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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0.15 가을에 좋은 이색마을 추천 5곳 9
가을여행 하기 좋은 이색마을 추천 5곳
가을이면 많은 사람들이 단풍 명소를 찾는다.
그러나 단풍 명소마다 사람에 치이고 차에 밀려서 정작 짜증스러운 여행이 될 때가 많다.
사실 단풍 명소 말고도 가을에 떠나기 좋은 여행지는 얼마든지 있다.
가을여행으로 제격인 이색마을 5곳을 여기에 소개한다.
무엇보다 이곳은 부모와 자녀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소중한 체험여행지로도 손색이 없는 곳들이다.
1. 치렁치렁 손곶감마을: 영동 물한리
가을로 접어든 영동은 막 물들기 시작한 단풍으로 울긋불긋 그 고운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영동에서도 상촌면이라 하면, 사실 군내에서는 가장 궁벽한 고을로 통한다. 그 궁벽한 고을로 접어드니 사방이 온통 주홍색 감을 주렁주렁 매단 감나무 천지다. 만산홍엽에 주홍감! 눈을 뗄 수 없는 이러한 아름다운 풍경은 면 소재지를 지나 물한계곡이 있는 물한리까지 내내 이어진다. 이 곳 물한리는 영동에서도 알아주는 곶감마을. 곶감마을답게 마을로 들어서는 들머리부터 길을 따라 온통 주황색으로 물든 감나무를 만날 수 있는데, 이런 광경은 물한리의 이웃마을인 대해리와 상도대리, 둔전리, 고자리 등도 다르지 않다.
마을로 들어서면 여기저기 장대를 들고 감나무에 올라 감을 따는 모습도 흔하게 눈에 띈다. 이 곳의 감은 주로 무동시와 고동시. 이것으로 씨 없는 곶감을 생산해낸다. 다른 지역의 곶감마을과 달리 이 곳에서는 아직도 곶감을 일일이 손으로 깎는 전통적인 방법을 지켜오고 있다. 물론 곶감을 내는 분들이 대부분 연세가 많은 분들이기 때문에 기계를 쓰지 않는 것이지만, 그로 인해 물한리 곶감은 영동에서 으뜸 곶감으로 통한다. 마을에 젊은이가 별로 없어 물한리와 인근 마을에서는 주로 일요일이나 휴일날이 감 따는 날이다. 외지에 나갔던 젊은 사람들이 일부러 들어와 감 따는 일을 도와주기 때문이다.
보통 곶감을 만들기 위한 감은 찬이슬이 맺힌다는 한로 때부터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 사이, 즉 10월에 많이 딴다. 우리나라에서 곶감이 많이 생산되는 곳으로는 충북 영동 말고도 경북 상주와 의성, 예천, 경남 산청, 함안, 의령, 전북 완주와 장성 등이 있지만, 영동 곶감만의 특성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무공해 자연산이라는 것이다. 또한 밤낮의 기온차가 심한 산간마을의 청정지역에서 생산되므로 깨끗하고 믿을 수 있으며, 당도와 품질이 우수하고, 씨가 적거나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껍질이 얇아 전국에서도 그 품질을 최고로 친다.
2. 첩첩산중 샛집마을: 인제 마장터
길은 강원도의 마음처럼 구불구불 휘어지고 에돌아 친친 지친 마음을 똬리 튼다. 단풍 구경이 다 끝나 외로운 산중. 하늘은 구멍이라도 난 듯 추적추적 빗방울을 뿌린다. 미시령에서 길을 잡아 마장터로 가는 길. 산 사람들은 이 길을 샛령길이라 부른다. 이 길을 아는 사람은 드물어서 한동네 용대리 사람을 붙잡고 물어봐도 절반 이상은 고개를 젓는다. 옛날 고성이나 속초의 마부들은 소금을 싣고 이 샛령길을 넘었고, 인제나 원통의 지게꾼들은 감자나 잡곡을 지고 이 길을 넘어 마장터에 이르렀다. 마장터는 일종의 난전으로 물물교환을 하던 산중장터였던 셈이다. 마장터라는 이름은 바로 이 곳에 말이 쉬어가는 마방과 주막이 있었다는데서 비롯된 것이다.
길은 계곡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다가 이내 울창한 숲으로 꼬리를 감춘다. 숲은 원시림처럼 울창했고, 희부연 안개가 끼어 모든 것이 흐릿하다. 곰이라도 나올 것만 같은 이 무섭도록 적막한 숲길. 땅의 영혼, 나무의 정령들에게 나는 잠시 고개를 숙인다. 들어가도 되겠느냐고. 이 숲에 발을 들여놓아도 되겠느냐고, 다행히 숲의 정령이 가볍게 자작나무 잎들을 달랑달랑 은전처럼 흔든다. 내 옆에는 낮게 깔린 적막과 적막을 적시는 뿌연 하늘과 하늘에 잠긴 나무들, 숨찬 언덕과 평화, 숨소리뿐이다. 잎 달린 나무들마다 때늦은 단풍이 떨어져 조붓한 산길은 온통 아른사른한 낙엽길이다.
샛령길 너머 마장터에 이르자 두 채의 오두막 샛집이 나그네를 반긴다. 마장터에 있는 두 채의 샛집에는 백승혁 씨와 정준기 씨가 각각 살고 있다. 이렇게 비가 오건만, 백씨는 출타중이었고, 마장터에는 정씨만이 남아 낯선 발자국 소리에 문을 빼꼼 열고 내다본다. “아이고, 이래 비가 오는데 어째 왔소?” 정씨는 어여 들어와 젖은 몸이라도 말리라 한다. 아침에 군불을 때놓은 덕에 방바닥은 따뜻하다. 정준기 씨는 약초꾼이며, 나물꾼이다. 그가 마장터에 들어온 것은 25년 전. 정씨에 따르면 20년 전까지 이 곳에 있는 두 채의 집은 모두 굴피집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굴피 채피가 어려워지면서 억새를 베어다 지붕을 덮었다. 워낙에 깊은 산중에 집이 있다 보니, 마장터에는 아직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는다. 방에서는 아직도 등잔불을 켜고, 아궁이에서 꺼낸 불씨를 화덕에 담아, 거기에 라면을 끓이고 밥을 한다. 냉장고는 필요없다. 개울 옆 우물이 차고 시원한 냉장고여서, 김치며 반찬도 거기에 둔다. 하지만 정씨는 이제껏 불편을 모르고 살았다고 한다.
3. 지리산 다랑논마을: 함양 도마마을
지리산자락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다랑논을 보러 함양 마천으로 간다. 하지만 새벽부터 비가 내리더니 지리산자락이 온통 운무에 휩싸여 있다. 마천면 가흥리 쯤에서 금대암 이정표를 보고 가파른 산길을 올라간다. 굽이굽이 수십 굽이를 올라가자 건너편 산자락에 펼쳐진 다랑논이 안개 속에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금세 다시 안개가 몰려오고 잠깐 모습을 드러냈던 다랑논이 또다시 안개에 잠긴다.
그러기를 수차례. 희부연 안개에 가려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도마마을 다랑논이 드디어 안개를 벗고 서서히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1시간 넘게 같은 자리에 서서 나는 안개가 몰려왔다 몰려가는 풍경을 고스란히 눈에 담았다. 그리고 이내 모습을 드러낸 다랑논의 풍경까지. 참으로 안개무량하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저 도마마을 다랑논은 몇몇 사진가들과 풍류객들에게는 꽤 알려진 지리산의 숨은 진풍경이다. 물론 함양에는 이와 같은 진풍경이 도처에 널려 있다.
어느 정도 안개가 걷히자 나는 참았던 셔터를 자꾸 눌러댄다. 뭐 그래봐야 다랑논이겠지만,내 눈에는 저것이 그냥 다랑논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농부들의 땀과 눈물과 손길과 정성이 깃든 의 풍경! 어느덧 다랑논의 벼들은 누렇게 익어서 농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저곳의 쌀 한 톨은 지루한 장마와 오뉴월 땡볕과 무자비한 태풍을 다 이겨낸 우여곡절의 눈물 한 방울이다. 나는 그것을 렌즈가 아닌 마음으로 구경하고 셔터가 아닌 가슴으로 찍는다. 산길을 올라온 지 3시간째, 다시 지리산 능선을 넘어 안개가 몰려온다.
4. 전통 한지마을: 괴산 신풍마을
충주에서 수안보 지나 문경새재로 가는 길목인 작은새재를 넘는다. 고개가 험해서 새들조차 넘기 어려워 새재라 했던가. 그 새재를 목전에 두고 작은새재 넘어 괴산군 연풍 땅, 신풍마을로 내려선다. 이곳은 별로 알려지지 않은 전통 한지마을이다. 마을 한가운데 자리한 한지공장으로 들어서자 철썩철썩 대발로 물질하는 소리가 밖에까지 새어나왔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두 명의 인부가 바쁘게 종이뜨기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또 공장 한 켠에 자리한 표백(바래기)실에서는 한 인부가 고무래로 닥 원료를 젓고 있었는데, 시큼하게 닥 삭는 냄새가 진동했다.
한지 하면 다들 전주나 안동을 떠올릴 것이지만, 이 문경새재 아래께에 자리한 신풍마을 한지도 그에 못지 않다. 신풍 한지마을에서는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 안치용 씨가 2대째 전통 한지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사실 요즘에 이르러 한지는 기계화를 갖춘 현대적인 공장에서 생산하는 체제로 옮겨가고 있는데, 이 곳에서는 아직도 많은 과정을 전통적인 방법으로 옛 한지의 아름다움을 재현해내고 있다. 또한 마을에 옛날부터 차고 맑은 용천수가 솟아나고 있어 예부터 신풍마을에서는 이 용천수를 이용해 한지 제조에 사용해 왔고, 지금도 한지 생산에 이 용천수를 이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안씨는 마을 주변에 닥나무를 심어 품질 좋은 한지의 원료를 직접 해결하고 있다. 선대로부터 이어져 온 종이 뜨는 솜씨와 용천수가 솟아나는 천혜의 자연환경, 품질 좋은 닥나무 원료가 조화를 이루는 ‘좋은 한지생산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는 셈이다. 예부터 면지, 마지, 피지와 같은 여러 종이가 있어 왔지만, 우리네 전통 종이라고 하면 단연 닥껍질을 원료로 한 닥종이였다. 하여 보통 한지라고 하면, 이 닥종이를 가리킨다. 이 곳의 한지공장에서는 종이 건조실을 따로 두고 있는데, 여기에는 외국인 노동자 두 명이 우리 전통의 종이인 한지 건조일을 하고 있다.
여기서 일하는 두 명의 노동자는 부부지간이라고 한다. 공장에서 백여 미터 이상 떨어진 종이 건조실에 이르자 때마침 종이 건조가 한창이었다. 건조대에 습지를 붙이고 나면 김이 오르면서 금세 종이가 마르고, 이것을 떼어내면 한지가 되는 것이었다. 이 곳에서 생산하는 한지는 창호지와 같은 흰색만 있는 것이 아니고, 노란색, 보라색, 갈색 등 온갖 색상의 색지와 무늬를 곁들인 한지까지 다양하다. 또한 여러 가지 한지 공예품도 전시관에서 만날 수 있다.
5. 재래식 숯가마촌: 횡성 고래골
눈앞에 모락모락 흰 연기를 피워올리는 고래골 숯가마촌이 어둠 속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산자락과 개울을 자욱하게 뒤덮은 연기. 연기 속으로 드문드문 솟아오른 굴뚝들. 차에서 내리는 순간, 매캐한 숯연기와 나무 타는 냄새가 낯선 이방인의 코를 엄습했다. 이른 시간임에도 숯가마에는 벌써 많은 일꾼들이 백열등을 밝힌 채 새벽 숯일을 하고 있었다. 어떤 이는 톱으로 나무를 자르고, 어떤 이는 가마 속으로 자른 나무를 져나르고, 어떤 이는 이제 막 가마에 장작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숯가마는 하나가 아니라 산자락을 타고 연이어 펼쳐져 있었으며, 도로 아래쪽 개울가에도 산자락만큼 많은 숯가마가 있었다. 이 곳의 운영 책임자인 최봉섭 씨에 따르면 고래골 숯가마는 모두 12기나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래골이 가장 많은 숯가마가 모인 곳이라 할 수 있다. 더욱 특이한 점은 이 12기의 숯가마 주인이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물론 전체를 아우르는 운영 책임자가 있어 나무를 대주고 일괄적인 판매와 더불어 이익을 분배하는 노릇을 하고 있지만, 한 기의 가마를 운영하는 것은 순전히 주인의 몫이다. 고래골에 본격적으로 숯가마가 생겨난 것은 20여 년 전. 원래는 산 위에 숯가마가 있었으나, 고래골의 지형이 사방 산으로 막혀 있어 바람이 들지 않기 때문에 숯막 위치로는 더없이 좋아 아예 이 곳에 터를 잡았다. 물론 그 전에는 이 곳의 숯장이들도 대부분 산판을 옮겨다니면서 숯가마를 했다. 횡성뿐만이 아니라 전국의 숯가마는 과거 산판을 따라 이동하는 이동용 숯막이었다. 그러다 목재를 운반할 차량이 생겨나고 길이 좋아지면서 한 곳에 정착하게 되었다.
최봉섭 씨에 따르면 정착한 숯가마로서는 고래골 숯가마가 가장 오래된 가마라고 한다. 물론 오래 된만큼 이 곳의 숯가마는 모두 재래식이다. 고래골에서는 한 기의 숯가마에 1톤의 나무를 집어넣었을 경우 약 100킬로그램의 숯을 얻는다고 한다. 일부는 목초액으로 남지만, 대부분은 연기와 재로 날라가는 셈이다. 이렇게 숯을 다 꺼낸 가마는 찜질방으로 활용하는데, 숯막 찜질이 신경통, 피부병, 견통, 산후통에 좋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요즘에는 평일에도 하루 수십명씩 고래골 숯가마를 찾고 있다. 고래골에서 내는 숯은 100퍼센트 참숯으로, 모두 질이 좋은 백탄이다. 과거에는 떡갈나무, 물푸레나무, 박달나무로도 숯을 냈지만, 경제성이 없어 지금은 오로지 참숯에만 매달린다. 이 곳에서 낸 참숯은 주로 고깃집으로 많이 나가며, 중국산 숯에 비해 불을 피우면 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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