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로 더 유명해진 외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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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연도: 신비로 뒤덮인 외딴

 

 

 

얼마 전 KBS <1박2일>팀이 다녀가면서

부쩍 유명해진 섬이 있다.

외연도!

그러나 외연도는 이미 섬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한번은 꼭 가봐야 할 섬으로 통해왔고,

나 또한 두 차례나 외연도를 다녀왔다. 



외연도 명금 해변에서 바라본 맑은 바다 풍경.

 

지독한 안개다. 아침부터 안개는 바다를 뒤덮었다가 순식간에 꼬리를 감추고 사라지는가 싶더니 이내 자욱하게 대천항을 출발한 여객선을 휘감는다. 오후 3시. 여객선은 호도와 녹도를 차례로 거쳐 1시간 50분만에 안개 자욱한 외연도에 도착했다. 오후 5시가 다 됐음에도 선창과 섬마을은 안개에 휩싸여 사위가 온통 희부연하다. 외연도. 사실 외연도라는 섬 이름도 안개에서 비롯한 이름이다. 대천을 중심으로 보자면 외연도는 가장 바깥에 자리한 섬이고, 언제나 연기가 낀 듯 안개가 자욱하여 ‘바깥에 있는 안개 자욱한 섬’이란 뜻의 외연이란 이름이 붙었다.

 

 외연도 등대와 선착장.


대천 가는 뱃길에 만날 수 있는 녹도나 호도와 섬 크기는 비슷하지만, 사람들은 외연도가 훨씬 많아서 130여 가구 정도가 이 곳에 산다. 또 이 가운데 상당수는 젊은 사람들인지라 외연도 초등학교에는 섬 치고는 꽤나 많은 60여 명의 초등학생이 있다. 섬마을이야 한바퀴 둘러보는데 10여 분이면 끝날 정도로 그리 크지 않지만, 학교 뒷동산을 넘어가면 ‘작은 명금’, ‘큰 명금’이 있고, 서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멋진 무인도를 배경으로 펼쳐진 일몰 명소인 ‘누적금’이 나온다.

 

 선착장에서 만난 갈매기.


명금이란 이름은 고대 중국 제나라에서 온 전횡(田橫) 장군이 이 곳에서 싸우다 명을 다했다고 붙여진 이름이며, 누적금은 전횡 장군이 이 곳 바위에 낫가리를 쌓아 노적처럼 보이게 했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두 곳 다 작은 몽돌밭을 끼고 있다. 또 학교 가는 길에서 왼편으로 길을 잡아 올라가면 외연도의 자랑인 상록수림(천연기념물 제136호)이 펼쳐진다. 해질 무렵도 아닌데, 오래된 숲은 저녁처럼 캄캄하다. 나무마다 휘휘 틀어올린 가지와 나뭇잎 사이로 드러난 하늘에서는 간간 신령한 기운의 빛줄기가 새어든다.

 

 '사랑나무'로 불리는 두 그루의 연리지 동백나무.


당산숲이기도 한 이 곳의 상록수림 숲(약 3천 평)에는 동백나무를 비롯해 후박나무와 팽나무, 식나무, 돈나무, 붉가시나무 등 다양한 종류의 상록활엽수가 자라고 있으며, 거대한 크기와 높이를 자랑하는 팽나무와 동백나무도 볼 수가 있다. 특히 ‘사랑나무’로 불리는 두 그루의 연리지 동백나무도 숲에서 만날 수 있다. 산신제를 지내는 바위 아래에 있는 이 동백은 서로 다른 뿌리를 지니고 있지만 두 그루의 가지가 손이라도 잡은 듯 허공에서 맞닿아 이어진다. 마치 사랑하는 연인이 손을 잡고 있는 듯하다고 마을에서는 이것을 사랑나무라 부르는데, 이 사랑나무 밑을 손 잡고 통과하는 연인은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말도 있다.

 

 외연도 상록수림 한가운데 자리한 전횡장군 사당.


이 곳의 상록수림은 남부지역에서만 분포하는 다양한 수종들로 구성된 상록수림으로서는 거의 이 곳이 북방 한계선이나 다름없다. 물론 백령도 같은 섬에도 약간의 상록수림이 분포하지만, 여기처럼 다양하고 풍부한 수종이 이뤄낸 제대로 된 상록수림은 아니다. 따라서 이 곳의 상록수림은 학술적으로도 엄청난 가치가 있는 숲이다. 이토록 가치 있는 상록수림의 꼭대기쯤에는 전횡 장군을 모신 사당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외연도에서는 요즘도 해마다 음력 정월 열나흗날과 보름날이면 이 전횡 장군 사당에 올라 당제를 지낸다.

 

해녀가 물질을 위해 빗갱이 인근 바다에 뛰어내리고 있다.


“옛날에는 1년에 시번이나 지사를 지냈어. 4월과 11월에 소를 잡아 지냈구, 8월에는 햇곡식과 햇과일을 차려놓구 지냈어. 옛날에는 당제두 지끔 사당 위쪽에 있는 바위에서 산신제를 지내구, 당집에서는 당제를 지내구, 학교 뒷편 당산나무하구, 저기 ‘안당’이란델 가서 팽나무 아래서 또 제를 지내구 그랬어. 선창에 와서도 풍어제를 지내구, 마지막으로 띠배를 띄워 바다에 나가 용왕제를 지냈어. 산신제 지내는 바위(산신단) 아래쪽에는 소 잡고 나서 소 뼈를 묻는 무덤이 지금도 있어. 거기다 소뼈를 다 묻구 내려오지. 상주나 임신헌 사람은 지금도 당집에 못 올라가. 다른 데야 돼지를 잡아 당제를 지내는데, 아마 황소를 잡아 지내는 데는 안면도 풍어제와 여기밖에는 없을 거야. 전이는 저기 먹금(오도), 빗갱이(횡견도), 느레(황도)에도 사람이 살아서 거기서는 돼지를 잡아서 당제를 지냈다구. 지끔도 여기처럼 당제 지내는 데는 벨루 없을 거야.” 한때 제주로 뽑혀 당제를 주관한 적이 있다는 안상철 씨(56)가 들려준 이야기다.

 

 제주 출신 원정 해녀 부성여 씨.


외연도에는 모두 16명의 해녀가 있다. 특이한 것은 이중의 대부분은 원정 해녀라는 점이다. 7명을 빼면 모두 제주에서 원정온 해녀다. 원주민 해녀 7명도 과거 제주에서 원정 와서 정착한 해녀가 대부분이다. 이들 해녀들은 요즘 한창 해삼과 전복을 따러 나간다. “지금은 해삼도 들어갈 철이라 많이 안나요. 전복도 별로 없고. 우리는 다 제주에서 와 물질을 해요.” 올해 처음 제주에서 원정 물질을 왔다는 해녀 부성여 씨(68)의 말이다. 해녀들이 물질해 온 것들은 어촌계와 해녀 개인이 6:4 비율로 이문을 나눈다. 이들이 물질을 하는 장소는 본섬 주변에 있는 횡견도(빗견이, 빗갱이), 오도(먹금, 과거 오동나무가 많아서 붙인 이름), 황도(느레), 대청(멍물), 소청(청섬), 중청 등의 무인도다.

 

 외연도의 아이들이 섬마을 골목에서 비석치기를 하며 놀고 있다.


선창을 떠난 해녀배는 횡견도부터 소청까지 차례차례 해녀들을 부려놓는다. 이 곳 멍물과 청섬 주변의 바위는 가마우지 서식지로도 알려져 있다. 내가 해녀배를 타고 나가 가마우지떼가 머무는 바위 옆을 지나는데도 녀석들은 아무런 동요 없이 바위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사실 외연도에만 머물면 섬 주변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만끽할 수가 없다. 외연도 주변의 무인도는 어떤 다도해 풍경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지니고 있다. 혹자는 우리 땅이 좁아서 볼거리가 없다고 말한다. 그들이 과연 우리 땅 구석구석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제대로 만나보기나 했을까. 단언컨대 우리 땅의 아름다운 진면목은 우리가 미처 만나지 못한 곳에 언제나 존재하고 있다. 마치 안개가 걷힌 외연도처럼 말이다.



외연도 산꼭대기에서 바라본 끝없는 바다 풍경.


<여행정보>

서해안고속도로 대천 IC에서 36번 국도를 타고 대천 해수욕장 방면으로 가면 대천항이 나온다. 대천역에서 대천 해수욕장까지 매 10분 간격으로 시내버스도 운행한다. 배편은 대천항에서 호도, 녹도를 경유해 외연도까지 가는 신한해운의 쾌속선 웨스트프론티어호가 하루 2회(8:10, 15:00) 운항(약 1시간 40분)한다. 계절과 물때에 따라 운항시간이 변경될 수 있으므로 미치 출항여부(대천연안 여객선 터미널 041-934-8773~4)를 알아보는 것이 좋다. 민박문의: 외연도 어촌계(931-5750~2), 오천면사무소(932-4301∼2), 문의: 오천면(932-4301)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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