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자연을 상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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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자연을 상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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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은 영업중이고, TV는 방영중이다.
시골집에서는 언플러그 TV가 자연을 상영한다.
그냥 버릴 데가 없어 시골집 할머니가 냉장하지 않는 냉장고에 대충 얹어놓은 이 TV는
절묘한 설치예술이자 현장미술이다.
플러그 없이도 TV는 자연의 변화무쌍함과 무상함을 무상으로 보여준다.
이곳에서는 채널을 돌릴 필요가 없다.
채널 대신 고개를 돌리면 된다.
왼쪽으로 돌리면 도심의 무성한 아파트 숲이고,
오른쪽으로 돌리면 벚꽃 무성한 시골의 숲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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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는 해가 뜨는 모습을, 저녁에는 해가 지는 모습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다행히도 이곳의 TV에는 시끄럽고 재수 없는 9시 뉴스도 없고,
만날 질질 짜고 투기하는 주말 드라마도 없다.
생명의 강에 삽질하자는 삽질이도, 땅투기로 갑부된 벼락부자도 없다.
오로지 자연이다.
이따금 박새가 앉았다 가거나 구름이 헤쳐모이는 풍경과
살구꽃 흐드러진 텃밭을 TV는 지겹도록 보여준다.
보고 싶은 사람은 와서 봐도 좋고,
보기 싫으면 안보면 그만이다.
이렇게 지구의 한 구석에는 24시간 자연을 상영하는 TV가 있고,
시청료도 없이 그것을 보는 시청자가 있다.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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