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에서 맛본 대장금 아이스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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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에서 맛본 대장금 아이스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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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드락숨쵸 가는 길에 만난 바헬이라는 마을에서 갈증을 달래고자 가게를 들어갔는데,
때마침 냉장통 안에 낯익은 글씨와 사진이 보였다.
분명히 대장금(大長今)이라 쓴 한자에 이영애 얼굴이 그려진 아이스크림이었다.
보아하니 중국에서 생산되어 티베트의 깊숙한
바헬까지 옮겨진 꽤 먼 길을 온 듯한 아이스크림이었다.
함께 온 일행은 대장금 아이스크림 맛이나 보자고 세 개를 사서 하나씩 맛보는데,
이것 참, 이렇게 맛없는 아이스크림이 있나...!
모양은 그런대로 초코시럽에 해바라기 씨까지 둘렀으나, 참 못먹을 맛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못먹는 티베트 아이들을 생각하면,
그냥 버린다는 것도 죄가 될 것같아서 꾸역꾸역 간신히 아이스크림을 먹고는
생수 몇 모금으로 입가심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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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틀 후, 라싸 시내 야크호텔 인근 버스 정류장에서 나는
얼음과자를 팔고 있는 티베트 소녀를 만났다.
소녀는 얼음과자를 잔뜩 앞에 두고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소녀가 파는 얼음과자라고 해봐야 거의 설탕물이나 싸구려 주스를 얼린 것에 불과했다.
나는 꾸벅꾸벅 조는 소녀를 깨우는 것이 약간 미안했지만,
저것을 팔아줘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서
헛기침을 두어 번 하고는 돈을 내밀고 얼음과자를 하나 집어들었다.
거리에서 그것을 그냥 입에 물고 숙소로 돌아가는데,
이 얼음과자가 도리어 중국에서 짝퉁으로 만든 대장금 아이스크림보다 훨씬 맛있다.
별다른 첨가물이 들어있지 않은 탓에 오히려 담백한 맛이었다.
갑자기 어린시절에 맛본 ‘아이스께끼’가 생각나는 바로 그 맛!
어쩌면 이것이 바로 중국산 짝퉁과는 전혀 다른 순진한 티베트의 맛인지도 모르겠다.
 
* 구름을 유목하는 옴팔로스::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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