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유목민 게르 체험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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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민 게르에서 보낸 1박2일




항가이 산맥 북쪽에 위치한 자그마한 도시 이크올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도심에서 10km쯤 떨어진 산중의 외롭고 적막한 게르를 찾아간다.
나를 싣고 온 운전기사 덥친의 막내 동생이 사는 게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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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 뒷산 8부 능선 쯤에서 바라본 아침 연기가 피어오르는 유목민 게르 풍경.

강과 계곡을 몇 차례 건너고 넘어 산비탈을 휘휘 돌아가자
멀리서 저녁연기가 폴폴 피어오르는 세 채의 게르가 보인다.
운전기사 막내 동생의 봄 게르다.
어디서 소식을 들었는지, 동생은 이미 게르 밖에 나와서 형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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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햇살이 비치는 게르 앞의 초원. 염소 한 마리가 스케치의 모델 노릇을 하고 있다.

5년만의 만남.
내가 보는 앞에서
형과 동생은 뜨겁게 포옹했다.
막내 동생의 이름은 뭉크바트, 37세다.
아이들이 3명 있지만, 2명은 학교에 다니느라 이크올 형네 집에 가 있고,
막내 딸 게렐치멕(7세)만 게르에서 함께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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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묵었던 이크올 산중의 게르 내부 풍경(위). 게르 안주인이 저녁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게르에 걸어놓은 양고기를 꺼내고 있다(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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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몽골의 유목민은 1년에 봄 여름 가을 겨울 각각 한번씩 네 번 이사를 한다.
지금 뭉크바트 씨가 사는 곳은 봄 게르라고 한다.
양과 염소, 야크와 함께 살아가는 유목민은 철따라 초원을 이동함으로써
부족한 가축의 먹이를 해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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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게르 안이 너무 어두워 배낭에 넣어갔던 촛불을 여러 개 꺼내 불을 밝혔다.

“가축이 몇 마리나 됩니까?”
“양과 염소가 200여 마리 정도 됩니다.”
야크도 30여 마리 정도 된다.
유목민의 ‘부의 척도’는 가축의 수에 달려 있다.
양과 염소가 1천마리가 넘을 경우 몽골정부에서는 상장까지 수여하며 격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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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친과 뭉크바트 형제들이 한국에서 온 손님을 위해 몽골 최고의 요리인 호르혹을 준비하고 있다.

저녁이 늦어 뭉크바트 씨의 게르에는 이크올과 인근에서 소식을 듣고 찾아온
동생들이 빙 둘러앉았다.
5년만의 가족상봉.
둘러앉은 동생들은 한국에서 온 손님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덕분에 이렇게 5년만에 형을 보게 되어 너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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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에 둘러싸인 게르 한채. 이것을 말에 싣고 가 정착하고픈 곳에 설치하면 된다.

바로 옆 게르에서 온 게렐치멕의 사촌 브룸바트라(7세)도 처음 보는 한국 손님 옆에서 떠날 줄을 모른다.
녀석은 일행의 카메라를 빌려가 찍기도 하고,
실뜨기를 하자며 자꾸 일행을 졸라댔다.
저녁 식사를 마치자 운전기사 덥친의 남매들은 옆 게르로 자리를 옮겨 회포를 풀고
우리는 이쪽 게르에 남아 잠자리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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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민 게르 뒷산에 올라 바라본 이데르 강줄기와 초원과 구릉과 아침 햇살.

타닥타닥 난로에서는 장작 타는 소리 들려오고, 게르는 따뜻하게 온기가 돌아
어느새 까무룩 나는 잠이 들었다.
그러나 새벽에 난로가 꺼지자 북방의 추위가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저절로 잠이 깨어 한동안 뒤척거리다 밖으로 뛰쳐나왔다.
희부윰한 새벽빛이 골짜기에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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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 앞의 양떼와 염소떼.

밤새 조용하던 양떼들은 시끄럽게 음메거리기 시작한다.
양떼들의 음메거리는 소리를 뒤로 하고 산책 삼아 게르 뒷산을 올라간다.
8부 능선쯤에서 보이는 세 채의 게르는 한폭의 그림과 같다.
금방 난로에 불을 피웠는지 연기가 피어오르고,
염소와 양떼와 야크떼가 게르 앞에 다닥다닥 모여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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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민 게르에서 만난 브룸바트라(사진 왼쪽)와 게렐치멕(사진 오른쪽).

게르 뒤편으로는 몽골에서 드물게 빼곡한 침엽수숲이 펼쳐져 있고,
게르 앞 구릉을 지나면 제법 폭넓은 강줄기가 벌판을 흘러간다.
모든 것이 고요하고 평화롭다.
게르에 다시 내려오자 게르 안주인들이 야크 젖을 짜고 있다.
아이들은 새끼양 우리를 열어 어미양에게 한 마리씩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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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 동안 함께 실뜨기도 하고, 산책도 하고, 가끔 사진기를 빌려주어 사진기자 노릇도 했던 브룸바트라.

일상적으로 몽골에서는 양과 염소의 새끼를 돌보는 일은 아이들 몫이다.
나아가 양떼를 몰아와 새끼를 우리에 넣는 일도 아이들에게 시킬 때가 많다.
유목민 사회에서는 아이들도 유목생활의 일원이다.
아침이 되자 뭉크바트와 그의 형제들은
한국에서 온 손님을 위해 몽골 최고의 요리이자
여행자들이 최고의 요리로 꼽는 호르혹(다음 회에 자세하게 소개)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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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온 일행 중 한명은 게렐치멕에게 목도리를 선물로 주었다. 목도리를 두르고 좋아하는 게렐치멕.

감탄이 절로 나오는 기막힌 맛!
식사를 마치고 난 운전기사 덥친과 그의 남매들은
5년만의 상봉을 기념해 게르 앞에 둘러서서 사진을 찍었다.
함께온 일행이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 한 장씩 건네주자
게르 가족은 더없이 좋아하며 손을 내민다.
나중에 사진을 보내주기 위해 나도 여러 장의 가족사진을 찍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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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기사 덥친의 5남매 가족사진.

어느덧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
운전기사가 동생들과 뭉크바트 가족들에게 인사를 하고 차에 시동을 걸자
양쪽 게르 안주인은 우유를 한 바가지씩 떠와 우리가 떠난 길에다 뿌렸다.
이들이 우유를 뿌리는 까닭은
가는 길이 우유처럼 하얗고 빛나기를 바란다는 의미다.
유목민 가족과 함께 한 1박2일은
몽골을 한달쯤 여행한 것보다 훨씬 특별하고 값진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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