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속에 핀 고양이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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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에 고양이꽃

 

 

고양이야말로 가장 풍부한 표정을 소유한 동물이다.

가장 유연한 몸짓에

가장 다양한 행동을 보여주는 동물 역시 고양이다.

 

깍깍깍.

 

어느 날 눈밭에서 만난 무럭이는

눈 위로 솟아 있는 두릅나무의 말라비틀어진 우듬지를

깍깍 씹고 있었다.

 

"우이씨 왜케 질긴겨?"

 

녀석의 호기심은 그냥 단순한 것이어서

그곳에 두릅나무가 아니라 썩은 가시나무가 있었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됐다. 이케 우듬지를 잘라내고...."

 

절반은 삭고 절반은 말라비틀어진 그 우듬지를

씹어보는 무럭이의 표정은 참으로 천변만화여서

열 번을 찍어도 열 번의 다른 표정이 나오곤 했다.

 

"어때요? 눈속에 핀 꽃같죠?"

 

심지어 마지막엔 우듬지를 잘라버리고

스스로 두릅나무 마른가지 위에 얼굴을 올려 놓고

한참이나 꽃처럼 피어 있었다.

눈 속에 핀 고양이꽃.

여기 <고양이꽃이 피었습니다>.

 

* 길고양이 보고서::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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