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에 나온 한반도절벽의 겨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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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에 나온 영월 한반도절벽의 겨울

 


주천강과 평창강이 만나 서강이 된다. 영월 서강. 주천강과 평창강이 만나 서강이 되는 지점에 바로 한반도절벽이 있다. 얼마 전 1박2일에서도 소개되어 화제가 되었던 바로 그곳이다. 내가 이곳을 처음 여행한 것은 10여 년 전(봄)이다. 그때만 해도 선암마을의 한반도절벽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 후로 두 번(여름, 겨울) 더 이곳을 찾았는데, 그 때마다 관광객들이 점점 늘어나 이제는 어느새 영월을 대표하는 관광지가 다 되었다. 이곳의 겨울 풍경은 어떨까. 몇 차례 눈이라도 퍼붓고 강자락마저 얼어붙는 겨울 풍경은 그야말로 이곳을 별천지로 만들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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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선암마을 전망대에서 바라본 눈에 뒤덮인 서강 물줄기 풍경과 한반도절벽 풍경. 최근 1박2일에도 소개돼 화제가 되었던 곳이다.

흔히 서강을 말하매 남성적인 동강에 견주어 여성적인 강이라 하여, 동강을 ‘수캉’, 서강을 ‘암캉’이라고도 불렀는데, 영월 사람들은 여름 장마 때 수캉인 동강이 서강보다 큰물이 나야 장마가 나지 않는다고 믿어 왔다. 무릇 암캉이 사나워지면 더 무섭다고 여겼던 것이다. 사실 서강은 물흐름이 호수만큼이나 아주 느린 강이어서 거칠고 빠른 물 흐름을 지닌 동강과는 사뭇 다르다. 동강이 매서운 산세를 끼고 흘러 웅장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면, 서강은 오밀조밀한 산세와 더불어 밋밋한 들판을 부드럽게 감싸안고 흐른다. 그러나 물굽이의 꺾임과 휘어짐에 있어서는 서강이 동강에 견주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오늘날 서강이 이만큼이나 깨끗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심한 물굽이 때문이다. 여기에다 서강은 300~400미터마다 여울목을 끼고 있어 자체 정화능력이 뛰어난 편이다. 물론 동강에 비해 찾는 이가 드물었던 것도 서강을 온전한 모습으로 남게 한 커다란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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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마을 가는 길에 바라본 눈 내린 서강의 풍경.

어쨌든 이 깨끗한 서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곳, 그 곳이 바로 옹정리이고, 아름다운 서강 경치의 절정 또한 옹정리라는 곳이다. 옹정리에서도 선암마을이야말로 서강의 태깔과 맵시가 극치에 이르는 곳이다. 바로 이 곳에 한반도 모양의 절벽이 있고, 그 한반도절벽을 따라 매끄러운 옥빛 물길이 멋드러지게 휘돌아나간다. 강 건너편 병풍처럼 펼쳐진 앞병창에 ‘신선바위’가 있다고 해서 선암이라 불리는 마을. 이 모든 풍경을 만나려면 마을을 가로질러 왼쪽으로 보이는 산을 10여 분쯤 올라가면 된다. 그리고 드디어 전망대처럼 전경이 탁 트인 산등성이에 올라서면 누구나 내뱉는 첫마디, ‘아!’라는 감탄사이다. 여기에 이런 데도 있었구나! 산에서 내려다본 한반도 절벽은 그야말로 위성에서 내려다본 한반도의 모습과 꼭 빼닮았다. 심지어 호미곶의 툭 삐져나온 꼬리까지 고스란히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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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 상류 평창강이 에도는 풍경. 이 강을 따라올라가면 섶다리마을을 만날 수 있다.

오래 전 영월군에서는 서면 신천리와 북면 북쌍리를 잇는 도로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 도로가 한반도 모양을 한 선암 절벽의 허리 부분을 뚫고 지나가게 설계해 언론과 주민들의 반대에 부닥치고 말았다. 그러자 또다시 이번에는 선암 절벽의 윗부분을 짓밟고 가는 도로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더구나 웃기는 사실은 도로 건설의 목적이 관광도로라는 것이다. 당연히 선암마을에서는 반대운동을 벌였다. 이에 앞서 과거 이 곳 서강 상류에는 군에서 쓰레기 매립장 건설을 추진하려다 주민들의 끈질긴 반대에 부닥쳐 백지화시키고 만 예도 있다. 쓰레기 매립장 건설 백지화와 함께 도로건설 반대투쟁을 이끈 장본인은 바로 선암마을 이장인 서현석 씨와 윗마을 괴골에 살던 최병성 목사다. “이 강에 사는 생물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서강을 지켜야 합니다. 이 곳은 우리 나라에서 둘도 없는 생태 박물관이에요.” 최 목사에 따르면, 서강에는 천연기념물인 수달과 비오리, 원앙, 황조롱이, 물총새, 물까마귀가 살고 있으며, 역시 천연기념물인 어름치를 비롯해 쉬리, 돌상어, 금강모치 등 전 세계에서 우리 나라에만 있다는 토종 물고기 30종 가운데 19종 정도가 서강에 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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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절벽이 있는 선암마을의 쓰러질 듯한 건조실 풍경.

또한 서강을 따라 노루귀, 은초롱꽃, 은방울꽃, 금낭화, 하늘매발톱, 동자꽃, 나리, 원추리, 돌단풍과 같은 흔하지 않은 식물들이 고루 분포하고 있어, 서강 전체가 그야말로 생태 박물관이라 할 수 있다. 서강에 젖줄을 대고 사는 주민들의 힘만으로 이 훌륭한 생태 박물관을 온전하게 지켜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댐 건설을 막아낸 동강이 관광객의 발길에 무참히 짓밟힌 전철을 부디 서강만은 되밟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사실 서강이 그나마 아직까지 청정 하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동강에 견주어 찾는 이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손이 타기 시작하면 그만큼 망가지기도 쉬운 법이다.
어찌됐든 한반도절벽을 간직한 옹정리 선암마을은 청정 서강의 출발점이요, 서강 풍경의 백미라 부를만한 곳이다. 서 이장에 따르면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선암마을은 육지 속의 섬이나 다름없었다고 한다. 마을 위쪽에 시멘트 광산이 생기기 전까지는 모두 배를 타거나 섶다리를 건너 신천리 쪽으로 나다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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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 상류 주천강의 눈 오는 풍경. 마을 아이들이 얼어붙은 강에서 썰매를 타고 있다.

“30년 전만 해도 여기 집들이 다 초가였어요. 그 때는 저 앞강에 뗏목이 막 떠내려가고, 여울에는 섶다리도 있고, 섶도 있었어요. 봄에 어름 풀리고 나서 섶을 설치하면 장마 전까지 고기를 잡았죠. 그 때는 이 곳에 고기가 버글버글했어요. 종다래끼 하나 가지고 나가면 허연 게 막 이래 깔려 다 채우고도 남았죠 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기에 섶다리가 있었어요. 전에는 강마을 치고 서강에 섶다리 없는 동네가 없었어요. 처음 건너는 사람들 그거 잘 못건너요. 여울물이 쌩쌩 내려가지, 술 먹고 오다가는 후떡 빠지기 일쑤죠.” 
현재 선암마을에는 모두 열 가구가 살고 있다. ‘선암’이란 이름답게 이 곳은 풍수를 따져 보더라도 활짝 핀 연꽃 속에 마을이 들어앉은 모양을 하고 있어 ‘승지’라 할만하다. 석회암 지대이긴 해도 땅이 비옥해 농사 또한 옹골차다. 주민들의 인심도 경치만큼이나 좋아서 가는 이 오는 이 모두 선암에서는 이웃사촌이나 다름없다. 만일 선암마을에 들르게 된다면 하룻밤 마을에 묵어 가는 것도 괜찮다. 그리고 이왕 묵는 김에 이른 새벽에 일어나 강변으로 나간다면 잊지 못할 구경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자욱한 안개로 뒤덮인 강물을 거슬러 비오리 일가족이 새벽 나들이하는 모습을 만날 수도 있을 것이므로. 녀석들은 주로 사람들이 없는 틈을 타 강을 오르내리는데, 어디선가 인기척이라도 들릴라치면 쏜살같이 그 자리를 벗어나 버린다. 비오리마저 사람만큼 무서운 게 없다는 것을 아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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