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의 썩소와 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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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의 썩소와 세수


우리 동네 불량 고양이. 썩소를 한방 날리다.


이 녀석은 우리 동네 길고양이다.
한달 전 처음 본 후로,
세번 마주쳤다.
두번째 만남에서 녀석은 내게 불량한 태도로 썩소를 날렸다.


"잠깐만요, 아직 세수를...." 앞발을
입에 넣어 침을 바르고 있다.


녀석은 내가 10여 미터 앞에서 카메라를 들이대자
마치 아직 준비가 안되었다는 듯
앞발을 입에 넣어 침을 바른 뒤,
고양이 세수를 하기 시작했다.
이게 말로만 듣던 그 고양이 세수다.


혀를 내밀어 앞발을 닦고 있다. 본격적인 고양이 세수.


구석구석 얼굴도 닦고,
수염도 닦고, 앞발도 닦고
더이상 닦을 곳이 없자
어디 찍어보라는 듯 포즈를 취했다.
하지만 세수를 끝낸 뒤의 고양이 포즈는 너무 평범해서
나는 카메라를 거두었다.


침 바른 앞발로 얼굴을 닦아내는 길고양이.


내가 카메라를 거두자 녀석도 금세 자리를 떴다.
녀석을 다시 만난 것은 열흘쯤 지나서다.
동네의 컨테이너 박스 앞에서 녀석은 따뜻한 겨울 햇살로
일광욕을 하고 있었다.
 


저 녀석 또 왔네, 하는 표정이다.


내가 또다시 카메라를 들이대자
이제 좀 익숙하기도 하고, 약간은 귀찮다는 듯
몇번 쳐다보다가는 등을 돌리고
꾸벅꾸벅 존다.


이건 먹을 것을 달라는 표정인가?


길고양이에게 겨울은 혹독하다.
사람들의 시선도 차갑기만 하다.
요즘엔 음식 쓰레기도 분리 수거해 가고,
쓰레기 봉투를 뒤져 찾아낸 음식물조차
꽝꽝 얼어있거나 딱딱하게 말라붙어 있다.
길고양이에게 겨울은 너무 길다.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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