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통 스키, 설매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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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전통 스키, 설매 아세요

눈 쌓인 산비탈에서 우리 전통 스키, 설매를 타고 내려오고 있다. 지게 작대기로 그냥 지팡이를 삼았다.


정선군 임계에 갔을 때 나는 참 아름다운 풍경을 보았다.

산비탈에서 누군가 스키를 타듯 미끄러지며 내려오고 있었던 것인데,

자세히 보니 그것은 스키가 아니었다.

바로 우리네 전통 스키라 할 수 있는 설매였다.


설매란 나무를 스키처럼 길게 깎아 앞축을 구부려 만든

전통 눈썰매를 가리키는데,

보통 지게 작대기로 땅을 짚고 균형을 잡아서 탄다.

아이들이 타는 썰매가 얼음 위에서 타는 거라면,

어른들이 타는 설매는 눈 위에서 타는 것이다.



우리 전통 스키, 설매는 나무로 만든 스키 모양처럼 생겼다.


그러나 요즘 전국 웬만한 곳에 다 스키장이 있고,

스키가 겨울 스포츠의 대명사로 자리잡으면서

우리네 전통 설매는 설 자리를 잃고 말았다.

스키에 밀려 설매는 전시용 골동품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하지만 아직도 정선 임계나 인제 설피밭에 가면

실제로 이런 골동품이 다 된 설매 타는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눈밭에 빠지지 않기 위해 신발 위에 덧신던

설피도 설매와 다르지 않은 처지다.

옛날 강원도의 두메마을에서는 한번 폭설이 내리고 나면

보름 넘게 길이 끊겨 싫든 좋든 고립무원 생활을 할 때가 많았다.

이 때 산마을 사람들은 설피를 신고 마실을 다니거나

꿩사냥이며, 토끼몰이를 했다.



눈밭에 빠지지 않기 위해 신는 눈밭 덧신 설피.


그냥 다니면 푹푹 빠질 곳도 설피를 신으면 조금밖엔 빠지지 않아

이동이 자유로웠기 때문이다.

설피를 신을 때는 신발을 신은 채로 덧신는데,

모양은 타원형으로 보통 신발의 서너 배가 컸다.

바닥에는 발받침을 대거나 얼기설기 삼끈을 팽팽하게 매서

신발이 눈에 빠지지 않도록 했다.


설피는 주로 다래덩굴이나 칡덩굴, 노간주나무를 불기운에 구부려 만든다.

오랜 옛날에는 곰가죽으로 끈을 만들기도 했단다.

이런 설피는 강원도를 비롯해 경북 북부 지역과 울릉도에도

비교적 최근까지 남아 있었지만,

두메마을까지 포장도로가 뚫리고, 겨울 사냥을 할 수 없게 되면서

하나둘 그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길쭉한 모양의 설피.


옛날에는 산골짝의 비탈밭이 그대로 스키장이었고,

논바닥이 고스란히 스케이트장이었으며,

산과 들판이 모두 놀이터였다.

그것을 파헤쳐 집을 짓고, 도로를 내고,

전 국토를 건설과 개발로 파헤치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늘 함께 해왔던 자연의 놀이터를 잃고 말았다.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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