 톤)보다 오히려 더 커보이고, 잘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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