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마다 고통받는 나무들

|

성탄절마다 고통 받는 나무들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은 요즘
거리나 교회, 상가, 아파트까지 장식용 꼬마전구로 꾸민 ‘크리스마스 트리’를 볼 수가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형형색색 불빛과 조명이 아름답기만 하죠.
그런데 이 아름다움 뒤에 나무의 엄청난 고통과 아픔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인간의 시각적 쾌락을 위해 나무는 지금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전기 고문과 빛 스트레스 때문이죠.
혹자는 저 정도 조명을 가지고 ‘전기 고문’이라 하는 건 과장된 표현이라고 말합니다.
나무는 비전도체이므로 전기의 직접적인 피해를 보지 않는다고도 말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서울 종로에 위치한 한 건물 앞의 크리스마스 소나무 트리. 온몸에 뜨거운 알전구를 치렁치렁 휘감고 있다.

나무에 가하는 '전기 고문'의 피해는 다른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봄에 싹을 틔우고 꽃과 잎을 피우다가 가을에 열매를 맺고, 낙엽을 떨군 나무들은
겨울이 되면, 즉 12월부터 2월까지는 휴면상태에 들어갑니다.
동물 가운데 겨울잠을 자는 동물이 있는 것처럼
나무도 겨울잠을 자는 것이죠.
그런데 사람의 시야를 해칠 정도의 강력한 불빛을 지닌 장식용 조명을 나무에 매달면
그 순간부터 나무는 잠도 못자고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인공 조명이 휘감긴 종로의 이 나무는 고사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인공 조명을 친친 휘감고 있다.

더구나 생장점이 있는 나무의 상단부까지 뜨거운 전구를 오랜 동안 감아놓을 경우
생장점이 말라죽게 되어 나무가 고사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흔히 크리스마스 트리나 나무에 설치하는 인공조명은
태양에서 발생하는 자외선보다도 강력한 자외선을 방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만일 사람이 이 불빛에 장시간 노출되었을 경우
시각 신경에 이상을 주거나
호르몬 이상을 유발할 수도 있으며,
피부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크리스마스 트리를 위해 나무에 휘감아놓은 꼬마전구와 전선줄. 거의 나무를 꽁꽁 묶어놓은 수준이다.

뿐만 아닙니다.
도심의 인공 조명은 새에게도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밤에도 이런 인공 조명이 환하게 켜 있을 경우 도심에 사는 새들은 산란을 못할 뿐만 아니라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결국 도심을 떠나게 됩니다.
미국에서는 공항의 강력한 인공조명으로 수많은 철새가 길을 잃고 헤매다 죽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사람에게도 새에게도 곤충에게도 악영향을 미치는 인공조명이
나무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건 말도 안되는 소리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크리스마스 트리로 만든 나무의 인공 조명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빛방울. 그러나 이 아름다운 빛방울 뒤에는 엄청난 나무의 고통이 숨어 있다.

그런데도 크리스마스 때마다 도심의 가로수와 나무들은
치렁치렁 인공 조명을 뒤집어쓰는 일이 연례행사처럼 반복되고 있습니다.
성탄절마다 고통 받는 나무들.
사람들의 시각적 쾌락을 위해 죽어가는 나무들.
실제로 서울 종로 일대의 몇몇 나무는 조명을 휘감은 채 고사해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이 또한 인공 조명의 피해로만 볼 수 없다고 말합니다.
물론 다른 이유로 고사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해마다 반복되는 강력한 인공 조명의 피해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무는 12~2월까지가 휴면상태이지만, 이 뜨겁고 강력한 인공 조명으로 인해 잠들지 못한 채 빛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도심의 나무들은
빛공해뿐만 아니라 시멘트와 보도블럭으로 인해 성장 공간 부족으로 숨막혀 하고 있습니다.
나무가 키가 크고 가지가 커가는 만큼 뿌리도 점점 자라야 하지만,
도심의 땅밑은 나무에게 그런 환경을 허락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다른 나라에서는 나무 주변의 콘크리트를 철거하고 땅속에 공기통을 만들어주는 도심 생태운동도 펼쳐지고 있습니다.
사람이 사는 도시라고 해서 사람만이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죠.
나무가 살지 못하고 새가 살지 못하는 도시는 사람도 살 수 없는 도시라 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친친 휘감긴 철사줄이 밑동을 파고 들어간 고양시의 한 가로수.

그런 의미에서 나무 한 그루는 그 자체로 도심의 허파인 셈입니다.
흔히 우리가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는 것처럼
종종 우리는 사람을 숨쉬게 하는 나무의 소중함도 잊고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것도 좋지만, 꼭 이렇게까지 나무에게 고통을 주면서
축하해야 하는 걸까요.
이것이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님이 진정 원하는 것이었을까요.

* 웃지 않으면 울게 된다:: http://gurum.tistory.com/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