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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13 오늘 아침 거미줄 이슬 환상 12

오늘 아침 거미줄 이슬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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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거미줄 이슬 환상



1년 전만 해도 싸구려 접사렌즈를 부단히도 애용했었다.
이끼며 버섯이며 이슬을 찍어대느라
가방 속의 망원렌즈는 거의 녹이 슬 정도였다.

그러나 지난 해 여름 광각을 겸한 시그마 렌즈가 촛불집회 때 세번이나 물대포를 맞는 바람에
이게 완전히 고물이 다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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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사를 하려고 렌즈를 바짝 들이댈 때마다 녀석은 거의
삐이걱, 고장난 자전거 바퀴 구르는 소리를 내는 것이다.
그래도 찍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거미줄에 매달린 이슬 때문이었다.
오늘 아침 안개주의보가 내린 가운데, 아침 이슬이 환상이었다.
사실 이슬의 아름다움은 안개가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개가 심할수록 그날의 이슬은 환상이 된다.
오늘 아침이 딱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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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거미줄에 매달린 이슬은 물방울 다이아가 울고 갈 정도였다.
지구와 우주의 시간이 방울방울 맺혀 있었다.
나는 안락사 시켜달라는 접사렌즈를 꺼내 어렵게 어렵게 거미줄 이슬을 찍었다.
싸구려 접사렌즈, 그것도 목숨을 다한 접사렌즈 치고는
그럭저럭 찍히기는 했다.
이른 아침부터 집 주변을 돌아다니며 거의 1시간이나 이슬 사진을 찍고 들어오니,
현관문 앞에서 랭보는 짜증난 마누라처럼 나를 위아래로 한참 훑어보고는
혀를 끌끌 차면서...
'환상은 무슨....어서 밥이나 줘' 하는 거였다.
언제나 환상은 밥을 이기지 못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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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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