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받은 외출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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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받은 외출 고양이


외출 고양이 외출이와 인연을 맺은 건 벌써 6개월이 다 되어간다.
외출이는 말 그대로 외출 고양이였다.
과거형--, 그러나 지금은 버려진 유기묘 신세가 되었다.
누군가 이사를 가면서 버리고 간 게 분명하다.

누군가는 또 고양이에 대해 아는척 한다고 그러겠지만,
애완 고양이가 외출 고양이가 되었다가
다시 유기 고양이가 되어 길고양이로 살아가는 일은
주변에서 종종 만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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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전 외출 고양이로 만난 외출이.

처음 외출이는 기름이 좔좔 흐르는 깨끗한 털과
말끔한 용모로 우리 집앞에 나타났다.
녀석은 나를 처음 보았음에도 아무런 경계심도 없이 다가와서는
몸을 부비고 갈짓자로 내 다리 사이를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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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길고양이에 비해 여전히 용모가 깨끗한 편이다.

한눈에 외출 고양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더욱이 녀석은 첫날부터 길고양이의 서열과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동을 서슴치않았다.
처음 나타난 녀석이 길고양이의 서열과 질서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먹이를 먹다가 점냥이에게 따귀를 얻어맞는가 하면,
나에게 과도한 스킨십을 시도하다 다른 길고양이의 눈총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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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봉이, 깜냥이, 점냥이와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외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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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사실은 암컷이다)이 외출묘라는 근거는 또 하나 있었다.
꼭 오후 4시에서 6시 사이에만 녀석이 집 앞에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두어 달쯤 정해진 시간에 나타나던 외출이가
어느날 부터인가 수시로 집앞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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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중한 외모. 관리받은 듯한 털. 과도한 스킨십. 외출이를 처음 만났을 때 녀석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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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하고 깔끔하던 외모와 털은 어느 새
거칠고 꾀죄죄한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길고양이와 좀처럼 어울리지 못하던 외출이가
이제는 ‘고양이 인사’도 서로 나누고, 서열도 지키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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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이. 툭하면 교태를 부린다.

녀석은 버림받았거나 아예 집을 나온 것이 분명해보였다.
이유가 어쨌든, 싫든 좋든 녀석은 그렇게 유기묘이거나 길고양이가 된 것이다.
한번은 늦은 밤에 홀로 집앞에 앉아 있길래
먹이를 주었더니 녀석이 자꾸만 내 뒤를 졸졸 따라붙어
방문 앞까지 따라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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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이의 과도한 하품.

눈에는 ‘집안에서 살고 싶어요’라는 갈망이 역력했다.
하지만 나는 그럴만한 사정이 되지 않았으므로
녀석을 현관 밖으로 돌려보냈다.
녀석의 행동으로 볼 때, 스스로 유기묘의 길을 택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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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 아직도 애완묘의 기질이 남아서 툭하면 장난을 건다.

가끔씩 녀석의 눈빛을 보고 있으면,
짠한 생각이 들지만,
지금으로서는 이제껏 그래온 것처럼
밖에서 돌보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 웃지 않으면 울게 된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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