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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8.22 고양이와 장독대 (12)
고양이와 장독대
고양이가 앉아 있는 장독대는 눈부시다.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떠 있고, 잠자리는 날아간다.
둔덕의 밭에는 옥수수 영그는 소리,
논에는 벼 익어가는 소리.
시간은 은행나무 위에서 잠깐 하늘거린다.
고양이는 장독대에 앉아서 그것을 본다.
바람이 강아지풀을 흔드는 소리.
논에서 개구리를 물고 날아가는 해오라기 한 마리.
바쁘게 매연을 뿌리고 달아나는 자동차.
돌담집에 드리운 오후 4시의 그림자.
항아리에 비친 고양이의 근심들.
폭염은 소나기구름을 몰고 왔다가
저녁의 염소 울음소리에 잦아든다.
먼 훗날의 고양이는 기억할 것이다.
뼛속까지 스미던 그해 여름의 열기를.
장독대에서 보낸 순진했던 시간을.
그 시간과 함께 했던 한 사내의 쓸쓸한 눈빛을.
어떤 고양이는 장독대를 벗어나고, 어떤 고양이는 장독대로 돌아온다.
시간은 이제 은행나무를 내려와
보건소로 흘러가는 자전거를 따라간다.
* 길고양이 보고서::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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