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는 왜 12지신 맨앞자리를 차지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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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는 왜 12지신 맨앞자리를 차지했을까


2008년 무자년 쥐띠해가 밝았다. 사람들은 별로 쥐를 좋아하지 않지만, 우리 민속과 신화에서는 쥐가 영물로 받들어지고 있다. 우리 민속에서 쥐(실제로도 쥐는 다산한다)는 다산의 상징이다. 쥐가 자식을 뜻하는 ‘자’(子)로 표시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쥐는 12지신의 맨 앞자리를 차지하는 동물이기도 한데, 이것이 중국에서 비롯된 풍습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티벳이나 몽골과 같은 유목민도 우리와 똑같은 12지간지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그것의 전래설은 의문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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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다른 동물을 다 제치고 쥐는 왜 12지신의 맨 앞자리를 차지한 것일까.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렇다. 옛날 옥황상제가 동물로 12지신을 삼고자 지상의 모든 동물을 불러 정월 초하루에 잔치를 열기로 했다. 빨리 오는 순서대로 12지신의 순서를 매긴다는 약속도 했다. 이 소식을 듣고 소와 호랑이 등 많은 동물은 먼저 도착하기 위해 미리부터 조깅과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몸을 다졌다. 그런데 쥐란 녀석은 아무리 생각해도 소와 호랑이를 이길 재간이 없어보였다.


이에 쥐가 한 가지 꾀를 생각해냈다. 그것은 가장 부지런한 소의 머리 위에 올라타고 간다는 계획이었다. 드디어 새해 첫날이 되어 동물들은 하늘나라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당연히 소가 맨앞에서 달렸다(소가 하루 전날 먼저 출발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그렇다면 소는 처음부터 부정출발한 것이다). 그리고 하늘나라 입구에 이르러 쥐는 소의 머리 위에서 폴짝 뛰어내려 가장 먼저 골인지점(쇼트트랙의 스케이트 들이밀기를 연상하시라)을 통과했다. 이를 본 옥황상제는 쥐를 12지신의 맨 앞자리로 삼았다. 꾀로써 쥐는 12지신의 맨 앞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여기에는 또다른 기원설도 있다. 그 첫번째가 음양설(홀수는 양, 짝수는 음)로  호랑이나 용의 발가락과 발톱이 다섯개, 즉 양의 숫자에 속하고, 소와 돼지 등은 네개, 즉 음의 숫자에 속하지만, 쥐만은 유일하게 앞발가락 네개, 뒤발가락 다섯개로서 음양을 모두 갖추었으므로 12지신의 으뜸으로 삼았다는 설이 음양설이다.  또한 12지 동물 가운데 가장 먼저 나와 활동하는 게 쥐이기 때문이라는 시서설, 인도의 문헌에서 쥐가 천신을 섬기기 때문이라는 신기설 등도 있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기원설로 정착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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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의 내용에서처럼 쥐는 우리 민속에서도 지혜와 부지런함의 상징으로 통한다. “쥐띠 해에 태어난 사람이 잘 산다”는 말도 거기에서 비롯되었는데, 쥐가 부지런하고 먹이를 모아두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쥐는 우리 신화 속에서도 지혜의 영물로 등장한다. 천지를 창조한 미륵은 어느날 쥐를 불러 물과 불이 어디에 있는지를 물어보았다. 쥐가 알아도 가르쳐줄수가 없다고 하자, 미륵은 쥐에게 모든 뒤주의 사용권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쥐는 미륵에게 물이 나는 장소와 불을 일으키는 부싯돌 사용법을 일러주고는 세상의 모든 뒤주를 차지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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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쥐는 민간에서 부정적인 의미를 함께 지닌 동물로 통했다. 작고 하찮은 것을 일러 “쥐꼬리만하다”, “쥐뿔도 없다”고 했으며, 비아냥거릴 때 “고양이 쥐 생각한다”고도 했다. “쥐구멍에도 볕들날 있다”는 속담도 희박한 확률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밖에도 쥐에 관련된 속담으로는 “쥐도 고양이를 문다”, “쥐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랴”,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쥐 소금 나르듯 한다” 등이 있다.
 
민간에서는 또 정월 첫 쥐날인 상자일(上子日)에 쥐를 쫓고 해충을 태워 없애고자 논과 밭둑에 불을 놓는 쥐불놀이 풍습이 있었다. 마을끼리 쥐불놀이를 통해 불의 세기를 겨루기도 했으며, 쥐불을 놓아 한해의 운수를 점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쥐불놀이는 산불의 원인이 된다 하여 농촌에서조차 조심스럽게 행해지는 풍습이 되었다.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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