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사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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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사랑법

 

고양이에게도 마음이 있죠.

고양이도 사람처럼 사랑하고 미워하죠.

누군가를 원망하고 슬퍼하죠.

그러나 고양이의 사랑법은 분명 달라요.

단순하고 명쾌하죠.

 

 

사람처럼 조건이나 배경을 따지지 않아요.

말의 진위나 속뜻을 염두에 두지 않죠.

사랑한다면 그냥 사랑하는 거예요.

계산적으로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니죠.

사랑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쿨하게 떠날 줄 알죠.

지저분하게 매달리지도 않고

너를 저주하리라, 악담하지도 않아요.

 

 

겉으로는 깨끗한 척 하면서

뒤로는 온갖 더러운 짓을 일삼고

사리사욕에 목숨을 거는 위정자들과는 다르죠.

못된 인간들처럼 이 땅을 만신창이로 만들고

물과 대기를 오염시키지 않아요.

사치와 낭비를 할 줄도 모르죠.

 

 

고양이가 더럽다고요?

사람이 더 오래 살면서 더 많은 똥을 싸고

더 많은 쓰레기를 버리고

더 많은 자원을 고갈시키고

더 많이 더 혹독하게 지구를 망가뜨리고 가죠.

어느 쪽이 더 나쁜지는 자명한 사실이죠.

 

 

 

개체수를 줄여야 하는 것도 인간이고,

소비를 줄이고

속도를 줄이고

탐욕을 줄여야 하는 쪽도 인간이에요.

길에서 태어난 고양이는 길어야 3년, 이 세상을 살다 갑니다.

 

 

인간이 버린 음식 쓰레기를 뒤지며

도둑고양이라는 비난을 감수하며

누군가 장난으로 던진 돌멩이와 담배꽁초를 피해가며

어릴 때 사람의 손에서 자라다 컸다고 버려지기도 하면서

고양이는 주어진 묘생을 묵묵히 걸어갑니다.

 

 

 

얼어죽고, 굶어죽고, 맞아죽고

죽는 것이 사는 것보다 흔하지만,

항변하지 않고, 토 달지 않고 그냥 살아갑니다.

세상의 편한 것들과 맛난 것들과 따뜻한 것들을 독차지한

인간을 비난하지도 않아요.

그런 건 애당초 바라지도 않죠.

 

 

먹을 것이 늘 부족하지만, 고양이는

아기고양이나 임신묘에게 먹이를 양보할 줄도 알죠.

세상의 모든 엄마가 그렇듯

고양이도 모성애가 지극합니다.

다른 것이 있다면 고양이는 제 새끼가 아니더라도

제 새끼처럼 소중하게 여길 줄 알죠.

 

 

어미 잃은 남의 새끼 데려다 젖을 물리죠.

손주에게 젖을 물리는 할머니 고양이도 있어요.

공동육아를 하는 고양이들도 종종 발견되죠.

고양이의 삶은 사람보다 단순합니다.

그들의 사랑은 사람보다 훨씬 순박합니다.

 

 

그들의 사랑은 대가를 바라지 않습니다.

진심을 다해 상대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전할 뿐이죠.

단순하고 명쾌하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있는 그대로의 사랑을.

 

* 길고양이 보고서::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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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해동안 <길고양이 보고서>를 찾아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합니다. 내년 1월부터는 여행가로 돌아가 밥벌이를 할 예정이고, 지방 출장이 많아서 지금처럼 <길고양이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올리지 못할 것같습니다. (알다시피 전원고양이를 제외하고는 별로 소개할 고양이가 남아 있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가끔씩 블로그에 소식 전하겠습니다. 꾸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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