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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2.25 길고양이 싸움 리얼한 표정 40
길고양이 싸움 리얼한 표정
아주 사소한 장난이 화근이 되어 주먹다짐이 될 때가 있다.
길고양이 세계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언제나 오순도순 평화로운 일상을 즐기는 개울냥이네 가족은
오늘도 급식소 봉당에 여기 저기 널브러져
오후의 평화와 졸음 가득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사위는 적막했고, 너무 평온해서 되레 불안할 지경이었다.
노을이에게 한 대 얻어맞은 여울이의 리얼한 표정. 뒤에서 구경하는 개울이.
오후의 평화와 적막을 일순간에 깨뜨린 건 정말 아주 사소한 장난이 발단이었다.
개울냥이네 최고의 장난꾸러기 여울이가
잠자코 누워있는 개울이의 꼬리를 너무 세게 잡아당긴 게 화근이었다.
꾸벅꾸벅 졸고 있던 개울이는 꿀맛같은 단잠을 깨운 여울이의 장난에 짜증이 나서
갑자기 몸을 홱 돌려 여울이의 머리를 한 대 콩, 하고 쥐어박았다.
“야, 잠 좀 자자 응. 한번만 더 건드리면 가만 안두겠어!”
“야 잠 좀 자자. 내 꼬리가 무슨 동아줄이냐?”
그러자 여울이도 발끈해서 몸을 일으켰다.
“장난 좀 친 것 가지고 저렴하게 굴기는.”
가만 보니 여울이는 일부러 개울이의 심기를 건드렸다.
아니, 공연히 뒤에서 툭툭 건드리며 시비를 걸었다.
“지금 나한테 시비 거는 거냐?”
“아니, 말 거는 거야!”
“꼬리 갖고 장난 좀 쳤기로서니 별꼴이야.”
결국 개울이는 본때를 보여주고자 여울이에게 ‘헤드락’을 걸었다.
그러나 여울이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평소에도 반칙을 밥 먹듯 하는 여울이는 오른발로 개울이의 눈을 공격했다.
“이게 정말 해보자는 거냐?”
개울이가 이번에는 암바 기술이라도 걸 기세로 여울이의 몸을 움켜잡자
여울이는 두발 밀어내기로 개울이의 공격을 벗어났다.
“웃기시네. 이게 내 펀치에 앞니빨이 나가봐야, 아~~ 내가 이빨로 사료 먹을 때가 행복했구나~~ 하믄서 틀니 맞추러 갈끄야!”
엎치락 뒤치락 둘의 결투가 소강상태로 접어들자 여울이는
재미없다는듯 가만 있는 노을이에게 집적거리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모른 채 그루밍을 하고 있던 노을이는
순식간에 여울이에게 왼발을 공격당했다.
“지금 뭐 하는 짓이야. 그루밍하는 거 안 보여?”
“응 안보여...요즘 통 눈이 침침해서...”
“쟤네들은 만나면 싸우네.”
여울이는 계속해서 무방비 상태의 노을이를 공격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여울이와 주먹다짐을 하던 개울이도 뒷짐을 지고 둘의 싸움을 구경만 했다.
한참을 당하고만 있던 노을이도 뒤늦게 반격에 나섰다.
이에는 이, 주먹에는 주먹.
한동안 승패를 가늠할 수 없는 난투극이 이어졌다.
노을이가 여울이의 머리를 때리면
여울이는 노을이의 이마를 가격했다.
“콱~”
물고 물리는 접전.
간간이 주먹다짐 속에서 찡그리고, 아파하고, 얄궂은,
싸움 중에 일어나는 냥이들의 리얼한 표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순간포착으로 잡은 여울이의 표정은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물론 이 녀석들의 싸움이 정말로 싸우는 것은 아니다.
실전에 대비한 싸움놀이쯤 될까.
물론 가끔은 실전처럼 과격해질 때가 있지만.
“이게 보자보자 하니깐...한번 해볼텨?”
길고양이도 분명 싸우면서 자란다.
실전을 방불케하는 3마리 길고양이의 싸움은 거의 1시간이 다 되어서야 잠잠해졌다.
다시 찾아온 길거리의 평화.
되찾은 오후의 적막.
조금 전까지 원수처럼 싸우던 녀석들이 지금은 서로 뒤엉켜 그루밍도 하고 졸다가
금세 착한 나비가 되어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다시 찾아온 오후의 평화. 그리고 적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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