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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1.24 미묘 달타냥이 거지냥 된 사연 37
미묘 달타냥이 거지냥 된 사연
절세가묘를 자랑하는 우리 동네 파란대문집 달타냥이
오늘은 ‘거지꼴’이 다 되어 나타났다.
내가 대문 앞을 막 지나려는데,
이 녀석 어디선가 냥냥거리는 소리로 나를 부르더니
양철 담장 아래로 삐죽 고개를 내밀었다.
거의 열흘만에 만난 달타냥이었다.
그런데 이 녀석 행색이 말이 아니다.
그 윤기 좔좔 흐르던 ‘우유빛깔’ 가슴털은
시커먼 먼지가 앉았고,
연한 치즈색을 자랑하던 몰골도 꾀죄죄한 것이 불쌍해 보일 정도다.
그래도 이 녀석 오랜만에 만난 내가 반가운지
발라당과 뒤집기를 연달아 하더니
그 더러운 털로 내 종아리에 부비부비를 한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이 녀석 발라당 자세에서 드러난 발바닥을 보니
이건 까마귀가 친구 삼아도 할말이 없겠다.
어디서 몇며칠 연탄을 배달하고 왔는지,
발과 다리, 가슴과 꼬리가 숯검뎅이로 얼룩이 졌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할머니가 보이지 않아 물어볼 수도 없다.
때마침 앞집에 사는 아저씨에게 물어보았더니,
며칠 동안 달타냥이 가출을 했었다는 것이다.
“저 녀석 돌아왔네...며칠 동안 안보여서 할머니도 찾아다니더만... 근데 꼴이 저게 뭐여..어디서 저렇게 시커매져서 왔디야...”
열흘 정도 달타냥을 못본 사이에
이 녀석 가출을 했었던 모양이다.
집에서 외출냥이로 키우는 고양이가 발정이 나서 가출하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는 일이다.
더더구나 달타냥은 길고양이처럼 밖에서 먹고 자는 고양이이므로
발정이 와서 잠시 집을 나갔다고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
가끔씩 수컷 고양이의 경우 발정이 나서 가출했을 때 안돌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다행히도 녀석은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물론 이건 내 생각일 뿐이다.
녀석이 며칠 동안 어디 가서 연탄을 날랐는지, 새우배를 탔는지는 나도 모른다.
한 가지 의문은 가출은 가출이고, 행색이 왜 저렇게 됐느냐이다.
추측컨대 녀석이 연탄배달냥이 된 것과 가출은 전혀 별개의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가출 때문에 저렇게 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 무엇 때문일까.
내 추측은 이렇다.
할머니네 집은 아직도 연탄을 때고 사는 집인데,
최근에 날씨가 추워지면서 연탄을 배달시켜 연탄창고에 쌓아놓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연탄창고를 둥지로 살아가던 달타냥은
졸지에 바닥에 떨어진 연탄가루로 인해 저런 몰골과 행색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늘상 틀리기 일쑤인 내 추측일 뿐이다.
그러나 할머니네 집이 연탄을 때는 집인 것만큼은 확실하다.
이래저래 오랜만에 만난 달타냥과 나는 한참을 길 한복판에서 놀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뭐 하나, 하고 흘끔거리는 시선에도 아랑곳없이...
열흘 만의 회포를 풀었다.
* 시골냥이가 사는 법:: http://gu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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